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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다는 해군의 영원한 고향

진해 벚꽃 바람에 흩날리고

등록|2010.04.15 14:36 수정|2010.04.16 15:18

▲ 군악대 모습. ⓒ 이안구


미국에 오랜동안 살면서 마음 한편 늘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고향처럼 항상 그리던 곳이 있었다. 군대 생활의 대부분을 지냈던 진해 통제부가 바로 그곳이다. 또한 출동 나가면 한달 두달을 머무르던 남해 서해 바다가 바로 제2의 고향이었다.

훈련소 시절부터 훈련함단까지 대부분의 함상근무를 모두 진해에서 보내면서 벚꽃피는 군항제를 맞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4월 벚꽃 군항제가 진해에서 열린다고 하지만 천안함의 참사가 전해지고 나서 내내 이곳 미국땅에서 착찹한 날들을 보내야 했다.

해군은 바다가 고향이다.
해군가에서 목터지게 외치듯
해군은 모름지기 바다에 살고 바다에 죽는다.
바다에서 의롭게 살다가
바다에 몸바쳐 싸우는 것만이 그들의 사명인 것이다.

바다는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다.
바다는 은폐하지도 않거니와 조급하게 말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우리에게 차분하게 알려 줄 따름이다.
무슨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명확히 밝혀 줄 것이다.
횃불처럼 바다는 수병들의 머리맡을 지켜 줄 것이다. 

고국의 부름을 받고 그들은 함정에 올랐으며
고국의 명령을 가슴에 안은 채 바다에 잠겨 있다.
그들의 나라사랑은 천안함 잔해에 묻어 있으며
그들의 가족사랑은 애절한 몸부림으로 함내에 아직 남아있으리라. 

그들은 듣고 있다.
가족의 애타는 절규와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을 그들은 절절히 듣고 있다.
답하지 않으나 
들리지 않을 뿐 커다란 함성으로
그들은 우리를 향해 외쳐대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이라면 헤쳐나가야 해.
죽어선 아니 돼.
손발에 피멍이 들고
온 몸에 물이 찼더라도 
마지막 힘을 다해
주먹 불끈 쥐고 물 속을 헤어나야지.
나에겐 아직 바다를 지키는 특명이 남아있는 걸. 
우리에겐 아직 못다한 출동 명령이 남아있는 걸." 

이제 그대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다의 용사다.
자랑스런 대한의 아들인 것이다.
살아서 숨을 쉰다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설사 전신이 산산히 부서질지언정
마지막 신념의 끈을 꼭 잡고 끝까지 놓지 않았다면
꺾이지 아니하고 마지막까지 불굴의 근성으로
임무를 다하려 포화에 맞서 싸웠다면
그것이 해군의 신념을 불태운 불사조에 다름 아니다.

그것만으로 그대들은
우리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군인 정신으로
불멸의 이정표로 남아
영원히 살아 있음이네.

오늘.
제2함대 사령부 앞 바다,
멀리 바람을 타고 그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일동 차렷,
경례 구호 "충성-"

바다와 함께 어깨동무로 한몸 되어
때로는 파도로 밀려 오면서
혹은 갈매기처럼 푸른 바닷물을 날아
태극기 푸른 창공에 깃발처럼 날리면서
하얀 세라복에 멋지게 무공 훈장 달고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살아 남아서  

지금
남해 바다 진해 훈련소에서 들려오는
해군 신병들의 우렁찬 해군가에 씩씩하게 답하고 있다.
군악대의 웅장한 연주에 맞춰 피터지게 외치고 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바다를 지켜야만 강토가 있고
강토가 있는 곳에 조국이 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가 고향
가슴속 끓는 피를 고히 바치자...♪" 

흐드러지게 핀 진해 벚꽃
바람에 흩날려
한잎 두잎 바다 위에 떠가고 있다.....

예비역 해군 병장
APD-81 경남함 갑판수병
해군 병173기 김준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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