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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쌀비가 내리는, 일터로 이어진 논둑길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고추모 돌보는게 일과

등록|2010.03.31 15:51 수정|2010.03.31 15:51

▲ 아랫밭 비닐하우스로 가는 길 ⓒ 이장연



"봄비는 쌀비다."

촉촉히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봄비가 내립니다. 바다를 건너온 황사 먼지를 말끔히 씻겨주고 봄철 가뭄을 물리치는 시원한 봄비지만, 천안함 침몰사고로 걱정이 태산인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욱 태웁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내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이래저래 근심걱정만 더합니다.

▲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봄비지만... ⓒ 이장연



그렇다고 멍하니 걱정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어, 오늘도 옷을 챙겨입고 큰 우산 하나 받쳐들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톡톡톡" 떨어지는 빗소리에 발맞춰 찾아간 흙냄새 가득한 일터는, 바로 고추모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입니다. 비닐하우스가 있는 아랫밭에 가려면 논둑을 따라 가는 게 가장 편하고 쉬운데, 오늘은 비가 내려 논둑길이 미끄러웠습니다.

▲ 이 논둑길도 더 이상 밟아보지 못할 것이다. 선수촌 때문에... ⓒ 이장연



그래서 아직 물을 대지 않은 논의 볏짚을 밟아가며 나아가, 고추모가 한밤중 덮고 있던 이불을 벗겨주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5시께 다시 나가서는 이불을 덮어줘야, 트레이포트로 옮겨심은 여린 고추모가 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요즘 아침 저녁으로 밭에 나가 고추모를 돌보는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 요즘 비닐하우스 거적을 열고 덮는 일을 하고 있다. ⓒ 이장연



철부지 백수에게도 손을 보탤 수 있는 농사일이 생겨 고단하기는 커녕 기쁘기만 합니다. 작은 생명을 보살피고 정성스레 키우는 농부와 부모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라질 논둑길에서 어머니는 틈날 때마다 "이번 농사가 마지막"이라 하십니다. 그 쓸쓸한 논둑길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기억에 남깁니다.

▲ 쌀비가 내리는 논둑길 ⓒ 이장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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