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레이스 짜는 방

등록|2010.04.14 14:14 수정|2010.04.14 14:14
이른 아침 남편과 아이들 떠나 보내고  부산스럽게 뜨개질 소쿠리 챙겨 동네 여인들 몇 몇 모여,  투명한 봄 햇살 한올 한올 짜는 연분홍 레이스 커튼 내려진 동네 어귀의 '레이스 짜는 방',   나는 어제 짜다 꽂아 둔 바늘귀 하나 찾다가  시간 다 강물처럼 흘려 보내고,  오후 세시되어서 간신히  푸른 소나무 한그루 짜올렸다.   (잠시 쉬었다 할까) (쉬기는 난 아직 학 한마리도 못 짰어...) (그래도 좀 쉬었다 가야지....)   한 잔의 뜨거운 커피 찻잔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은  오후 햇살 속의 미세한  소금가루 같은 먼지들 얼마간 섞여 마셔가며,   모두 이마에 한땀 한땀 태어나는 땀방울 열심히 짜면서 한 땀 한 땀 오래 버려 두었던 추억의 실타래 풀어서 각자의 생의 무늬 같은 아름다운 레이스 식탁보 커튼 책상보 한 올 한 올 짠다.    포크레인으로 반쯤 파 먹힌 앞산의 붉은 노을빛 봄하늘도 쉴새 없이 뭉게 뭉게  연분홍빛 아기 구름옷 짠다.  

▲ 레이스 짜는 여인의 부분도 ⓒ 얀 베르메르



덧붙이는 글 레이스/바탕천 위에 무늬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고, 비침무늬를 만들어낸 직물을 말한다. 바탕천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자수와 다르다. 레이스 기법에 따라 무늬는 복잡하고 다양해 진다. 예술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