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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을 찾아서, 그리운 봄을 찾아서

봄 기운 가득한 양평 산수유 마을 가는 길

등록|2010.04.04 12:28 수정|2010.04.04 12:28
올해는 유난히도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3월중에 벌써 반갑게 만났을 봄이 그만 눈이 몇 번 내리면서 오질 못하고 움츠리고 말았지요. 급기야 아침과 저녁의 기온 차이가 10도를 넘는 꽃샘추위와 황사까지 덮치면서 봄을 아예 잊고서 4월을 맞이했네요.

그래도 4월이 데리고 온 봄의 기운은 어쩔 수 없었는지 꽃샘추위속에서도 노랗디 노란 개나리꽃이 동네 하천가에 피기 시작합니다. 자그만한 팔랑개비 같은 개나리꽃과 남매뻘인 산수유꽃도 멀지 않은 곳에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경기도 양평에 산수유꽃이 많이 피는 마을이 있다고 해서 애마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괜시리 조급한 마음이 들어 한달음에 달려갔는데 아마도 더딘 봄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무척 그리웠나봅니다.

▲ 중앙선 전철역 양평역에서 내려 봄 기운 완연한 강변과 농촌마을길을 내달려 찾아간 산수유 마을인 내리와 주읍리 ⓒ 네어버화면캡쳐


▲ 중앙선 전철 양평역에 내려서 남한강변길을 따라 한가로이 달리다보면 봄의 따스한 강바람이 얼굴을 매만져 줍니다. ⓒ 김종성


강변길과 농촌길을 달리면서 실컷 느낀 춘정(春情)

세상이 편리해져 경기도 양평에 중앙선 전철이 이어지면서 덜 힘들게 양평까지 갔습니다. 전에 같았으면 갓길이 거의 없는 양평가는 오르막 내리막 국도길을 힘들게 달리면서, 불을 뿜는 거대한 용같이 느껴지는 덤프트럭의 굉음과 먼지바람에도 시달려야 했는데 많이 편해졌습니다.

양평역에 내려서 애마 자전거에 가뿐하게 올라타 강변쪽으로 달려갑니다. 꽃샘추위로 아침, 저녁에는 춥지만 한낮에는 봄볕이 따사롭기만 합니다. 변덕스럽고 무심한 요즘의 봄날이기에 이런 봄볕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주말에도 한적하기만한 남한강변 산책로를 따라 달리며 봄 기운 가득한 강바람을 쐬니 얼굴이 피부 마사지를 받은 듯 뽀송뽀송해지네요.

양평 산수유꽃 마을로 가는 길은 강변길과 농촌길이 교차하면서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여행자를 따듯하게 반기고 있습니다. 수더분하고 풋풋한 남한강변은 초록풀이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하는 농촌길과 참 닮아 있습니다. 강에선 작은 통통배가 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있고, 논두렁에는 경운기와 트랙터가 땅을 갈고 있습니다. 서두름없이 흘러가는 풍경들이 더할나위 없이 평화롭기만한 봄의 정경입니다.

▲ 봄의 분주한 분위기에 견공도 집밖으로 나와 봄 풍경을 응시하고 있네요. ⓒ 김종성


▲ 동네 집들 사이에 있는 열녀문이 참 이채로와서 사연이 써있는 안내팻말을 유심히 읽어보았습니다. ⓒ 김종성


노오랑 셔츠입은 나무들로 가득한 동네 

산수유 마을인 내리는 그리 호락호락 하진 않아서 두 개의 언덕길과 내리막길을 겪어내니 드디어 길가 양옆에 노랗디 노란 산수유꽃 나무들이 반갑게 나타납니다. 본격적인 봄의 성찬앞에서 조금 부끄럽게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아마도 3월 내내 이어진 봄에 대한 안타깝던 기다림이 원인인듯 합니다.

양평의 내리와 주읍리 두 곳의 산수유 마을에는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에 수령 20~200년 된 산수유나무 7천 그루가 심어져 있다고 하는데 정말 노랑 셔츠입은 화사한 나무들이 온동네에 가득하네요. 이맘때면 산수유꽃 축제를 크게 열만 합니다. 산수유꽃은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알알이 맺힌 꽃망울들과 열매들이 참 귀엽습니다.

개나리꽃도 그렇고 산수유꽃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자면 지난 겨울동안 가슴속에 쌓였던 우울함이 어느새 눈녹듯이 사라짐을 느낍니다. 꽃이 내뿜는 진한 노랑색이 그런 기운을 불어 넣어 주는 것 같아요. 산수유꽃의 기를 받아 마을 뒤에 수호신 처럼 우뚝 서있는 추읍산에도 중턱까지 걸어 올라가 보았습니다. 주말을 맞아 꽃놀이도 하고 산행도 겸하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이 오가고 있습니다.

▲ 마을의 논두렁과 밭두렁 사이에 서있는 산수유꽃 나무가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 김종성


▲ 산수유 나무의 열매와 꽃에 다가가서 자세히 보다 보니 우울한 마음을 녹이는 기운이 전해집니다. ⓒ 김종성


양평의 숨은 보석, 정겨운 오일장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중앙선 전철 양평역으로 가니 주변이 시끌벅적합니다. 매 3일과 8일에 열린다는 오일장에서 나는 소리네요. 저도 가끔가는 경기도 성남의 모란시장 오일장만큼이나 규모가 크고 주변 동네 사람들이 다 장보러 나온 것 같이 북적거립니다.

각종 봄나물과 채소 등 먹을거리들이 풍성한게 산수유 마을처럼 양평 오일장도 봄기운으로 가득하네요. 저도 싱싱한 봄나물과 갓 튀겨낸 뻥튀기를 한 봉지 사서 자전거 핸들끝에 걸쳐 두고 장터를 둘러보았습니다. 도시에서는 어디든 어슬렁거리면 곧 경계의 눈빛을 받기 십상인데 이곳에서는 마음껏 기웃거리며 다녀도 되니 되게 좋네요. 중앙선 전철이 연결되면서 더욱 가깝게 다가온 정겨운 동네 양평에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 양평 오일장은 봄을 맞아 푸짐한 먹거리들도 많고 사람들도 북적북적합니다. ⓒ 김종성


덧붙이는 글 4월3일(토)에 다녀왔으며 꽃샘추위로 산수유 만개가 늦어져 앞으로 일주일은 더 화창하게 피어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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