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지난 4월 12일, 서울-인천-경기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협약의 주된 내용은 광역교통-물류 인프라 조성에 협력을 해나가고, 환경오염에 공동 대응하며, 신성장과 투자유치를 위해 규제혁파에 노력을 기울이며, 이들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우리나라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등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 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하나의 경제권인 수도권이 3개의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보니,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문제가 되어온 부분이 교통이다. 편리한 교통이란 마치 물이 흐르듯 끊김없이 연결되는 것이 핵심인데, 수도권의 교통정책은 지자체별로 따로 시행되다보니 효율이 떨어졌던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수도권에는 서울시의 도시철도가 조금만 더 연장되면 편리한 곳이 많다. 하지만 시 경계선에서 끝나버리는 도시철도 노선 때문에 승객은 승객대로 불편하고, 도시철도의 승객도 더 이상 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만 해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연결된 같은 도로임에도, 개통시기가 서로 달라 연결부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이 문제는 도로보다 철도가 더 심각하다. 철도는 도로보다 시스템이 더 복잡하고 표준화가 덜 되어 있다. 따라서 충분한 정책 협의 없이 지자체끼리 다른 시스템을 쓰거나 사전에 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원활한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도로를 이용하면 갈아타지 않고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넘어갈 수 있는데, 철도를 이용하면 경계에서 갈아타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도로에 비해 철도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은 모두 도로를 이용할 것이다. 결국 도로의 혼잡은 그대로 유지되고,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 때문에 환경오염과 에너지 낭비도 계속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 국토해양부에서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 등의 상위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충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위계획은 구상중인 철도노선을 단순히 나열한 형태로서 노선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다보니 우선순위와 위계질서가 쉽게 무시되고 중구난방식 철도 계획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들 상위계획은 단위가 5년 이상으로써, 빠르게 변하는 수도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불과 1, 2년만에도 각종 신도시, 경제특구, 보금자리 지구 등의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여러 철도계획이 나온다. 이들 노선은 장기계획에도 없던 노선으로서 때때로 기존 계획과 상충되기도 하며, 수도권 철도망 계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수도권 3개 지자체가 광역급행철도 같은 광역인프라에 대해 적극적인 협의와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말로만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광역인프라 기획단'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여,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도권 광역교통정책은 지자체들의 이해관계 불일치와 대화 부족으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협약서에 따르면, 현재 경인선 이용시 인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를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급행노선을 신설하고, 지상철도로 인한 소음과 지역단절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 경인선 철도를 지하화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어느 한 지자체가 따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간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번 협약을 통해 그 첫 발을 내디뎠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경인축 철도 계획이 우선 발표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경인선은 1899년에 국내 최초로 개통된 철도이고, 인천과 경기도, 서울을 동시에 지나며,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철도 중 가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경인선은 지속적인 혼잡으로 인하여 수도권 광역철도 중 유일하게 복복선(4선)으로 확장된 철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경인선에는 문제가 많다. 급행열차와 완행열차가 제대로 환승이 안 되고, 급행열차가 서울 도심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에서 운행을 끝내며, 낮에는 급행열차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 등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에서는 경인축에 새로운 급행철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천 송도에서 출발하여 현 경인선 축을 지나 서울 도심과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현 경인선 철도는 지상철도라서 지역을 양분하고 있는 문제가 있고, 소음도 발생한다. 물론 다양한 입체교차 시설과 방음벽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아파트가 철도보다 나중에 지어진 것이긴 하지만, 철로변에 아파트가 붙어있어 주거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경인선과 이해관계가 있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경인선 철도의 개선에 나서는 것인데, 이를 통해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일단 경인축 철도망의 위계질서를 재구성해 보다 효율적인 노선으로 만들 수 있다. 단거리 완행위주의 일반열차, 중간의 급행열차, 장거리 급행의 GTX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최적의 효율로서 운행하며 승객 편의를 개선할 수 있다.
