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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전교조지!"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등 명단 공개를 보는 현장 조합원의 생각

등록|2010.04.20 09:44 수정|2010.04.20 09:49
"너, 전교조지!"

그렇습니다. 저는 전교조 조합원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국어과 교사 유기창입니다. 저는 교사이기 때문에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었고, 교사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교원 단체이기에 전교조에 가입했습니다.

교사를 처음 시작 한 것이 1981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입니다. 지금처럼 교직을 꿈의 직장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능력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근무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많이 이직을 했지요.

선배들은 하나같이 "교직은 희망이 없다"고 했습니다. 교장, 교감 되지 못한 것을 교육자로 실패한 것처럼 말을 했습니다. 당시엔 '감 오백(교감은 500만 원)', '장 천(교장은 천 만 원)'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기도 했습니다. 교장, 교감에 대한 생각은 처음부터 접고 시작한 교직 생활이었습니다. 평교사로 정년퇴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다는 결심으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교사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 전교조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탄압을 받으면서 보낸 20년의 교직 생활입니다.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이름을 얹어놨기에 파면까지 당했었지요. 어느 권력이나 전교조에 대한 시선은 참 곱지 못했습니다. 특히 부도덕한 정권일수록 그 강도는 심했지요. 1999년 전교조 합법화로 10년 만에 불법의 딱지를 떼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서 다시 10년 전으로 회귀한 기분입니다.

명단이 공개돼 두렵지는 않느냐고요?... 천만에요

▲ 지난해 7월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회복민생살리기 제2차범국민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탄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전교조. 왜 잘못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비난받아 마땅한 일에 대해 늘 겸손해지려고 했던 전교조였습니다. 활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서는 단 한 순간도 떳떳할 수 없는 것이 전교조입니다.

전교조를 향한 비판이 다른 어느 집단보다 더 매섭고 무거웠던 것은 전교조의 도덕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교사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 전교조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 권익을 반납하며 활동한 20년입니다. 늘 약자와 소수자와 함께 하려 했고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 쪽에 서 있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전교조였습니다. 그러한 전교조의 가치를 존중하고 양심과 정의로운 자주적인 교원 단체로서 전교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19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면서까지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아예 없습니다. 또 이름이 밝혀진다고 해서 두려워 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울 일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명단 공개가 법원의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그렇게 밝히지 않으면 안 될 급한 일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교조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전교조 교사 명단을 밝힌 것이라면, 그 또한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교조를 범죄 집단 대하는 듯한 현 정부의 태도를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이 이렇게도 좁을 수 있는가 싶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지적 수준도 천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고, 이 정권이 끝나기를 바라야 할까'라는 참으로 기가 막힌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19일은 '4·19혁명' 50주년입니다. 학생들 앞에서 '오늘'에 대한 생각조차 전하지 못할 정도로 학교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성적이 곧 교육일 수 없음에도 성적 향상을 교육의 전부로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슬픔 현실입니다. 성적에 주눅 들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게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교육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전교조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조전혁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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