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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사랑하고 섹스하고 싶어요

<미 투> 너무나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주다

등록|2010.04.17 09:54 수정|2010.04.17 09:54

미 투스틸컷 ⓒ 바른손㈜영화사업본부


<미 투>(Yo, Tambien, Me Too)는 스페인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만 주로 본 나 같은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는 큰 충격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얼마나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는지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편견이란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이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면 심각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더 큰 심적 반응이 오는 작품이다.

다니엘(파블로 피네다 분)은 한눈에도 알 수 있을 만큼 장애인이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운증후군이다. 분명 우리 상식으로 생각하면 이런 인물이 직장을 다니고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지 모른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패쇄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다니엘은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까지 다니고 있다. 한국 같이 취직하기 힘든 현실과 비교하면 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인물이다.

문제는 다니엘 마음이 언제나 허전하다는 것이다.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 생활도 하고 있지만 아직 사랑이란 것을 해보지 못했다. 아무리 편견 없는 사회라고 하더라도 유전병인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과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서로 너무 사랑해서 아이를 갖고 싶어도 병이 유전되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그런데 우리의 다니엘은 자신이 반한 회사동료 라우라(롤라 두에냐스 분)에게 과감히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전혀 남자로 다니엘을 생각지 않았던 라우라가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랑과 섹스,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

미 투스틸컷 ⓒ 바른손㈜영화사업본부


장애인은 사랑과 섹스를 할 수 없다고 누가 정해 놓았을까? 그리고 왜 나는 이런 편견을 가지게 됐을까? 우리는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고민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까운 가족 중에 장애인이 없거나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면 이런 문제들은 나의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다.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너무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장애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장애인이지만 다니엘은 사랑도 느끼고 섹스도 하고 싶어 한다. 그도 한 여자를 사랑하고 한 여자를 위해서 꾸미며,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슬픔을 느끼면 웃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여주는 이러한 행동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삶의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니엘에게는 어려운 난관이 놓여 있다. 라우라가 아무리 마음을 열고 싶어 해도 그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여전히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인 여자가 다운증후군에 걸린 장애인과 사귄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거기에다 그와 섹스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기막힌 설정이 있다. 다니엘이 장애인이긴 하지만 분명 정신적 장애는 라우라가 더 깊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삶의 상처 때문이다. 라우라가 다니엘을 알기 전까지 유일하게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은 술과 남자와의 섹스뿐이었다. 오히려 라우라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더 장애인 같아 보일 정도다. 그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런 기막힌 설정 때문에 두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과 그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다니엘과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라우라가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지 영화에서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냈네

미 투스틸컷 ⓒ 바른손㈜영화사업본부


<미 투>는 어렵게 풀려고 했다면 상당히 힘겹게 갈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작품을 어렵게 풀지 않았다. 관객들이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놓고 현실적인 문제 역시 빠지지 않고 환기 시키고 있다. 그리고 다니엘과 라우라뿐만 아니라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느낌도 함께 전해준다. 영화를 직접 본 관객들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커플들이 누구인지 알 것이다.

이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하고 어려울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쉬운 영화다. 바로 주제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마음인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것은 장애인도 정상인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에는 아무런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해가는 과정 자체가 장애인과 정상인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두 주연 배우 연기가 모두 뛰어나지만 <귀향>(2006년)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롤라 두에냐스의 연기는 일품이다. 정상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자의 모습을 너무나 인상 깊게 표현했다. 그녀가 보여준 이런 연기가 완벽하게 다니엘과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영화는 현실적인 부분이 부각될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이 작품은 단순히 판타지 영화로 끝나 버렸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스페인 영화지만 이 정도 완성도라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뛰어난 멜로영화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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