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자책 ⓒ 송유미
불의의 교통사고로
거리의 맹인 가수가 된 큰 삼촌 대신
점자도서관에서 대출한
2010년 2월 17일 발행 일자,
한 페이지 넘겨본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눈은 있지만 점자에 어두운 나는,
누군가 밤을 새워 철필로
새겨 놓은 환한 세상의 소식들을
단 한자도 읽을 수가 없네.
마치 눈에 보이는 것만 쫓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도 못하고,
눈에 안보이는 세계에 대해
한자도 그 속을 읽지 못하듯이...
(...점자는 마음으로 읽는 글자더라.. )
두 눈을 감고, 고향 땅 떠나오면서
뒷동산 굴참나무피 깊숙이
칼 끝으로 새긴 이름 하나 불러내듯이,
열 손가락 끝에 그리움의 불을
환하게 켜고 더듬더듬
아픈 상처의 자리 하나 지문으로 읽으니,
까칠한 모래알 같은 점자 속에
꽃씨처럼 숨은 불씨 하나 간신히 만졌다.
그 희미한 글자 부스러기 같은
점점이 날아오르는
형형한 반딧불이 하나 잃지 않으려
애쓰며 더듬어 따라가는
숯검정 같은 숲 속에
전깃불보다 환한 노래 하나 들려왔다.
(..*여기 하늘 아래 땅 위에
등불 하나 커 들고
지지배배 새소리 흘러가는 물소리를
나는 길어올리리라..)
노래하는 아침 햇살들
세상 어둔 구석 구석을
더듬더듬 읽어 내려간 자리마다
모래 먼지 폴폴 날리는 점자들
풀씨처럼 분분하게 날아올랐다….
▲ 시각장애인의 아름다운 인생을 주제로 한, 영화 여인의 향기 ⓒ 영화, 여인의 향기
덧붙이는 글
( ) 안은, 이윤택 작 <바보각시> 희곡 대본 중 대사 인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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