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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를 보며 용산 참사를 생각하다

천안함 사고자들을 호명하며 눈물 흘리는 대통령을 보며

등록|2010.04.20 11:36 수정|2010.04.20 11:36
저녁밥을 먹으며 KBS TV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관련 실황 연설이 중계되더군요. 안그래도 천안함 사고로 연일 뒤숭숭한 요즘이라 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하고 밥을 뜨던 수저를 놓고 유심히 보았습니다.

다행히 추가로 사고가 더 발생한 것은 아니고 대통령의 비통한 심정을 국민에게 토로하며 국가위기상황을 맞아 더욱 결속할 것을 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천안함 사고로 사망한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순간 TV 화면이 갑자기 대통령의 얼굴로 꽉 차더니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수십 명의 아까운 젊은이들이 그렇게 어이없이 비통하게 숨져간 사건을 접하며 같은 국민이라면 누구든 연민의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특히나 슬픔에 목메인 사고자들의 부모형제를 볼 때면 내 식구들인 것만 같아 심히 안타깝구요.

천안함 사고가 나자 지차체들의 지역축제도 축소되고, TV의 예능, 오락 프로그램들 방영이 몇 주간 중지되더니 사망자들이 발견되자 대통령의 눈물까지 실황 중계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 길고도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보면서 저는 문득 1년 전 추운 겨울날 용산 참사로 죽어간 시민들이 떠오르네요.
한국의 수도 서울 한가운데에서 국가기관인 경찰의 무모한 진압 과정에서 시민들이 불에 타 죽었는데도, 대통령에게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로 한 마디 못 받은 그들이기에 용산참사는 제게 잊기 힘든 사건이 되었습니다. 죽어서도 대한민국의 국민 취급을 못 받은 그들의 가족들이 이 도시에서 같이 살기에 전철을 타고 용산역을 지날 때면 미안함과 슬픔이 밀려 옵니다.

TV를 키면 나오는 천안함 관련 추모 행사를 볼 때마다 참으로 비통하게도 일 년 전 용산의 어느 건물 위에서 생존권과 주거권을 외치다 죽어간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경찰과 정부, 대통령까지도 사고 당시 사망한 한 명의 경찰관에게만 조의를 표할 뿐 불쌍하게 죽어간 용산 주민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대했나요.

진하게 흐르는 대통령의 눈물을 보며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군인들의 죽음과 서민들의 죽음이 이토록 다른 대접을 받고 있는 사회 상황이 제게는 더 슬프게 다가옵니다. 정부가 줄곳 외치고 있는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에 인간에 대한 연민과 관용은 들어설 수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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