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또 베꼈데, 나도 가끔 그래 그걸 이해해"
[리뷰] 아이돌 판 가요계 직접 비판 나선 MC스나이퍼, 일리닛의 디지털 싱글 '만우절(Mirror)'
▲ 일리닛과 함께 '만우절(Mirror)'이란 곡을 발표한 스나이퍼사운드의 수장인 'MC스나이퍼'. ⓒ 스나이퍼사운드
언젠가부터 '음악'이라는 단어 뒤에 '산업'이라는 말이 뒤따라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한국 가요계에 꽤 해묵은 논쟁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업적인 아이돌 가수들과 음악 그리고 기획사'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아이돌과 음악들이 국내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가수와 대중, 단 두 부류에 한정해서 비판하거나 비난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국내 거대 기획사들이 구축한 아이돌 가수 기획시스템, 아이돌 팝 음원들의 유통, 10대 팬덤과 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재생산하는 여론, 방송사를 위시한 미디어 그리고 외적으로 상업적인 콘텐츠들 개념까지 합쳐지면 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진다. 알겠지만, 자본이 들어가고 이익이 엉키는 곳은 언제나 그런 법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음악'은 더 이상 '소리'로만 존재해지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제작자와 가수의 입장에서 본 가요계
어쨌거나 이 지겨운 문제에 대해 지금껏 왈가왈부했던 것은 어찌 보면 대중들의 몫이었다. 당연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이나 춤을 직접적으로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해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받은 이들이 바로 대중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기획자나 가수들은 '동업자 의식'이란 표현 외에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확실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계층이었다.
스나이퍼사운드의 수장인 MC스나이퍼가 일리닛과 함께 발매한 디지털 싱글, '만우절'은 그래서 돋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꽤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있기 때문.
알다시피 힙합씬에서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디스(diss)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이 장르의 마니아들 역시 힙합에 있어 음악적 상업성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딱히 놀랄 일도 아니라 할 수 있지만, 제작자이자 현재 언더를 넘어 메이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MC스나이퍼의 입장에선 그다지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모두가 알면서도 그간 우려했던 얘기 '표절'
▲ 이번 싱글에서 MC스나이퍼와 함께한 '일리닛(Illinit)'. ⓒ 스나이퍼사운드
물론 귀에 꽂히는 스나이퍼사운드의 비밀병기 일리닛의 랩 실력 또한 후에 등장할 그의 솔로 음반에 대한 기대를 크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래퍼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의 MC스나이퍼의 고뇌가 이 가사에 온전히 묻어난다는 것에 우선 주목하게 된다.
특히나 '음악은 또 베꼈데, 나도 가끔 그래 그걸 이해해. 이건 가짜들만을 바라보는 진짜의 큰 노래. 모험심으로 가득 찬 어린 제작자의 견해'라는 부분이나, '모두가 알면서도 그간 우려했던 얘기. 대중가요에 염증을 느낀 자의 쓰디쓴 잔소리' 같은 가사.
아울러 '아. 왜 모두가 똑같이 걷나. 한탕주의에 빠진 제작자는 길을 잃었나?'라고 랩을 하는 부분에서는 그의 위치에서 그가 최근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아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힙합씬이 대중가요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를 생각하면 그가 가지는 그 짜증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리닛이 랩을 하는 곳에서는 그러한 비판이 좀 더 명확하게 귀를 찌른다. '의미 없는 반반반반 반복구는 없는 음악'이란 부분은 후크송에 대한, '가수는 그냥 하는 거야, 원래 목표는 연기자니까'라는 부분 역시 지금 우리가 보고 혹은 듣고 있는 몇몇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아울러 대중가요계에 황금기라 불렸던 90년 대에 대한 향수, MP3에 대한 비판도 그들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이쯤되면 그간 가요계에서 우리가 병폐라고 생각했던 문제들 거의가 이 곡 가사에 포함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만우절'은 언제나 하나로 몰입되는 가요시장의 음악적 트렌드, 도제 형식의 작곡 형태, 음반시장의 붕괴, 상업적 논리에만 휘둘리는 기획사와 가수, 아이돌 팝의 표절문제 등과 같이 그간 우리가 말했던 것, 혹은 말하고자 했던 가요계의 문제들이 그것을 직접 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 역시 그 과정 안에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만우절'이란 곡에 'Mirror'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고 하는 비난, 비판 그리고 성장
▲ '2010 SNIPERSOUND'라는 타이틀로 스나이퍼사운드 뮤지션들은 매달 디지털 싱글을 발매한다. ⓒ 스나이퍼사운드
결국 이 '만우절'이라는 곡은 특정적인 누군가를 한 명 지적해서, 혹은 어떠한 한 현상만을 지목해서 만들어진 곡은 아니다.
'이건 나의 비난이자 나에 대한 질타, 성장하고픈 딴따라의 수행인 탄트라'와 같은 가사에서 보듯이 스스로에 대한 자성을 포함해 누구 하나의 힘으로 바뀌긴 어려워진 가요계 전체에 대한 부조리와 굴레에 대해 그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혹자는 그저 이 노래를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지겨운 음악이라고 평하거나, 혹은 명확한 답안을 제시해주지 않는 무책임한 노래라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러한 문제제기가 선행되어야 후에 생각들이 모이고 함께 이야기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음악을 통해, 과거 음악에서 진지한 메시지를 쏘아대던 MC스나이퍼의 노래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과거 일본이 자랑하는 뮤지션인 사카모토 류이치와의 협연 때도 그가 사카모토 류이치를 단박에 매료시켰던 건, 바로 이러한 그의 진실성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렇기에 언젠가 그가 이러한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그 무엇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길 기대해 볼 수 있는 것도 같다. 돌이켜보면 그는 결코 허언을 하는 래퍼가 아니었기에 그러한 기대감을 모두 함께 조금은 품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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