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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담임 선생님과 함께하며

등록|2010.03.31 11:31 수정|2010.03.31 11:31
새 학년이 되고 가장 관심사는 담임이었다. 사실 고등학고 1, 2학년 때 남자 선생님이 담임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자 선생님이 되기를 원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남자 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에 비해 세심하고 부드러운 면이 떨어진다. 보통 남학생들은 같은 성인 남자 선생님을 원하지만 나는 고교의 마지막 학년만큼은 여자 선생님이었으면 했다.

내 바람대로 영어 교과를 맡은 여 선생님이 담임이 되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여 선생님은 달랐다. 책상 위에 색지로 좋은 글과 시간표를 붙여주셨다. 게시판에도 좋은 글이 게시되어 있다. 사물함에는 자신이 희망하는 과와 하고 싶은 일이 붙어있다. 희망교회 목사, 사회복지사, 패키 디자이너, CEO, 경찰관 등 친구들의 꿈은 다양하다. 그 꿈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 꿈에게로 다가선 것 같다.

개학 초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역시 고3이라 진로에 대한 상담을 구체적으로 했다. 어느 대학 무슨 과에 가고 싶은지, 지금까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해야 되는지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대학교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언론정보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담을 하니 진짜 고3이 된 것 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실 사물함 위에는 각자 자신이 희망하는 과, 또는 꿈이 적혀있다. 희망교회목사, 경찰관, 디자이너, 화가 등 친구들의 소망을 읽으며 우리 모두 남은 고3 생활을 충실히 해서 목표에 도달했으면 좋겠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은 "앞으로 수능까지 8개월 정도 밖에 안 남았으니 미래를 위한 자기 투자로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다.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하며 지칠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처럼 나를 위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이 잘 된다.

우리 선생님은 연세가 많지 않고 몸도 가냘프고 미혼이시지만 덩치 큰 우리 반 친구들은 선생님을 잘 따른다. 선생님이 색지로 책상과 게시판에 붙여주시는 좋은 글과 따뜻한 가르침이 우리 반을 움직이는 것 같다. 놀기 좋아하던 친구들도 고3이 되니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매진하려 하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도 아이들을 부드럽게 대해 주시니까 말도 잘 듣고 수업시간에도 졸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부모 총회에 다녀오신 우리 엄마도  담임선생님께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셨다.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은 '만일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첫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단호하신 엄마는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는 글귀를 보고 반성했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우리 엄마는 결단력이 있고 무척 단호하시다. 엄마가 우리 선생님처럼 부드러워졌으면 한다.

또 하나 '선생님께 알려드리는 우리 아이 이야기'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하셨다. 학생의 버릇에서부터 장단점, 가정생활 등 학생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문항이 적혀 있었다고 알려주셨다. 엄마는 "네가 고3이 될까지 학부모총회에 갔지만 이렇게 철저히 준비해서 학부모님을 만나는 선생님은 처음 보았다"며 선생님의 정성에 감동받았다고 자랑하셨다.

우리 엄마도 나도 우리반 친구들도 우리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 힘든 고3 생활이겠지만 일단 나는 출발이 좋다. 수능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기를 위한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공부해서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에 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가람은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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