승객들은 빠른 열차와 느린 열차를 자유롭게 갈아타며 급행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급행이 중간에 끊기는 지금과 달리 급행을 타고 서울 도심으로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업이 함께 시행되면, 사업시기가 일치되어 절차를 단순화하고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광명역~서울역간 수도권 지하 고속철도 같은 연관 계획도 함께 진행될 수 있다. 공사를 이중으로 하지 않아도 되므로 더 효율적이다.
아울러 기존 철도의 지하화는 지역 개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무분별한 철도 지하화는 지양되어야 하겠으나, 철도 지하화에 드는 비용보다, 철도 지하화가 가져오는 편익이 더 많다면 시행을 할 가치가 있다. 이미 철도역을 중심으로 고밀도로 개발을 하는 것은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지향형 개발)라고 하여 세계 도시계획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철도역 중심을 고밀도로 개발할 경우, 시민들의 자가용 이용이 줄어들고 도로와 주차장을 덜 지어도 되므로 예산이 절약된다. 높아진 용적률로 서민주택을 늘리면 주거복지향상에도 기여하게 되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상업시설을 설치하여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는 철도시설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개발을 하려고 해도 개발이 어려웠는데, 지하화를 시행할 경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사업추진이 더 쉬워질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대중교통지항형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KTX역세권 특성화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전국의 KTX역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시행하고 이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것으로써, 각 지역이 특성화되어 개발됨으로써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국 경인선이 지하화되고 각 역이 고밀도로 개발되면 서울-인천 간의 경인선은 서울-부산의 KTX 역세권 개발의 축소판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인선은 단순히 서울로 출퇴근 승객을 싣어나르는게 아니라, 지역의 특성화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렇게 새로 개발된 지역은 철도이용이 더 편리해지므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도 가져와서 국가의 녹색성장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새로 개발되는 역세권과 기존 상권의 조화도 중요하며, 주변 지역간의 연계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지선버스, 노면전차 등 지선교통망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리고 현재 경인선에는 화물열차가 달리고 있는데, 이를 수인선 등의 외곽철도로 우회시키거나 지하에서도 달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수도권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도인 대곡-소사-원시선에도 화물열차가 달릴 예정이므로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정책 협의가 경인축뿐만이 아닌 수도권 전체의 철도 정비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현재 수도권에는, 정부의 수많은 장기구상 철도들과, 경기도 개별 시군에서 추진하는 경량전철들, 새로 지어지는 지하철도 계획(고속철도, 간선철도, 광역철도), 각종 신도시 철도 계획 등이 난립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방치하여 제각각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끼리 미리 조율을 하고 추진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꼭 필요한 연계노선은 동시에 건설하여 철도 개통의 효과를 최대화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논의하여 효율적인 투자가 되게 할 수 있다. GTX와 고속철도가 노선을 공유하여 비용을 절감한다든지, 신분당선의 북부 연장의 용산 방면과 광화문 방면을 동시에 시행하여 절차를 단순화시키고 개통시기를 앞당기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취지는 지자체의 정책에 대해 그 지자체가 자주성을 갖는 것이다. 예전처럼 중앙정부에게만 기대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부만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직접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이번 협약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을 발표한 수도권 3개 지자체장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재선을 노리고 있어, 본 협약이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철도 교통이 불편하면 그 지자체가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까지 저하된다.
