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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마이크와 카메라 놓고 트위터 쏘다

[현장] MBC 파업 3일째... 시민사회, 정치권 함께 한 출정식

등록|2010.04.07 20:52 수정|2010.04.27 18:31

▲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뒤 노조원들과 국회로 행진을 벌이던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오늘 전국의 MBC 조합원들이 권력의 입이 아닌 국민의 귀로 남고자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았습니다. 여러분 MBC를 지켜주십시오. 국민의 힘이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는 진실을 보여주십시오. MBC는 언제나 희망의 깃발이 되겠습니다."

7일 오후 4시 20분경 MBC 파업현장이 트위터(http://twitter.com/saveourmbc)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문자로, 트위터로, 블로그로, MBC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 국민에게 전달된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지부 포함 20개 지역지부 1000여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국회 인근까지 행진한 뒤 정치권과 시민단체 대표가 함께 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게는 조인트폭행 등 MBC유린 사건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정치권에는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 수사, 방송문화진흥회 제도개혁 등을 요구했다. 특히 김재철 MBC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서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든 노조원들이 '청와대 직할통지 저지' '김재철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들고 국회앞까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선두에서 행진대열을 이끌고 있다. ⓒ 권우성


MBC 총파업 사흘째... 트위터로 현장 생중계

이날 집회에 참석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청와대 하수인인 김재철씨가 사장으로 있는 한 MBC는 껍데기 방송"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시녀인 김재철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MBC를 MB방송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청소부 김재철을 사장으로, 낙하산 황희만을 부사장에 앉혔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바지 사장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청소부 사장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그 옛날 나치 히틀러가 인종청소 하듯 '청소부 사장' 김재철은 MBC 내 좌파청소 대학살을 벌였다"고 개탄했다.

이어 노 대표는 "MBC는 민주화 이후 특정정권의 소유물이었던 적이 없다"며 "MB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 이 나라의 언론자유, 민주주의 기틀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은 장기집권 획책 음모가 깔려 있다"며 "전국민이 일어나 언론자유를 지키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언론이 죽으면 이 나라 민주주의도 함께 죽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방송장악 음모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MBC 노조위원장 "언론인으로서 최근 보도에 자괴감 든다"

신병철 전국언론노조 대구MBC지부장은 "천안함이나 4대강 등의 굵직한 현안보도를 보면서 언론인으로서 과연 우리가 제대로 의제설정을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든다"며 "전 정권과 비교할 때 심각한 차이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신 위원장은 또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MBC 조합원들이 파업을 결의한 것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행 MBC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 보내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명박 정부는 당장 '조인트 폭행 파문'에 개입된 당사자를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나라의 언론을 정권의 도구로 추락시킨 자를 찾아내고, 검찰은 미국으로 출국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방송문화진흥회에 남아 있는 뉴라이트 인사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 본부장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사퇴해야 한다"며 "MBC노조는 권력의 도구가 돼버린 방문진이 온전히 국민의 것으로 돌아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소개하고 있다. ⓒ 권우성

최상재 위원장 "MBC 조합원 외롭지 않도록 KBS, SBS, YTN 모으겠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보도된 프레스센터 무선공유기 이름 'MB아웃'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탁종렬 전국언론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조선>과 <동아>는 오늘자 보도에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잡히는 무선공유기 이름이 'MB아웃'인데 누가 이렇게 정했냐고 의문을 표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 진실을 밝히겠다"며 "바로 언론노조"라고 말했다.

탁 국장은 "<조선><동아> 보도 이후 언론재단은 몇 차례 전화를 걸어 'MB아웃'을 'MB아웃(언론노조)'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했는데 우리는 절대 못 바꾼다"며 "앞으로 언론노조는 무선공유기를 더 사서 'MBC 힘내라' '조중동 아웃'도 넣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와 박수가 터졌다. 이어 "MB정권 아래서 언론노조는 아무래도 프레스센터에서 쫓겨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광장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MBC 조합원들이 맨 앞에 서게 돼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여러분들이 외롭게 아침이슬만 부르지 않도록 KBS, SBS, YTN 동지들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MBC 파업은 MB정권이 무너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들은 이 싸움이 힘들 것이라고, 출구와 퇴로가 없는 싸움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힘차게 함께 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전했다.

출정식을 마친 MBC 노동조합 조합원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여의도 남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촛불문화제에는 조피디, MBC 사내밴드 SPB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 7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전 조합원 총파업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구호가 적힌 흰수건을 들고 국회앞까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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