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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맘에 안 든다고 고발하고, 압력 넣고....

<광주매일> 여론조사 해놓고 보도 안 해... "압력 넣은 후보 있다"

등록|2010.04.01 15:59 수정|2010.04.01 18:29

▲ 전갑길 이용섭 후보 경선준비위원장이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누가 신문사에 압력을 넣어 여론조사 결과 보도를 막았는지 알고 있다"며 "모후보는 언론통제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 이주빈




광주지역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광주매일신문>(이하 <광주매일>)이 4월 1일자로 보도하기로 하고 실시한 여론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아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가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언론 통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광주매일>이 1일자 신문에 보도할 예정이었던 여론조사는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들의 지지도. <광주매일>은 서울의 한 업체에 조사를 의뢰, 결과를 1일자 신문에 게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매일> 사측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 여론조사 결과를 지면에서 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편집국장을 비롯한 기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사측은 "모기업인 N건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간부 기자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표를 쓰겠다"며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평기자들도 사측의 해명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밤늦도록 편집국에서 항의를 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결국 지면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빠진 채 1일자 신문이 인쇄된 것이다.

"누가 발표를 막고, 수사 의뢰했는지 알고 있다"

보도예정이었던 여론조사 결과가 지면에 실리지 못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자 지역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시장 후보 외압설'이 흘러나왔다. <광주매일> 한 기자는 "상대후보의 지지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모 후보가 사주에게 강력하게 어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용섭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뒤 경선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갑길 전 광산구청장은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을 통제하고 민심을 왜곡하는 모 후보는 광주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 위원장은 "우리는 누가 발표를 막고, 수사를 의뢰했는지 알고 있다"며 "조사 결과치가 이용섭 후보에게 유리하면 경쟁 후보는 어김없이 선관위 조사 또는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 희한하게도 이용섭 후보가 강운태 후보를 추월하거나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는 보도되지 못하거나 설사 보도됐다치더라도 해당 여론조사기관이 누군가로부터 조사나 수사의뢰를 당했다. ⓒ 이용섭 후보 측 자료 일부 수정




실제로 이용섭 후보가 강운태 후보를 추월하거나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는 조사의뢰 언론사가 보도를 하지 않거나 보도를 하면 누군가가 반드시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의뢰했다.(*표 참조)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사태 진상 파악 나서

전 위원장은 "(조사나 수사 의뢰는) 정확한 근거도 없이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면서 "조사 결과도 모두 무혐의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매일> 사태 역시 이 경쟁 후보가 이 의원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자 신문사에 압박을 넣었기 때문"이라며 "민주성지 광주에서 '언론통제'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광주매일>이 지면에 싣지 못한 여론조사 결과는 강운태 34.8%, 이용섭  31.2%, 정동채 13.9%로 강운태-이용섭 2강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은 "구태의연한 변칙과 정치 술수를 일삼고 양심을 버린 후보가 광주시장이 될 경우 광주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면서 "모 후보는 삽 한 자루로 물줄기를 바꾸겠다는 어리석은 짓을 이제 그만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용섭 후보 측으로부터 '언론통제' 의혹을 받고 있는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광주매일에 결과를 물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언론사에 압력을 넣을 수 있겠냐"며 부인했다.

한편 <광주매일> 기자들은 2일자 신문에라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사태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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