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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의 완숙한 예술혼이 무지개 빛깔로 피어난 찻사발, 천목차완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48 ] 미호 뮤지엄 창립자 탄생 100 주년 기념특별전

등록|2010.04.04 16:13 수정|2010.04.04 16:13

▲ 요변천목 찻사발, 안밖으로 기름방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무늬가 가득하다. 이 찻사발은 손으로 들고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고 천목대라고 하는 나무 받침 위에 올려 놓고 차를 마신다. ⓒ 박현국


시가켄 중부 시가라기 고원 속에 12 년 전 문을 연 미호뮤지엄은 올 3월부터 6 월까지 미호 뮤지엄 창립자 탄생 100 주년 기념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종교단체인 신자수명회(神慈秀明會)가 중심이 되어 지은 것으로 창립자는 오사카 출신 고야마 미호코(小山美秀子)입니다. 

미호뮤지엄은 막대한 공사비와 아엠 페이가 설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무릉도원을 모티브로 건물과 주변을 설계하였고, 이 설계 테마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전시실은 실크로드를 테마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로마, 이란, 인도, 중국 등의 전시실에는 각 지역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미호 뮤지엄 입구와 본관 사이에 있는 터널, 이 터널을 지나면 터널 입구와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터널 밖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지붕이 본관 입구입니다. ⓒ 박현국


미호뮤지엄은 일본 민간 박물관 가운데 소장품이 두 번째로 많은 곳입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소장품을 아낌없이 내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소장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천목차완(天目茶碗)이 아닌가 합니다. 천목차완은 중국 송(宋)나라 때 푸젠성(福建省) 젠양부(建陽府) 쉬지진(水古鎭) 부근의 건요(建窯)에서 구운 찻잔을 말합니다. 중국사람은 건잔(建盞), 타이히잔(玳皮盞,강서성 길주요에는 황색의 부드러운 흙으로 빚은 것), 흑유완(黑釉碗)이라고 부릅니다. 건요는 주로 남송(南宋)시대에 번성하여 건잔만을 구운 가마입니다.

이 천목차완 가운데 특출난 무늬를 가진 것을 일본사람들은 요변천목(曜變天目)이라고 부릅니다. 요변천목은 서기 1559 년 일본 무로마치 시대 군대관좌우첩기(君臺觀左右帳記)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변천목의 요변은 이 찻사발을 햇빛에 비취는 곳에 놓으면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무늬가 여러 가지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천목은 이 찻사발이 만들어진 건요 부근에 천목산이 있어서 그 부근 선사에서 이 찻사발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찻사발은 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으로 천목대라고 하는 받침 위에 올려놓고 사용합니다.

송나라 때 건잔에서 구운 천목차완은 주로 일본에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일본에 전해진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시 중국 천목산 부근 천목선사에서 유학하던 일본 스님이 일본으로 가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는 요변천목이라고 하는 찻사발 가운데 개성적인 무늬를 지닌 세 점이 국보로 정해져 있습니다.

▲ 미호뮤지엄이 가지고 있는 요변천목 찻사발 ⓒ 박현국


오사카 후지타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국보 요변천목은 가마쿠라 시대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미토 도쿠가와가가 소장하고 있던 것을 1917 년 무렵 당시 가격 5만 3천 820엔에 구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돈은 당시 오사카 번화가 상점을 서너 채 살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이 찬은 토호잔(兎毫盞)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발에는 안팎 모두 은색의 가느다란 세로 줄무늬가 무수히 겹쳐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이 마치 토끼의 털처럼 보인다고 하여 중국인들은 토호잔이라고 부릅니다.

교토 대덕사(大德寺) 용광원(龍光院)에도 국보로 지정된 요변천목 찻사발이 있습니다. 이 절에 이큐(一休)가 살던 때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이 찻사발은 다른 것과 비교하여 가장자리가 노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쿄 세타야에 있는 정가당문고(靜嘉堂文庫)에 이나바(稻葉)천목 찻사발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찻사발은 도쿠가와 장군가가 소유했던 것이 이나바가에 전해져 이나바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이나바가에서 1918년 16만 8천엔에 다시 4 대째 비츠비시 사장에 판매되어 지금은 미츠비씨 재단 소유의 정가당문고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세 점 이외에 천목 찻사발에 나뭇잎 무늬가 있는 것, 거북이 등 무늬가 있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워싱톤 프리엄 미술관 등에 있습니다.

미호 뮤지엄이 가지고 있는 요변천목 찻사발은 위에서 말한 일본 국보와 같은 종류로 오사라기지로(大佛次郞, 1897.10.9~1973.4.30 일본 유명 소설가)씨가 가지고 있던 것이 가가(加賀)·마에다(前田)가로 전해진 것으로 위 지름이 11.8 - 12.1, 높이가 6.5 - 6.6 센티미터 크기입니다. 

보통 찻사발이 그렇듯이 도자기는 흙과 유약과 불이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요변천목 찻사발에 사용된 검은 색 유약에는 철분이 6 퍼센트 정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섭씨 천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유약이 녹아 화산활동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크레이터가 생기고 철분이 산화되면서 결정화되고 표면에 뭉치면서 천목요변 무늬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마의 열이 식으면서 유약이 갈라져 갈라짐 즉 관입이 생기고, 크고 작은 둥근 물방울 모양이 생기는데 이것을 별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요변천목 차사발이 만들어지는 과학적 설명입니다. 이렇게 설명은 간단하지만 가마 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 과학적 설명을 넘어서는 순간 기적이 만들어낸 무늬로서 몇 천 년 넘게 인류가 흙으로 그릇을 만들어 오던 도공의 열정과 예술혼이 무지개 빛으로 환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 가는법
오사카나 교토에서 JR 동해도본선 비와코(琵琶湖)행을 타고 이시야마(石山)역에 내리면 미호 뮤지엄행 버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요변천목차완, NHK 1986.5.15 22 시 방송
MIHO GRANDAMA, 미호뮤지엄, 20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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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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