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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근속 13년 차이나도 임금은 똑같아"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 '학교비정규직 경력인정 쟁취 결의대회' 열어

등록|2010.04.14 18:47 수정|2010.04.15 10:36
"마산에 사는 A(40대)씨는 B초등학교에서 15년간 근무하고 있다. 현재 A씨의 월급은 89만원(실수령액). 같은 지역에 사는 C(30대)씨는 D초등학교에서 2년간 근무했다. 현재 C씨의 월급은 89만원(실수령액)으로 A씨와 같다. 근속은 13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임금은 1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학교비정규직이다."

학교비정규직들이 "경력(근속)을 인정받지 못하여 몇 십 년을 일해도 한 달된 비정규직과 임금이 똑같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4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경력인정 쟁취결의대회'를 열었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4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경력 인정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학교비정규직은 교육인턴, 영양사, 사서, 사서보조, 구육성회(학부모회직원), 사무․행정보조, 교무보조, 과학실험보조(발명보조), 전산보조, 조리사, 조리원, 교육업무보조, 급식보조(배식원), 특수교육보조, 에듀케어보육(유아종일반), 전임코치, 당직전담(경비원), 사감, 통학차량보조, 사회복지사, 청소원 운전원, 시설관리(보조), 매점관리, 급식사무보조, 보육교실보조, 기숙사생활지도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기업회계직, 방과후강사, 특수학급 종일반강사, 대기환경기사, 수상안전요원 등을 말한다.

학교비정규직은 경남에만 7500여명에 이른다. 인턴교사와 행정인턴 등을 포함해면 1만여명에 이른다. 학교회계직원 등 학교비정규직들은 2006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근무 연수에 따른 호봉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여성노조 지부는 한 과학실험보조 교사의 사연을 소개했다.

"E씨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과학실에서 함께 실험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어느 날 학생이 '선생님! 저,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E씨는 과학실험원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차마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되었다. 현재 초등학생들도 비정규직과 정규직들이 학교 내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초등학생들의 사회적 이중구조를 교육기관에서 학습이 아닌 몸으로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노조 지부는 "어린 아이들에게 바른 인성교육을 시켜야할 교육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의 노동을 착취하는 현장이 되는 것을 더 이상은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는 14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경력 인정 쟁취 결의대회'를 열면서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 윤성효


여성노조 지부는 "권정호 경남도육감은 2007년 12월 선거 후보시절 '비정규직문제는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거짓 공약으로 비정규직 유권자를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권 교육감이 당시 여성노조 지부의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 일부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령과 조례를 손 볼 필요가 있다. … 합당한 대우가 보장될 때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예산범위 내에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 조례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이 맡은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여성노조 지부는 "당시 정책질의를 해서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신문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면서 "이렇듯 현 교육감은 후보 시절에는 표를 의식해서 그런지 비정규직문제에 있어서 조례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거짓 공약으로 비정규직 유권자를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노조 지부는 13일 경남도교육청과 면담했고, 도교육청은 면담 회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 경력 인정에 대해 "기관간 형평성 문제와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 등으로 지금 당장 수용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2011년도 임금책정시 경력에 따라 일정금액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2009년도 시행하고 있는 맞춤형복지 자율항목에 대해 근무연수별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회신에 대해, 여성노조 지부는 "그동안 해왔던 도교육청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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