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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 아니라네

가족치료 전문가 존&줄리 가트맨이 전하는 부부위기 탈출법

등록|2010.04.10 15:18 수정|2010.04.10 15:19

▲ 존 가트맨 박사 부부 ⓒ 해냄


"난 정말 죽겠어.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해버리고 혼자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남편이 아니라 웬수야. 웬수."

그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 같다면서 결혼한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금은 그 남자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크고 작은 일로 부딪치기 시작한 부부는 결혼 2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네가 잘했느니 내가 잘했느니' 하는 신경전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힘든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도무지 자신들의 부부관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그들 부부. 미워하고 증오하는 단계를 넘어서 서로에게 무관심한 단계로 접어든 이들 부부는 요즘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서로를 그림자처럼 대하며 투명인간 놀이에 빠져 있다. 가트맨 방식으로 말하자면 비난, 경멸, 방어, 담 쌓기 등 결혼의 위험 요소 4가지가 극대화 된 상태인 것이다.

결혼의 위험 4요소 '비난, 경멸, 방어, 담 쌓기'

세계적 부부관계전문가 가트맨 부부의 내한 소식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혹시라도 이 부부의 문제(혹은 우리 부부의 문제) 해결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MIT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였던 가트맨 박사가 인간관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0대 초반. 당시 사귀던 여성들과의 관계가 대부분 좋지 않게 끝났고 결혼마저도 실패로 끝나게 되자 자신을 불행하게 했던 '관계'라는 것에 대한 비밀을 풀고자 과학적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 친구관계, 동료관계 등 모든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고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한 가트맨의 연구는 30여 년이 흐른 지금 실제로 미국사회의 이혼률을 줄이고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하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또한 OECD국가 가운데 이혼율 1위라는 우리 나라에도 적용되어 바람직한 효과를 내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잘못된 싸움 방식이 '이혼'에 이르게 한다

가트맨은 1970년대부터 워싱턴대학의 러브랩(Love lab)이라는 공간에서 부부들의 상호작용을 24시간 비디오로 촬영, 관찰하며 상황에 따른 심장박동수와 혈류량, 땀이나 소변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 양을 측정해 부부간의 상호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자료를 얻어냈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에 참여했던 부부들의 5년 후, 10년 후, 15년 후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이혼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혼 사유가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 때문이 아닌 '부부 싸움의 방식' 때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격차이, 학력, 직업, 수입, 외도, 폭력, 음주, 돈, 고부갈등 등의 요인은 드러나는 현상일 뿐이며 실제로 부부를 불행하게 만들고 이혼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잘못된 싸움 방식, 부정적인 싸움의 방식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가트맨 박사는 드러나는 문제가 있고 없음을 막론하고 부부 관계를 망치는 것을 비난, 경멸, 방어, 담 쌓기의 4가지 요소에서 찾았다. 이런 식의 부부싸움이 계속되면 결국은 '못 살겠다', '헤어지자'라는 말이 나오게 되고 어느 날엔가는 이혼이라는 불행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부부치료 전문가 존&줄리 가트맨 부부와 최성애, 조벽 부부 ⓒ 해냄


'관심'과 '반응'이 없는 부부가 헤어지기 쉬워

상호관계에 세계적 권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트맨 박사에게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관계가 있을까? 지금은 모든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의 달인이 되었지만 그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불편한 관계도 있다고 한다. 

"지난 36년간 300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상호관계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하다 보니 그 결과 어느 부부든 단 15분 정도 일상적인 대화만 경청해보면 (그 부부가) 이혼할 부부인지의 여부를 95% 정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판단력이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자신들의 불안한 부부관계를 들키고 싶지 않은 지인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조차 꺼려하지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 서운하기까지 합니다."

15분 만에 부부의 위기를 진단해 낸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말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란다. 그에게 부부의 어떤 면을 보고 그들의 위기를 감지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답대신 아내인 줄리 가트맨 여사가 남편과 함께 짧은 상황극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아내 : "여보, 창밖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저 밖에 보트가 있네요."
남편 : "......." (못 들은 척, 혹은 묵묵부답)

가트맨 박사가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 속에서 이혼을 예측하는 기준은 관심과 반응이다. 부부가 서로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면 이혼에 이르게 될 부부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트맨 박사는 "갈등이 있어도 싸우지 않는 부부와 대화가 없어 서로의 꿈을 나누지 않는 부부 역시 이혼으로 향할 수 있는 불행한 부부"라며 "이런 위기를 예방하려면 부부 간에 대화가 우선 되어야 하며 서로 각자가 누구인지를 묻고, 각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 이에 대해 호감, 존중, 이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을 '자주' 실천하는 것 즉, 조금씩 자주 하라(Small things often)를 강조한다. 돈을 얼마나 들였느냐, 얼마나 새롭고 거창한 것을 하느냐보다 작은 표현이라도 얼마나 자주하느냐에 행복한 결혼의 성패가 달렸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렸던 가트맨 박사의 기자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친구 집으로 달려가 가트맨의 부부관계 솔루션을 들려주었다. 물론 어찌보면 간단할 수도 있는 행동들이 적지 않는 시간동안 냉각되어 온 친구부부의 관계를 단시간 내에 좋아지게 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겪는 위기의 원인이 실제로 변화되기 쉽지 않은 성격차이나 돈 문제가 아닌 '부부 싸움의 방식'이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만으로도 관계변화에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임을 알기에 그들 부부의 바람직한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가트맨 박사 부부는 국내 첫 가트맨 공인치료사이며 가트맨식 부부감정코칭 <최성애 박사의 행복수업>의 저자인 최성애박사의 출판을 기념해 방한했으며 4월 9.10.11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가트맨 부부치료 워크숍과 감성코칭 일바인 특강을 각각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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