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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활짝 폈건만 춥다

유난히 긴 것같은 겨울을 넘어 봄을 맞으며

등록|2010.04.07 20:45 수정|2010.04.07 20:45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긴 것 같다.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고 유난히 비도 잦은 탓일까. 얼마전 광양의 매화축제와 구례의 산수유축제가 끝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음 속으로 막연히 봄꽃이 피면 아이들과 꽃축제에 가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축제가 다 끝났단다.

그 소식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어느새 봄이 내 옆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도로변 벚나무에는 어느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개나리며 진달래, 목련까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언제 봄이 왔지. 무엇때문에 봄도 느끼지 못할 만큼, 봄꽃이 인사하는 것도 알지 못했던 걸까. 괜시리 마음이 울적해졌다.

▲ 개나리 ⓒ 박미경


그래서 아이들과 주말을 이용해 인근으로 개나리부터 찾으러 나갔다. 봄이 얼마만큼 다가왔는지 알고 싶어서. 최근 생태하천으로의 공사가 한창인 화순천으로 가니 주변이 온통 개나리다. 특히나 화순천 인근에 있는 개미산은 온통 개나리로 뒤덮여 있었다. 몇 해 전이었던가. 돌투성이 개미산에 오밀조밀 개나리가 심겨졌고 언제 자라서 꽃을 피우려나 싶었는데 이제는 온 산을 덮고 있다.

▲ 강혁이와 남혁이 ⓒ 박미경


화순천도 맑디 맑게 흐르면서 봄이 왔음을 알렸다. 따뜻한 햇살에 아이들도 신이 나는지 달려 다녔다. 특히나 유난히 눈비가 잦아 산책을 자주 다니지 못했던 방울이는 이리저리 뛰며 난리가 아니다. 노을이 녀석은 아직 밖이 익숙치 않은지 방울이 뒤만 졸래졸래 따라다닌다.

봄이 정말 왔구나. 하지만 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그리 들지 않는 것은 왜 인지. 왜 이리 추운 것인지. 봄은 봄인데 봄 같지가 않다.

▲ 개나리 ⓒ 박미경


지난 1월 눈이 잦던 그때 15살 딸아이의 단짝 여자아이가 눈길 사고로 다른 세상으로 가 버렸다. 그래서 1월 내내 딸아이만 보면 괜시리 눈물이 났고 슬펐다.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또 슬펐다.

교통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안타까웠고,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지진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두려웠다. 그래서 추웠다.

2월에는 부산에서 딸아이 또래의 여자아이가 가장 안전할 것 같은 집에서 유괴돼 살해됐다.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그 부모가 감당해야할 슬픔이 느껴져 내내 가슴이 아팠고 슬펐다. 그런 위험한 세상에 내 딸아이도 살고 있기에 두려웠다.

지난달에는 군함이 침몰해 46명의 젊은 장정들이 실종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우리 아들 강혁이와 남혁이도 가야할 곳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 나라 군대에 앞으로 10여년 후 아이들을 보낼 일을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그래서 그런가. 노란 개나리가 활짝 웃음짓고 있지만 봄같지가 않다. 그리고 춥다.

▲ 개나리 ⓒ 박미경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유포터,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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