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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금품여론조사 정국 밀어붙이나

연루 정치인 공천 후보군 포함...야권 노동계 "공천 배제를"

등록|2010.04.13 20:49 수정|2010.04.13 20:49
한나라당 소속 울산지역 기초단체장 5명 전원이 연루되면서 울산 최대 정치비리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금품여론조사 사건을 두고 한나라당이 정면 돌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 초반 비난 여론에 의해 관련자들을 공천에서 제외할 것 같던 한나라당 분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최근 공천신청을 받은 결과 기초단체장 5명과 지방의원 전원이 공천을 신청했고, 당도 연루자들의 공천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역언론에 한나라당 울산시당이 후보공천을 여론조사로 할 것으로 보도되면서 현직 프리미엄으로 상대적 인지도가 높은 관련자들이 공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 울산시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김기현)는 16일 공천신청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심사에 이어 19일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진보정당을 주축으로 한 야당은 물론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법원에 관련 구청장들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는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3일 지역의 산하조직 노조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 공천배제 등을 또다시 촉구했다.

비리 연루자도 공천?

지난 3월 7일 울산지역 한 일간지 사장이 6·2선거를 앞두고 자사 신문에 게재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지역의 기초단체장 5명 전원과 시·구의원 4명 등 9명에게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긴급체포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크게 술렁였다.

언론들은 "울산 최대의 정치 사건"이라며 대서 특필했고 돈을 준 정치인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의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기초단체장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일대 물갈이 전망이 나왔다. 그즈음 한나라당이 이번 6·2지방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치르는 '스마트 선거'를 선언한 점도 공천 배제 여론에 감안됐다.

한나라당은 향후 정국 대처에 분주했고 진보진영을 필두로 한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에서는 "전원 사퇴하고 공천을 모두 배제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국회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여기다 3월 14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며 검사장 출신인 최병국(울산 남구갑) 의원이 수사 중인 울산검찰을 방문했다는 지역언론의 보도와 선별구제론이 나오자 여론은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남구 달동 한나라당 울산시당 당사앞에서 금품여론조사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지만 3월 26일 쯤 검찰수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검찰이 26일 해당 일간지 대표와 광고국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자 "선별 구제"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자 진보신당 울산시당은 3월 29일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여론이 들끌는 가운데 4월 5일 울산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성남)는 기초단체장 5명 중 3명과 지방의원 4명, 기소 안 된 기초단체장의 비서 1명, 해당 신문사의 당시 편집국장을 기소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울산 중구, 북구, 동구 구청장, 지방의원 4명 등은 각각 500만원씩 모두 4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같은 혐의를 받아온 울주군수와 남구청장은 혐의가 없다며 내사종결했다.

금품을 준 혐의로 비서가 기소됐는데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발표된 울주군수와 돈을 준 증거가 없다는 남구청장의 불기소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으로부터 봐주기 수사, 한나라당 외압에 굴복한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 시민단체, 노동계는 "기소안된 기초단체장 2명을 재수사 하고 연루자에 전원이 현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다.

기자회견은 13일에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산하조직 노조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언론사 여론조사 금품수수 사태는 토착권력과 지방언론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초대형 비리사건이자 울산시민에게 불명예를 안긴 치욕적인 사건"이라며 "언론사 여론조작 금품수수로 기소된 구청장들을 사퇴시키고 관련된 9명 전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노조 대표들은 "불법으로 기소된 구청장들이 주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즉각 구청장직에서 사퇴해야 하는데도 '억울하다' '잘 설명해서 당의 공천을 받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은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사건 발생 초기에는 공천심사에서 배제하겠다고 시민들 앞에 약속하더니 검찰 발표가 있자마자 공천 심사대상에 슬그머니 넣었다"며 "이는 울산시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민노당 울산 "13일 관련자 공판"

한편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13일 오후 금품여론조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구청장 및 시구의원에 대한 1차 심리 공판이 열렸다"고 밝혔다

울산민노당은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날 공판 참석자의 전언에 의하면 비리혐의 관련자들은 하나같이 여론을 조작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해당 신문사가 행사티켓 구입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와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했으며, 언론사 강요에 의해 자행된 일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구속된 일간지 사장 등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언론사의 강요로만 이뤄진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울산민노당은 "이번 사건은 권력을 이용한 언론과의 유착 관계에서 발생한 비리이며,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자행된 명백한 불법행위"라면서 "설령 강요에 의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을 이롭게 해주겠다는 요구에 응한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판에서 권력토착비리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며 "깨끗한 정치,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110만 울산시민의 간절한 바람이 재판부에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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