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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되어 남편 곁에 잠든 '60년의 망부가'

한국전 참전 호주장교 부인, 부산 남구 유엔기념 공원에 합장

등록|2010.04.14 14:37 수정|2010.04.14 14:37

▲ 남편 케네스 존 휴머스톤의 묘비. ⓒ 황복원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호주장교 케네스 존 휴머스톤씨의 부인 고(故) 낸시 밀리센트 휴머스톤씨가 14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있는 남편 곁에서 편히 잠들었다.

결혼 3주 만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혼자 여생을 마감한 부인을 한국정부는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한다. 그리고 이 땅에 더 이상 이런 비극은 없어야 한다.

이들 부부가 만난 것은 1947년 일본에서다. 부인은 호주 알렉산더병원 간호과를 졸업하고 영연방 군을 따라 간호사로 일본으로 갔다. 특수부대 장교였던 케네스 존 휴머스톤을 만나 일본 히로시마현 구레시의 한 주택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남편옆에서 영원히 잠들 자리 ⓒ 황복원


그러나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그들 앞에는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호주군은 참전을 결정했다. 남편은 결혼식을 올린 지 3주 만에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남편이 전사한 사실을 전해들은 그녀는 6일 만에 일본서호주로 돌아갔다가 다시 입대해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일본으로 또다시 건너갔다. 부인은 1970년대 중반까지 간호사로 근무하며 이웃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여생을 살았다.

▲ 유엔기념공원 내 호주군의 영혼이 묻힌 자리. ⓒ 황복원


부인은 지난해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게 "언젠가 한국 유엔 기념공원에 묻혀 있는 남편 곁에 잠들고 싶다"는 말을 유언처럼 했다. 유가족들은 그녀의 유해를 남편 옆에 묻고 싶다는 뜻을 유엔 기념공원 측에 전해왔다. 결국 헤어진 지 60년 만인 14일, 한 줌 재가 되어 남편과 재회를 했다.

▲ 6·25 전쟁 발발 50주년 기념 추모식에 참석하는 행사장. ⓒ 황복원


유엔 기념공원 측은 "남편과 합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자식도 없이 평생을 혼자 살다 합장하는 사례는 처음"이라며 한국을 위해 사랑을 죽음 뒤로 미룬 휴머스톤 부부에게 경의를 표하며 합장을 결정했다.

한편 11개국 2300명의 유엔군 전몰장병유해가 안장된 유엔 기념공원에는 현재 3명의 참전용사 부인이 남편과 합장되어있다. 이날 유엔 기념공원에서는 휴머스톤 부부의 합장식과 함께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의 참전용사·유가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 전쟁 발발 50주년 기념 추모식도 함께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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