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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떴다, 대학로 '북적'

[현장] 4·19 민주올레 참석...무죄 판결 뒤 첫 대중 행사 나들이

등록|2010.04.18 18:54 수정|2010.04.19 10:50
[기사수정 : 19일 오전 9시 5분]

▲ 민주올레 ⓒ 이주연


오는 21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수뢰혐의 무죄 판결 뒤 처음으로 대중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 전 총리는 18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4·19 민주올레'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열 맨 앞에 서서 행진했다. 한 전 총리가 참석한 기념식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김진표 최고위원,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 등 각계 인사가 모였다.

또 행사 참석자 300여명 외에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모두 한 전 총리에게 쏠렸다.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지자 정 대표와 이 전 총리 등은 기자들에 밀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경호원들이 나서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야 기념식은 가까스로 시작될 수 있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한명숙 총리와 사진 한 장만..."

▲ 취재진에 둘러싸여 등장한 한명숙 전 총리 ⓒ 이주연



'민주올레' 최초 제안자인 이해찬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국민의 안정과 생명이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보면 이 정부가 얼마나 무능력한 부패 집단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4월 혁명회 정동익 상임의장도 "4월 혁명으로 세운 민주주의가 이명박 정권의 등장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4월 혁명 정신으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9를 기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0 민주올레 운영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이 곳(대학로)에 4·19를 기념할 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다"며 "좋은 서울 시장 뽑아 4·19 유적을 제대로 남겨 교육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한 전 총리의 '인기'는 계속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은 기회를 틈타 한 전 총리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후보자는 고등학생 쯤 돼 보이는 딸을 데리고 와 한 전 총리와 나란히 선 자신을 찍게 했다. 보좌관에게 카메라를 내밀며 사진 촬영을 재촉하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 민주올레 ⓒ 이주연


기념식 뒤 한 전 총리 등은 앞장 서서 이화장으로 향했다. 4·19 민주올레는 마로니에 공원을 기점으로 이화장, 동대문을 거쳐 서울시립미술관까지 16여 곳의 4·19 혁명 유적지를 둘러보는 코스로 계획됐다.

한 전 총리는 주로 이해찬 전 총리,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 등과 나란히 걸으며 가벼운 얘기를 나눴다. 옛 서울대 법대 건물터를 지나던 이 전 총리가 "여기가 법과대가 있던 곳인데, 우리는 근현대사 역사 유적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하자 한 전 총리는 "문화유적을 살려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들 교육에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한명숙 선거 관련 질문엔 "..."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미경 사무총장이 "서울시 유적 복원 관련한 공약을 하나 내셔도 되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그는 "네"라고 짧게만 답했다.

이 전 총리가 "서울지역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며 "특히 20~30대 층이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꺼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문화유적 관련한 공약을 내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한 전 총리는 "곧 다 말할게요"라고만 말했다.

한 전 총리를 향한 취재 경쟁 덕분에 이날 행사는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30여명의 기자들이 한 전 총리를 둘러싸고 이동하면서 행진은 거북이 걸음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다른 일정이 있어 가봐야겠다"며 오후 2시께 서둘러 인사를 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석원선씨는 "한명숙 전 총리 판결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때와 똑같은 매뉴얼로 일이 진행된다고 느꼈다"며 "검찰이 미리 만들어 놓은 판에 짜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주올레 참석자도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라는 것조차 우습다, 없는 사실을 두고 잡아넣었으니 공소 자체가 안 되는 사안"이라고 흥분했다. 그는 "민주개혁진영이 한 전 총리로 후보를 단일화해서 꼭 서울시장에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하야" 플래카드 등장, 경찰과 실랑이

한편 이날 이화장 앞에는 "이 대통령 하야하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해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올레 참석자인 이동훈씨가 4·19 혁명 현장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교련복을 입고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이 대통령'이라는 글자 사이에 '승만'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경찰은 이를 문제삼았다. 행진을 지켜보던 몇몇 경찰관은 이씨에게 "플래카드를 접으라"고 요구했고, 결국 퍼포먼스는 5분 가량 밖에 진행되지 못했다. 

▲ 플래카드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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