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탈출요령 잘 알고 있었을 너... 이게 뭐야"
[천안함에 보내는 편지]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전우들의 추억과 회한
▲ 천안함 병기사 고 박석원 중사 ⓒ 미니홈피 갈무리
천안함에서 끝내 시신으로 돌아온 고 박석원 중사 미니홈피에는 이 같은 내용의 편지가 올라와 있다.
희생 장병들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전우를 먼저 보낸 군인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군생활을 오래했던 장교들의 경우, 동료나 부하 군인들의 추억담이 많다.
"내가 군에 있었다면 너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고 방일민 하사는 조리 하사였던 만큼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박상철씨는 "어청도 조리장으로 있을 때, (방 하사가) 많이 챙겨주고 맛있는 그리고 따스한 밥도 챙겨주고 요리도 좀 배웠다"고 회상했다.
박주혁씨는 "어청도에서 니가 해준 밥 2년 동안 먹으면서 건강하게 잘 나왔는데 왜 하필 천안함이냐, 어청도에 조금만 더 있지 그랬냐"고 했다. 김종호씨도 "같이 축구하고 야식먹던 때가 그립다"면서 "다시 맛있는 야식해주세요"라고 고인을 불렀다.
▲ 천안함 승조원 고 조진영 하사 ⓒ 해군 제공
고 조진영 하사는 'Go! 해군부사관' 인터넷 카페 회원이었는데, 이 카페의 도윤주씨는 "2년 전 부산에서 있었던 국제관함식에서 독도함을 견학할 때 친절히 설명해 주었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면서 "독도함 열쇠고리를 선물로 사주어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는 그 세상으로 갈 때까지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조 하사보다 먼저 전역한 김면동씨는 "계속 군에 있었으면 이번 구출작전에 내가 투입돼서 너 데리러 갈 수 있었는데…, 희망을 잃지 마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간절한 전우의 부탁을 조 하사는 들어주지 못했다.
고 정종율 중사 미니홈피에서 최규현씨는 "제가 전역하고 두 달 후에 천안함으로 가셨더군요, 내연장님이 아니길 바랐는데"라면서 "예초기 고치러 자주 들르고 진짜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해 주시고 하셨잖아요, 항상 축구할 때도 같이 재밌게 했었는데"라고 그리움을 전했다.
고 손수민 하사 미니홈피에서 민병우씨는 "저한테 업무 인계하고 가고, 잠깐이지만 인천에서 같이 살았을 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면서 "사고 당일 메일까지 주고받고 지금까지도 제 주위에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손 하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상민 병장(89년생) 미니홈피 ⓒ 미니홈피 캡쳐
고 이상민 병장(89년생)의 미니홈피에는 먼저 전역한 선임의 글이 눈에 띈다. 이동수씨는 "일어나 이 XX야, 내가 그렇게 군 생활 가르치지 않았잖아, 누구보다 탈출 요령도 잘 알고 있었고 비상대비도 할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고 회한을 나타냈다.
그는 "얼마 전 형한테 전화해서 '곧 전역해요, 술 한 잔 해요' 이랬잖아, 그 약속 너가 먼저 못 지킨다는 게 말이 돼?"라면서 "너 내 후임이잖아, 너가 선임을 배신하면 안 되잖아"라고 이 병장을 불렀다. 그러나 이 병장은 선임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