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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록은 당신의 삶보다 미치도록 뜨겁다

로큰롤 다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4월22일 개봉

등록|2010.03.31 19:48 수정|2010.04.01 11:23

▲ 리얼 로큰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사진출처.루비살롱) ⓒ 이정민



'그들이 외쳐 부르는 자유가 난 무언지 잘 모른다. 하지만 까맣게 반짝이는 청풍호수 저 편에 스쳐가는 바람이 내게 가끔씩 찰나처럼 허용되는 자유라면 그들이 왜 그렇게 죽도록 술을 마시고 목이 째져라 노래를 부르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나도 그들만큼 간절히는 아니지만, 그 바람의 향기를 잊지 못해 어느 날 또 내게 익숙한 공간을 잠시 떠나겠기 때문이다.'

이미 '루비살롱'에겐 두터운 마니아층이 자리잡았다. 누구보다 먼저 독립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접했던 극성(?) 팬들은 픽션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로큰롤 라이프의 논픽션 속으로 빠져들고야 만다.

모텔촌으로 뒤덮인 어스름한 골목 틈새로 듣도 보도 못한 록음악이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 잠자는 도시를 뒤흔든다. 그 속에서 밤낮이 바뀐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와 타바코쥬스(Tobacco juice) 라는 인디레이블 록 밴드가 시시콜콜한 인생사에 대해 하염없는 비명을 지른다.

인천 부평의 모텔 촌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디레이블 '루비살롱'. 이들의 일상과 록에 대한 열정을 담은 록 다큐영화가 4월 22일 전격 개봉된다. 그 이름도 거창한 로큰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감독 백승화, 제작 빅풋필름, 제작지원 인천영상위원회)

이미 홍대 클럽에서 인디밴드의 황태자로 정평이 나 있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로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음악상에 이름이 올라간다.

반면 술, 사랑, 싸움, 게으름의 대명사가 된 타바코 쥬스. 술 먹다가 공연까지 펑크를 내고 각서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멤버들.

인천의 라이브 클럽 '루비살롱'의 탄생과 그곳을 근거지로 삼은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이야기를 거친 화면에 담은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는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 백승화가 1년간을 함께 연주도 하고 뒹굴면서 제작에 성공(?)했다. 영화의 주제는 '우리의 록은 당신의 삶보다 미치도록 뜨겁다!'

90년대 동인천 심지(=음악다방)를 중심으로 메탈의 도시라 일컬었던 인천. 하지만 지금은 식어버린 도시이자 록의 불모지로 전락해 버린, 그런 인천의 모텔촌 한가운데에 수상한 라이브 클럽 '루비살롱'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루비살롱을 찾아온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는 인디음악의 메카인 홍대 앞, 그리고 한국 음악계를 로큰롤의 기운으로 뒤덮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새로운 전설의 기록이자 본격 막장 다큐멘터리의 끝을 보여준다.

부평의 홍대 클럽 '루비살롱'-록 음악의 선구자 노릇 톡톡!

▲ 옛 부평극장 먹거리 골목 모텔촌 한 쪽에 자리잡은 루비살롱 카페 입구 모습. 카페 정책 내용이 과히 루비살롱 답다. ⓒ 이정민



옛 부평극장의 먹자골목으로 들어서자 모텔촌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한쪽에 낙서로 물들인 듯한 '루비살롱' 입구가 보인다. 입구 작은 현판에 적혀 있는 글귀가 꽤 선정적(?)이다. '루비살롱 카페-정책은 알콜과 공연뿐!'

루비살롱의 주인장인 이기영 대표를 만나려 했지만 소속 밴드의 공연 기획 등으로 울산 출장 중이란다. 꿩 대신 닭이라고 손님으로 왔다가 어느새 루비살롱의 마담이 되어버린 신종길 실장을 만났다.

나무 계단의 쿵쾅거림이 조용한 카페를 들썩인다. 내부로 들어가자 화려한 조명과 각종 악기로 구성된 무대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짐짓 20여 평이 조금 넘는 실내는 비온 뒤라 한기로 가득차다. 하지만 화려했던 록 공연의 여운을 남겼던지 이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루비살롱은 원래 이기영 대표의 작업공간이었다. 아는 음악인들과 함께 공연도 하고 술도 마시고 그저 흥을 즐기는 개인 음악실이었다. 그러다 홍대 인디밴드 마니아들이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모이게 되면서 점차 루비살롱의 전초기지가 완성되어 간다.

"90년대 후반 처음 부평을 찾고 백운역 앞에 있는 록 캠프라는 곳에서 연주만 했었어요. 그러다 이기영 대표가 성장한 인천에서 아예 록을 키워보자는 뜻에서 루비살롱 자리를 마련했지요. 이후 후배들과 여러 레이블 소속 팀들이 합세하면서 자연스레 록의 아이콘으로 불려지게 됩니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공연에 대한 승부욕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음악성을 대중과 교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루비살롱레코드에 소속된 팀은 총7개 팀으로 국카스텐·허클베리 핀·스왈로우·타바코 쥬스 등이 대표적인 밴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 앨범 제작보다는 디지털 싱글앨범을 발표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루비살롱 카페 공간은 평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토요일 오후 7시에 평균 4팀의 밴드들이 초청돼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록음악에서 어쿠스틱 공연까지 이들이 다루는 음악장르 또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참여확대를 위한 많은 구상을 하고 있지만 지리적 여건과 수용자의 관심 부족으로 많은 애로점이 있어요. 옥상을 개조해서 편한 집처럼 즐기려 고민도 해봤고 조그만 실내야구장을 지어 어떻게든 함께 공연의 묘미를 맛보게 하려 했었지요. 아직은 그 한계점 때문에 홍대 클럽 등에서 공연위주로 진행을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록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상대적으로 이동 인구가 많고 정주 의식이 낮은 지역민들에게 아쉬움의 심경을 넌지시 털어놓는다. 아울러 문화적 볼거리가 적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연과 퍼포먼스로 깊게 다가서려는 마음도 전해주었다.

"인천은 본래 록의 본거지였어요. 이름만 알면 유명한 인디음악의 선두주자들이 모두 인천출신이라는 걸 잘 모를 거에요. 향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지역문화단체와 연계하는 다양한 공연기획을 구상해 홍대 클럽 버금 가는, 아니 프린지 페스티벌과 경쟁하는 문화도시 부평을 기대해 볼 것입니다. 타임 투 록(=Time to rock)! 이제 다시 록의 부활을 꿈꿔 봅니다."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 후지필름 이터나상 수상)

▲ 루비살롱 카페 내부 공연장 모습. 여느 라이브 카페와 다름없는 단조로운 행태이지만 이 자그만 무대에서 록으로 중무장한 음악부대들이 나와 관객들과 함께 한바탕 땀과 열정의 전쟁을 치르고 떠난다. ⓒ 이정민

덧붙이는 글 부평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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