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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 종교, 세상 일 참여는 당연"

[인터뷰] 중앙성당 서북원 주임신부

등록|2010.04.03 10:51 수정|2010.04.03 10:51

4대강 사업 반대나선 안양중앙성당 서북원 주임신부 ⓒ 박숭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에는 불교계와 천주교 등 종교계의 목소리가 더 크다. 안양중앙성당의 서북원(베드로) 주임신부는 이런 종교계의 반대 목소리 중심에 서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와 함께 수몰위기에 처한 양평 두물머리에서 매주 미사를 진행하며 4대강 사업 반대의 선두에 서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이같은 모습이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 신부는 "세상 안에 종교가 있기 때문에 세상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잘라 말한다.

"정치적 발언? 예수의 가르침 따르는 것"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세종시 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이 전국을 들썩이게 한다. 사회는 저마다의 입장을 담은 요구들로 시끄럽다. 그런 가운데 종교계가 환경과 생명을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4대강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분명해 했다. 안양중앙성당의 서북원 주임신부 역시 이런 반대운동의 한가운데 있다.

"저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한 예수의 뜻을 사회에 구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약자의 편에 선 예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일 뿐,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닙니다."

소수의 이익을 얻는 4대강 사업은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그런점에서 서 신부에게 4대강 반대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른 실천일 뿐, 정치적인 행동이 아니다. 더불어 세상 안에 존재하는 종교인이 세상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란다. 그래서 서 신부는 '세상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자 매주 1회 두물머리를 찾는다.

두물머리는 양평군에 위치한 관광명소로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이 만나 합쳐지는 곳이다. 사계절의 경관이 뛰어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4대강 사업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저지하고자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연다. 서 신부 역시 생명평화 미사에 참여하는 것.

"안양에서 양평까지 매주 오가는 것도 부담되지요. 하지만 생명 가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사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천주교 연대의 신부들은 교대로 이곳에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서 신부도 지난 27일 미사에 참여해 4대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시민도 지역문제에 관심 가져야

전국적 이슈는 물론 안양지역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특히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이다.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참 공동체를 실천하고 먹거리를 나누는 생활실천운동이다. 가톨릭 농민회와 함께 운영하는 이 운동은 서 신부 부임 이후 안양 중앙성당도 동참하고 있다.

이는 자연 순환 농법으로 생산한 상품을 소비자에 권장해 하느님이 창조한 생태계의 회복을 도모한다는 종교적 의미도 가진다. 환경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신자들을 대상으로 환경 강좌도 실시한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인트턴트 식품을 먹지 않는 등 실천 가능한 강령들을 매주 '즐거운 불편'으로 묶어 주보로 발행한다. 또 한 달에 한 번 차 없는 날을 지정해 저탄소 실천 운동에 동참한다.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올해는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참여 의식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서 신부는 "직접적으로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등한시하는 태도보다는 생명 가치에 대한 부분에 대한 관심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해지려면 응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개인에 국한된다면 실현되기 힘듭니다. 큰 협의체로 연대도 하는 등 한 목소리를 낼 때는 확실히 내야 하죠."

지역 불교계와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계사와 매년 성탄절, 석가탄신일에 청계사를 방문해 화합을 다지고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전 주임신부였던 정영식 신부 때부터 시작된 청계사와의 만남을 서 신부가 이어가고 있다. 특별한 날에 성당을 찾는 스님을 보는 일은 이제 신자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두 종교 모두 '사랑'이라는 같은 접점을 가지고 있고 여러 부분이 일맥상통하죠. 신자들도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거나 하지 않더라고요."

서 신부의 남은 임기는 1년여 남짓.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은 많다. 안양지역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서북원 주임신부는 1992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안양에는 2006년 9월 중앙성당에 부임해 현재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다. 올해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의장으로 선출, 활동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안양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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