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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 '국가보안법 철폐' 외치며 13번째 촛불 들어

'간디학교 학생 대책위', 17일 저녁 진주 '촛불문화제' ... 학부모 30여 명도 참석

등록|2010.04.17 21:54 수정|2010.04.17 21:54
고등학생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13번째 촛불을 들었다.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은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물리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간디학교 학생 대책위 BK(보경) Love'가 "언니, 쟤네가 우리 보경쌤 잡아가!!"라는 제목으로 열었다. 보경쌤은 간디학교 최보경(35․역사) 교사를 말하며, 최 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현재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은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윤성효


▲ 17일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간디학교 학생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 때 학부모들이 참석해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윤성효


간디학교 학생들은 최 교사가 기소된 2008년 9월부터 겨울․여름방학을 제외하고 매달 한 차례 진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오고 있다. 13번째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간디학교 재학생․졸업생 학부모 30여명도 참석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진주시내를 돌며 시민들로부터 재판부에 낼 '탄원서'를 받았다. 촛불문화제를 앞두고 탄원서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8500여 장 정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박제헌(2년)군의 사회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율동을 선보이고, 전교조 경남지부 소속 '노래패'가 노래를 불렀으며,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간디학교 학생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율동을 보여주고 있다. ⓒ 윤성효


▲ 간디학교 학생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보경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시민들로부터 받았다. ⓒ 윤성효


학생들은 "국가보안법으로부터 역사 선생님을 지켜주세요. 평양냉면 좋아 한다고 말하면, 금강산에 가고 싶다 말하면, 김정일이 잘 생겼다 말하면, 당신도 국보법 위반입니다. 이것이 죄가 되나요"라고 쓴 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간디학교 학생 대책위 BK Love' 회장을 지내고 촛불문화제 때 사회를 보기도 했던 졸업생 김찬욱(20)씨는 "사실 졸업한 뒤에도 촛불문화제를 할 줄 몰랐다. 졸업하기 전에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니 좋다"고 말했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최보경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이 벌어진 게 해로 따지면 3년째다. 국가보안법이 질기기는 질긴 모양이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거론하면서 녹슨 칼은 칼집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쳤지만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최 교사가 고초를 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보경 교사는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데, 다른 학교 같았으면 교단에 서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간디학교이기 때문에 교단에 계속 서있다기 보다 간디학교 학생들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최보경 교사를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에서 간디학교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앉아 있다. ⓒ 윤성효


▲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최보경 교사(오른쪽)가 학생들의 공연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윤성효


졸업생 학부모 30여 명이 앞에 서서 촛불을 들고 "우리의 소원"과 "광야에서"를 불렀다. 김영준(졸업생 학부모)씨는 "오랫만에 학부모들이 모였다. 오늘 모여서 논의했는데 '학부모 동창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 열기를 모아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고 최보경 교사를 지켜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욱(3년)군은 "학교 수업에 잘 빠지는데, 가장 높은 80%를 넘는 출석률을 보인 게 보경쌤 수업인 것 같다. 그런 보경쌤을 왜 국가보안법으로 씌워 밖에 나오게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공판이 많이 길어지면서 보겸쌤의 주름살도 늘어나는 것 같다.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우리가 손을 잡고 나가자"고 말했다.

최보경 교사에 대한 15차 공판(2차례 연기·취소 포함)은 오는 27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열린다. 지금까지 검찰 증인 심문을 마쳤으며, 이날 공판에서는 변호인 측 증인으로 이병하 전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와 학부모(작년 졸업생) 김선미씨가 나온다.

▲ 전교조 경남지부 소속 교사들이 17일 저녁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간디학교 학생들의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윤성효


▲ 간디학교 졸업생 학부모들이 17일 저녁 진주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철폐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우리의 소원'을 함깨 부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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