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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이면서도 사진의 매체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전시회

성지연 개인전 '애매모호(Entre-Deux)' 리뷰

등록|2010.04.14 18:52 수정|2010.04.14 18:52

▲ 애매모호(Entre-Deux) ⓒ 성지연





사진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특정한 부분을 단절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은 경우에 따라서는 명료하게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고 불분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모습을 찍은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러하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을 담은 사진이라고 할지라도 언어나 문자로는 분명하게 해석할 수 없더라도 보편적인 관념의 영역을 벗어난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지시하는 결과물이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사진은 보편적인 언어나 문자의 영역을 탈각한 또 다른 의미를 시각화하는 매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 자체가 영상언어로서 기능을 하면서 존재한다.

이번에 트렁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은 성지연은 이와 같은 표현매체로서의 사진 특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일상에서의 사소한 행동과 몸짓을 연출한 장면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였다.

▲ 애매모호(Entre-Deux) ⓒ 성지연




▲ 애매모호(Entre-Deux) ⓒ 김영태




작가는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전혀 암시하고 있지 않는 사진스튜디오 내부에서 사소한 행위와 몸짓을 하는 모델들을 인공조명을 이용하여 찍었다. 그런데 모델들의 특정한 행위를 찍은 사진들이지만, 작가의 표현의도가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전시 제목 그대로 '모호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의 세련된 연출력과 카메라테크닉 그리고 조명의 제어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여 무엇인지 모를 의미를 발생시키는 결과물이 생산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모델이 바느질을 하거나 가위를 들고 있는가 하면 알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모델을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전시작품 한 장 한 장은 중후한 컬러와 톤이 일관성을 이루고 있어서 보는 이들을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게 현혹한다.

그래서 작가의 표현의도와 무관하게 감상자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힘이 느껴지고 있다. 모델들의 무표정한 모습과 사소한 행위 그리고 작가의 사진기술이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개념적이면서도 사진의 매체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전시이다.
덧붙이는 글 기간: 2010-04-01~2010-04-27 장소: 트렁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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