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쌀비가 내리는, 일터로 이어진 논둑길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고추모 돌보는게 일과
▲ 아랫밭 비닐하우스로 가는 길 ⓒ 이장연
"봄비는 쌀비다."
▲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봄비지만... ⓒ 이장연
그렇다고 멍하니 걱정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어, 오늘도 옷을 챙겨입고 큰 우산 하나 받쳐들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톡톡톡" 떨어지는 빗소리에 발맞춰 찾아간 흙냄새 가득한 일터는, 바로 고추모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입니다. 비닐하우스가 있는 아랫밭에 가려면 논둑을 따라 가는 게 가장 편하고 쉬운데, 오늘은 비가 내려 논둑길이 미끄러웠습니다.
▲ 이 논둑길도 더 이상 밟아보지 못할 것이다. 선수촌 때문에... ⓒ 이장연
그래서 아직 물을 대지 않은 논의 볏짚을 밟아가며 나아가, 고추모가 한밤중 덮고 있던 이불을 벗겨주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5시께 다시 나가서는 이불을 덮어줘야, 트레이포트로 옮겨심은 여린 고추모가 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요즘 아침 저녁으로 밭에 나가 고추모를 돌보는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 요즘 비닐하우스 거적을 열고 덮는 일을 하고 있다. ⓒ 이장연
철부지 백수에게도 손을 보탤 수 있는 농사일이 생겨 고단하기는 커녕 기쁘기만 합니다. 작은 생명을 보살피고 정성스레 키우는 농부와 부모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라질 논둑길에서 어머니는 틈날 때마다 "이번 농사가 마지막"이라 하십니다. 그 쓸쓸한 논둑길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기억에 남깁니다.
▲ 쌀비가 내리는 논둑길 ⓒ 이장연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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