단순히 재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철도를 발전시키는 것은 지자체장들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다. 기존의 칸막이 행정을 버리고 교통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에 나선 수도권 3개 지자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적인 교통정책이 시행되어 더욱 편리한 수도권 교통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수도권 3개 지자체는 우리나라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등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 온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하나의 경제권인 수도권이 3개의 지자체로 나뉘어 있다 보니,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 서울,인천,경기 공동협약식의 3개 지자체 지자체장들 ⓒ 경기도
특히 문제가 되어온 부분이 교통이다. 편리한 교통이란 마치 물이 흐르듯 끊김없이 연결되는 것이 핵심인데, 수도권의 교통정책은 지자체별로 따로 시행되다보니 효율이 떨어졌던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수도권에는 서울시의 도시철도가 조금만 더 연장되면 편리한 곳이 많다. 하지만 시 경계선에서 끝나버리는 도시철도 노선 때문에 승객은 승객대로 불편하고, 도시철도의 승객도 더 이상 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만 해도 서울시와 경기도가 연결된 같은 도로임에도, 개통시기가 서로 달라 연결부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이 문제는 도로보다 철도가 더 심각하다. 철도는 도로보다 시스템이 더 복잡하고 표준화가 덜 되어 있다. 따라서 충분한 정책 협의 없이 지자체끼리 다른 시스템을 쓰거나 사전에 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원활한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도로를 이용하면 갈아타지 않고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넘어갈 수 있는데, 철도를 이용하면 경계에서 갈아타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도로에 비해 철도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은 모두 도로를 이용할 것이다. 결국 도로의 혼잡은 그대로 유지되고,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 때문에 환경오염과 에너지 낭비도 계속된다.
▲ 코레일의 일산선(3호선)은 서울지하철과 코레일 광역전철이 시스템을 일치시킨, 우수한 표준화 사례로 꼽힌다.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 국토해양부에서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 등의 상위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충분한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위계획은 구상중인 철도노선을 단순히 나열한 형태로서 노선간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다보니 우선순위와 위계질서가 쉽게 무시되고 중구난방식 철도 계획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들 상위계획은 단위가 5년 이상으로써, 빠르게 변하는 수도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불과 1, 2년만에도 각종 신도시, 경제특구, 보금자리 지구 등의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여러 철도계획이 나온다. 이들 노선은 장기계획에도 없던 노선으로서 때때로 기존 계획과 상충되기도 하며, 수도권 철도망 계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 수도권의 보금자리 지구들 ⓒ 국토해양부
이런 시점에서, 수도권 3개 지자체가 광역급행철도 같은 광역인프라에 대해 적극적인 협의와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말로만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광역인프라 기획단'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여,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도권 광역교통정책은 지자체들의 이해관계 불일치와 대화 부족으로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협약서에 따르면, 현재 경인선 이용시 인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를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급행노선을 신설하고, 지상철도로 인한 소음과 지역단절을 해소하기 위하여 현 경인선 철도를 지하화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어느 한 지자체가 따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간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번 협약을 통해 그 첫 발을 내디뎠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경인축 철도 계획이 우선 발표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경인선은 1899년에 국내 최초로 개통된 철도이고, 인천과 경기도, 서울을 동시에 지나며,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광역철도 중 가장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경인선은 지속적인 혼잡으로 인하여 수도권 광역철도 중 유일하게 복복선(4선)으로 확장된 철도이기도 하다.
▲ 2복선 확장 공사 당시의 코레일 경인선(1호선)의 모습 ⓒ 인천광역시
그러나 지금 경인선에는 문제가 많다. 급행열차와 완행열차가 제대로 환승이 안 되고, 급행열차가 서울 도심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에서 운행을 끝내며, 낮에는 급행열차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 등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에서는 경인축에 새로운 급행철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천 송도에서 출발하여 현 경인선 축을 지나 서울 도심과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광역급행철도인 GTX(Great Train eXpress)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현 경인선 철도는 지상철도라서 지역을 양분하고 있는 문제가 있고, 소음도 발생한다. 물론 다양한 입체교차 시설과 방음벽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아파트가 철도보다 나중에 지어진 것이긴 하지만, 철로변에 아파트가 붙어있어 주거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경인선과 이해관계가 있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경인선 철도의 개선에 나서는 것인데, 이를 통해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일단 경인축 철도망의 위계질서를 재구성해 보다 효율적인 노선으로 만들 수 있다. 단거리 완행위주의 일반열차, 중간의 급행열차, 장거리 급행의 GTX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최적의 효율로서 운행하며 승객 편의를 개선할 수 있다.
