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에는 색깔이 없어요"
야 5당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협약 "세상이 바뀌는 날"
▲ 12일 민주당ㆍ민주노동당 등 야5당이 6ㆍ2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정책 협약식을 갖고, 무상급식 확대를 위한 야권공조를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정세균, 강기갑, 송영오, 노회찬, 이재정' 야 5당 대표들이 모두 한 곳에 모였다.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방선거를 5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방선거 최대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협약식은 최근 울산지역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무상급식 정책 연합을 이룬 것에서 더 확장되어 전국 정당 단위의 정책 연합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제껏 전국 정당 단위로 정책 연합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김선희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사무처장은 "세상이 바뀌는, 아주 역사적인 날"이라고 협약식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협약식은) 야 5당이 정책으로 이번 선거를 같이 해보겠다는 뜻"이라며 "민주국가가 된 이후로 여러 당이 모여 하나의 정책에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선거 연합이 조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책 연대를 통해 선거연합을 촉진하자는 것"이라며 "야 5당이 함께 모여 구호뿐인 정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법까지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으로 무상 급식을 이뤄내는 데 큰 기점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야 5당 대표 협약식 참석 "정책선거 만들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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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무상급식, 유권자를 '닭쫓던 개' 만들지마라" ⓒ 오대양
12일 오전 11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정책 협약식 및 토론회는 야 5당, 시민 4 단위(희망과 대안, 2010연대, 시민주권, 국민통합)와 더불어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가 주최했다. 야 5당과 시민단체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는 공통된 바람으로 마련한 자리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야 5당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확정하면서 실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야5당이 정책선거로 만들어가려는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이 박수를 보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야 5당이 당적을 떠나 함께 모여 하나의 공약을 추진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환경 무상급식이 부상하게 되어서 기쁘다"며 "친환경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는 일일 뿐 아니라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일이고, 전체 국민의 식탁안전, 국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로 일거양득이 아니라 4득, 5득에 해당되는 일"이라며 친환경 무상급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은 부자들에게 90조 세금을 깎아주고 그 대신 점심값을 내라는 메시지"라며 "부자들 세금을 깎아줬기 때문에 점심값 한 두푼 하는 것은 본인이 부담하라는 논리에 어느 국민이 수긍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아이들의 행복' 식판 전달... 가슴팍에 달린 '행복한 밥' 버튼
야 5당 대표들의 발언이 끝난 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 친환경급식 확대, 안전한 급식 시스템 구축이라는 3대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과제가 적힌 협약서에 야 5당 대표와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 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이 돌아가며 사인을 했다. 사인을 마친 야 5당 대표 가슴팍에는 연두색 '행복한 밥' 버튼과 흰색 '친환경무상급식 부탁해요' 버튼이 나란히 달렸다. 야 5당 대표들에게는 '친환경 무상급식',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띠가 둘려진 식판도 전달되었다.
야 5당의 수도권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후보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현수막에 사인하는 행사도 있었다.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아이들 밥에는 색깔이 없어요"라 글을 남겼다. 강호원 민주노동당 시의원 후보는 "부자들에겐 세금을, 아이들에겐 친환경무상급식을"이라 적었다. 선거 유세 때 홍보 사진으로 활용하라는 사회자의 설명에 후보자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1부 정책 협약식이 끝난 이후 2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김춘진 민주당 무상급식추진위원장은 "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이루어지는 지자체 25곳 중 13곳이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기초자치단체장이 있는 곳으로 다른 어느 당보다 많다"며 "그럼 한나라당이 좌파당이냐"고 말했다.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에 쓴 소리를 던졌다. 조 위원장은 "민주정치 10년 동안 무상급식이 왜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지난 10년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어린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이자는 문제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 마련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벽규 창조한국당 사람희망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4년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쓴 홍보비만 1200억 이상"이라며 "이러한 홍보비만 줄여도 무상급식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성 떨어지는 정책 아쉬워
토론자들의 발언을 들은 후 배옥병 위원장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선거 때는 표 얻기 위해 정책을 발표하고 당선 되고 나서 후퇴하는 것을 보아왔다"며 "5개 정당은 안전한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책임 있는, 구체적 정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배 위원장은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부자세금 100조원과 4대강 예산을 줄이면 가능하다'가 아니라 낭비성, 선심성 예산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 것인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우희종 민교협 상임의장도 "친환경 무상급식인데 무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촛불 때 수많은 시민들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을 표시한 것을 짚어 봤을 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청중 발언 자리도 마련되었다. 김민경 사단법인 한살림 회장은 "훌륭한 정책임에도 당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속된 말로 '죽 쒀서 개 주는'일이 발생할까 걱정"이라며 "정책 협약식이라는 큰 계기를 시작으로 야 5당이 잘 협력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살림 조합원들이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에 관한 질문서를 보낼테니 성실히 답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배옥병 위원장은 "한살림 회원만 20만 명"이라며 "구체적으로 정책을 감시할테니 5개 정당 긴장하라"며 가벼운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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