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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굴업도 해식지형'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

환경단체·민주노동당 환영... "CJ, 골프장 조성 계획 중단해야"

등록|2010.04.01 19:15 수정|2010.04.01 19:15

▲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 ⓒ 부평신문 자료사진



문화재청이 인천 옹진군 굴업도 해식지형을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로 1일 지정 예고하자, 환경단체와 민주노동당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굴업도는 인천 옹진군 덕적 군도에 속하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섬으로 면적은 1.7㎢다. 1990년대에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거론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서해의 독도'로 불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 절벽에 생겨난 깊고 좁은 통로모양의 해식와가 대규모로 발달(길이 약 120m, 깊이 3m~5m)해 있는 토끼섬은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곳은 바로 굴업도의 토끼섬이다.

토끼섬 해식와는 해식절벽 하부에 바닷물이 스며들고 한랭한 동절기 기후의 영향으로 풍화되면서 생겨나, 파도의 파식작용과 함께 발달이 가속화 되는데, 이는 굴업도 주변의 기후, 화산암의 암석 조직,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해수의 침식작용이 절묘하게 상호 어우러졌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빠진 해안 절벽을 따라 모습을 드러낸 '해식와(=해안절벽 아래 생긴 좁고 긴 침식지형)'는 인간사의 무상함을 절로 느끼게 할 정도다.

또한 굴업도는 매(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구렁이(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왕은점표범나비(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애기뿔소 똥구리(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등이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이 이번에 지정 예고한 '옹진 굴업도 해식지형'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일반인, 관련학자,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현재 굴업도가 속해 있는 인천 옹진군에는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 백령도 사곶 천연비행장, 백령도 콩돌해안, 신도 노랑부리 백로 및 괭이갈매기 서식지 등 다섯 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환경단체, "문화재 지정 일단 환영"


▲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부른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가톨릭환경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김포불교환경연대, 문화연대, 불교환경연대, 생명의숲, 생태보전시민모임, 우이령보존회, 인천녹색연합, 인천녹색회,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녹색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는 문화재청의 굴업도 천연기념물 지정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1일 "자연사 문화재의 보고이며, 자연사 박물관인 굴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면서, "CJ와 옹진군은 굴업도 골프장 조성 계획을 포기하고, 후세에게 물려줄 굴업도를 보존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밝혔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I 레저산업(주)'은 2005년부터 굴업도 땅을 매입해 2007년 5월, 굴업도에 18홀 골프장과 관광호텔을 신설하는 '오션파크(Ocean Park)' 사업 제안서를 옹진군에 제출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자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문화재청의 굴업도 문화재 지정을 환영한다"면서, "굴업도는 천혜의 자연이 숨 쉬는 곳으로 후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보존돼야 하기 때문에 CJ가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추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굴업도 골프장 사업이 문화재 지정으로 백지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굴업도 전체가 아닌, 토끼섬에 국한된 천연기념물 지정이라 개발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부평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행위 제한은 문화재 주변 500m까지 정할 수 있지만, 사유재산에 대한 독소 조항이라 반발이 만만치 않다"면서, '추후 옹진군과 논의를 거쳐 행위 제한 구역 범위를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완충지역 폭이 협소하거나 불분명하면 지정의 의미가 사라지는 만큼, 굴업도 골프장 저지 운동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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