승객들은 빠른 열차와 느린 열차를 자유롭게 갈아타며 급행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급행이 중간에 끊기는 지금과 달리 급행을 타고 서울 도심으로도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사업이 함께 시행되면, 사업시기가 일치되어 절차를 단순화하고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광명역~서울역간 수도권 지하 고속철도 같은 연관 계획도 함께 진행될 수 있다. 공사를 이중으로 하지 않아도 되므로 더 효율적이다.
▲ GTX의 구상중인 노선도 ⓒ 경기도
아울러 기존 철도의 지하화는 지역 개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무분별한 철도 지하화는 지양되어야 하겠으나, 철도 지하화에 드는 비용보다, 철도 지하화가 가져오는 편익이 더 많다면 시행을 할 가치가 있다. 이미 철도역을 중심으로 고밀도로 개발을 하는 것은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지향형 개발)라고 하여 세계 도시계획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철도역 중심을 고밀도로 개발할 경우, 시민들의 자가용 이용이 줄어들고 도로와 주차장을 덜 지어도 되므로 예산이 절약된다. 높아진 용적률로 서민주택을 늘리면 주거복지향상에도 기여하게 되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상업시설을 설치하여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는 철도시설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개발을 하려고 해도 개발이 어려웠는데, 지하화를 시행할 경우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사업추진이 더 쉬워질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대중교통지항형 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KTX역세권 특성화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전국의 KTX역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시행하고 이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것으로써, 각 지역이 특성화되어 개발됨으로써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국 경인선이 지하화되고 각 역이 고밀도로 개발되면 서울-인천 간의 경인선은 서울-부산의 KTX 역세권 개발의 축소판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인선은 단순히 서울로 출퇴근 승객을 싣어나르는게 아니라, 지역의 특성화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렇게 새로 개발된 지역은 철도이용이 더 편리해지므로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도 가져와서 국가의 녹색성장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 KTX역세권 개발의 개념도: KTX역을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이 시행되고, 이것이 KTX로 연결된다 ⓒ 한국교통연구원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새로 개발되는 역세권과 기존 상권의 조화도 중요하며, 주변 지역간의 연계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지선버스, 노면전차 등 지선교통망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리고 현재 경인선에는 화물열차가 달리고 있는데, 이를 수인선 등의 외곽철도로 우회시키거나 지하에서도 달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수도권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도인 대곡-소사-원시선에도 화물열차가 달릴 예정이므로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정책 협의가 경인축뿐만이 아닌 수도권 전체의 철도 정비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현재 수도권에는, 정부의 수많은 장기구상 철도들과, 경기도 개별 시군에서 추진하는 경량전철들, 새로 지어지는 지하철도 계획(고속철도, 간선철도, 광역철도), 각종 신도시 철도 계획 등이 난립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방치하여 제각각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끼리 미리 조율을 하고 추진한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꼭 필요한 연계노선은 동시에 건설하여 철도 개통의 효과를 최대화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논의하여 효율적인 투자가 되게 할 수 있다. GTX와 고속철도가 노선을 공유하여 비용을 절감한다든지, 신분당선의 북부 연장의 용산 방면과 광화문 방면을 동시에 시행하여 절차를 단순화시키고 개통시기를 앞당기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 경기도가 구상 중인 관내의 다양한 철도노선들 ⓒ 경기도
지방자치제의 취지는 지자체의 정책에 대해 그 지자체가 자주성을 갖는 것이다. 예전처럼 중앙정부에게만 기대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맞지 않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부만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직접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이번 협약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을 발표한 수도권 3개 지자체장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재선을 노리고 있어, 본 협약이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인 철도 교통이 불편하면 그 지자체가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까지 저하된다.
단순히 재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철도를 발전시키는 것은 지자체장들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다. 기존의 칸막이 행정을 버리고 교통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에 나선 수도권 3개 지자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적인 교통정책이 시행되어 더욱 편리한 수도권 교통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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