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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탑 앞에서 생각해본 무소유의 삶

광주 무등산 증심사

등록|2010.03.31 13:36 수정|2010.03.31 13:36

▲ 증심사 담장에는 거대한 고목이 수행하듯 제 몸을 가누고 있다. ⓒ 조찬현


맑은 물소리 새소리 벗 삼아 길을 오른다. 사찰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계곡 물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노닌다.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가신 법정스님을 추모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사찰로 나를 이끈다. 일주문을 들어서니 천년세월을 함께한 스님들의 부도탑이 줄지어 서있다. 가파른 산자락에 거대한 축대를 쌓아올린 전각들을 아름드리 고목이 에워싸고 있다.

무등산 서쪽에 위치한 증심사는 통일신라시대의 사찰이다. 광주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다. 헌안왕 4년(860년)에 철감선사 도윤이 창건했다고 한다.

부도탑 주변을 맴도는 다람쥐

▲ 귀여운 몸짓의 다람쥐와 함께 술래잡기하듯 돌아본 경내, 어느새 마음속의 번뇌는 다 사라졌다. ⓒ 조찬현


몇 번을 무등산을 오가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곳 증심사, 어쩌면 이곳을 찾은 건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에서인지도 모른다. 소나무가지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경내로 오르는 길은 포장길과 가장자리의 흙길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부도탑 주변을 다람쥐가 맴돈다. 석탑의 상륜에는 세월의 더께가 푸른 이끼로 돋아난다. 번뇌에 사로잡힌 중생, 해탈에 이른 스님들의 말없는 침묵이 적막하게 흐른다.

▲ 맑은 물소리 새소리 벗 삼아 길을 오른다. 사찰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 조찬현


▲ 번뇌에 사로잡힌 중생, 해탈에 이른 스님들의 말없는 침묵이 적막하게 흐른다. ⓒ 조찬현


부도탑 앞에서 잠시 무소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며 빈손으로 떠나신 법정스님의 삶에 대해서.

언젠가 우리도 이 육신을 버리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빈손으로 떠나갈 것이다.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생각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는 법구경의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노란개나리 활짝 피어나고 산자락의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난다. 오른편은 무등산 등산로다. 봉황대와 중머리재로 이어진다. 경전의 담장에는 거대한 고목이 수행하듯 제 몸을 가누고 있다. 천년세월을 비스듬히 버텨온 고목나무의 인고의 세월에 생각이 미치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광주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사찰 '증심사'

▲ 오랜 역사를 지닌 증심사는 광주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사찰이다. ⓒ 조찬현


증심사 도량이다. 증심사는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건물이 불타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이후 활발한 복원작업을 펼쳐 경전을 새로 건립했다. 전쟁당시 참화를 피한 오백전이 유일한 조선조의 건물인 셈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증심사는 광주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사찰이다. 이는 아름다운 무등산의 명성 때문이기도 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호남의 빼어난 명승으로 꼽았으며 <광주읍지>등에도 무등산의 정기를 함축하고 있는 곳이라고 찬탄 하였다.지금의 건물들은 대부분 1971년 중창되었다고 한다.

행석당을 지나 적묵당으로 향하는데 옥구슬 굴리듯 맑은 새소리가 숲속에서 들려온다. 몇 발자국 걸음을 떼자 대웅전이다. 절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고 있다. 범종각 앞에는 산수유 고목이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동백의 빨간 꽃도 활짝 피었다.

▲ 증심사는 아름다운 무등산의 품에 안겨있다. ⓒ 조찬현


▲ 대웅전과 지장전 사이에 두기의 석탑이 보인다. ⓒ 조찬현


대웅전과 지장전 사이에 두기의 석탑이 보인다. 반가움이 앞선다. 여느 사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석탑이지만 이곳에는 3기의 석탑만이 있을 뿐이다. 다람쥐가 나무와 담장을 오르내린다.

원통전에는 '증심사석조보살입상'이 모셔져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머리에 원통형의 보관을 쓰고 얼굴에 은은한 웃음을 띠고 있어 우아하다.

마음속의 번뇌 다 사라져...

▲ 오백전 앞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 조찬현


오백전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려온다. 이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지붕으로 단아한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다. 한국전쟁 때 유일하게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다. 오백전 앞에는 삼층석탑이 있다. 이 탑에는 상륜부가 없다. 지붕돌의 층급은 4단으로 깎였으며 지붕모서리 치올림한 곡선이 아름답다.

▲ 산신각 건물은 이채롭다. 울창한 대숲이 병풍을 이룬다. ⓒ 조찬현


산신각 건물은 이채롭다. 계단으로 오르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울창한 대숲이 병풍을 이룬다. 대숲에 바람이 인다. 허허로운 중생들에게 봄의 온기를 전해주기라도 하려는 듯.

증심사 경내 어느 곳을 가도 다람쥐와 마주하게 된다. 귀여운 몸짓의 다람쥐와 함께 술래잡기하듯 돌아본 경내, 어느새 마음 속의 번뇌는 다 사라졌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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