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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회'도 '재건'허믄 맛있어유!"

[맛집 소개] 우여회 전문 '재건식당'

등록|2010.04.20 11:35 수정|2010.04.20 11:35
일요일(18일) 아침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밥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아내가 "오늘은 점심때 '우여회'나 먹으러 가죠"라며 바람을 잡았다. 오랜만에 둘만의 외식이고, 따라가서 먹기만 하면 되니까, 더는 묻고 따질 필요가 없었다.

▲ 군산에서 개정을 지나 나포로 향하는 도로 풍경. 올해는 저온 날씨가 이어져 5월에도 벚꽃을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 조종안


군산에서 웅포대교를 지나 충남 부여로 향하는 국도변 벚나무들이 화사한 얼굴로 방긋방긋 웃고 있었는데, 저온 현상 탓인지 아직도 움츠린 꽃망울들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웠다. 4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차는 시골길로 접어들었고,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해서 아내에게 식당이 어디쯤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화번호랑 이름은 모르고, 병원 식구가 음식이 맛있다고 추천해서 찾아가는 거라며 '양화우체국 앞'이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띨띨한 사람 같으니라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재건식당'의 유래  

▲ 우여회 만드는 '재건식당' 아주머니. 음식 솜씨에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젊었을 때는 예쁘셔서 아저씨가 골치 좀 아팠겠다고 하니까 말도 마시라며 손 사례를 쳤다. ⓒ 조종안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 좁고 한산해서 전형적인 시골 읍내를 떠올리게 했다. 양화우체국에 도착해서 보니까 '재건식당' 간판이 정면으로 보였다. 아내가 얘기하는 식당이 맞는 것 같은데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좋은 이름 다 놔두고 '재건식당'이라니.

아내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걸 보니까 찾으려고 했던 식당이 맞는 모양이었다. 해서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물을 열고 발을 들여놓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밖에서의 생각을 180도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비싼 향수냄새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냄새에 유혹되어 빠져들어 갔다. 어느 식당이든 김치 하나만 맛있으면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야릇한 냄새가 미각을 자극했다.

옛날 잔칫집 부엌? 아니면 70년대에 단골로 다니던 일식집 주방에서 풍기던 냄새와 비슷했다. 해서 "음식 냄새가 좋은 걸 보니까, 우여회도 시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대전에서 왔다는 아저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멋있는 이름이 수두룩한데 '재건식당'이라고 한 이유라도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아주머니가 몸을 갑자기 돌렸다. 그러고는 똑바로 서서 오른손을 번쩍 들어 이마에 붙이면서 "충성! 재건합시다!"하는 것이었다.

"옛날이는 인사를 '재건합시다!'라고 혔잖유. 그때 경기도에서 일로 시집와가꼬 식당을 개업혔는디 장사도 '재건'허는 맘으로 허자는 뜻에서 '재건식당'으로 혔쥬. 이름이 좋잖유. 저냥반도 좋다고 혀서 지금까지 허고 있응게유. 재건허니까 음식도 맛있고 손님도 많은 것 같어유. 가만있자 장사 시작헌지가 벌써 50년이 다 되야가는 게비네···."

식당 아주머니가 말하는 '우여회'

몸이 가늘고 미끈하게 빠진 '우여'는 모양이 갈대와 같아 위어(葦魚)라고도 하며, 날씬한 몸에서 빛이 난다고 해서 웅어(熊漁)로 불리기도 하는데, 옛날부터 서해로 흐르는 강변에서 많이 잡히던 흔한 물고기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몸이 나른해지고 밥맛이 없어지는 봄철에 갓 잡아온 우여를 석쇠에 올려놓고 소금을 뿌려가며 많이도 구워먹었다. 가시가 많았지만 부드러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라져 그 고소한 맛을 잊고 있었는데 반가웠다.

▲ 사과, 오이, 배추 등 각종 야채와 함께 올라온 ‘우여 양념회’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 조종안


▲ 우여회를 김에 올려놓은 모습(상단 왼쪽) 시계방향으로 갓김치, 파무침, 미나리무침인데, 고소한 콩나물 무침과 깻잎, 단무지도 빼놓을 수 없는 밑반찬이었다. ⓒ 조종안


아주머니는 우여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냥 썰어서 회로 먹는 것보다는 싱싱한 사과와 야채에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김, 오이, 사과 등과 싸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고, 미역국을 곁들이면 더 좋다고 했다.

상에 차려진 우여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다가, 아주머니가 알려준 방식으로 먹어보니까 각종 야채의 싱그러운 맛, 미나리 특유의 개운한 맛, 우여의 고소한 맛, 김의 향긋한 냄새가 어우러지면서 식욕을 돋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금방 버무린 갓김치와 미나리 무침은 독특한 향과 싱그러운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우여회, 김, 미역국 등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며 입안에 착착 감겼다.

▲ 우여회 비빔밥. 맛도 있지만, 과일과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 고단백에 비만 방지에도 좋다고 한다. ⓒ 조종안


▲ 재건식당 대표 반찬 미역국. 간장과 미역이 좋아야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 점심은 미역국으로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 조종안


절반쯤 먹고 남은 우여회는 뜨거운 밥에 비벼먹었는데 '먹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들기름과 가루 김의 향긋함이 맛을 배가시켰는데, 빨리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코를 톡 쏘는 개운한 파김치가 더해지니까, 유명한 '준치회 덮밥'이 질투하다 울고 갈 정도로 맛이 그만이었다. 

아주머니에게 경기도에서 시집오셨다면서 어떻게 전라도 음식 맛을 잘 내고 사투리도 많이 쓰느냐고 했더니, 옛날에는 친정에 가면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가 원인이었는데 다행히 음식 솜씨로 모든 약점을 막아낼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역국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미역국을 곁들이면 맛있다는 얘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처음엔 미역국을 얼마나 맛있게 끓이면 저렇게 자신 있어 하나 했다. 그런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개운하기 이를 데 없는 미역국은 쇠고기도, 멸치도 넣지 않고 맛좋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췄다는 것이다. 솜씨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역국처럼 감칠맛 나는 아저씨, 아주머니

말없이 앉아 바닥을 닦기만 하던 아저씨가 말문이 트였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로 가서는 '오디'로 담근 술이라며 가져와 한 잔 드시라며 권했다. 고마웠지만 낮이라서 정중히 사양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가 서운한 표정을 짓는 아저씨를 보니까 인사로라도 한 잔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술을 한 잔 마셔야 겠네요!"라고 했더니 장터에서 반가운 술친구를 만난 양반처럼 얼른 다가와 따라주며 "오디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 모르시는 모양인디유!"라며 책망하듯 말했다.

아저씨는 우여회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옛날 백제 임금은 봄철에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이 없으면 어명으로 "오늘 수라상은 '우여회'로 준비 허거라!"라고 했다면서 "사장님도 다음에 오믄 임금님처럼 주문혀보셔유"라며 웃었다. 우여회뿐 아니라 말도 미역국처럼 감칠맛 나는 아저씨, 아주머니였다.    

저녁 때는 예약하고 가야

▲ 양화우체국에서 바라본 ‘재건식당’. 충남에 있는 식당이면서 전라도 특유의 개운한 맛을 고수하고 있었다. ⓒ 조종안


 
우여회 한 대접에 3만 원. 공깃밥 두 개 2천 원 해서 3만 2천 원을 내고 맛있게 배불리 먹었는데 조금 비싼 것 같았다. 기본 상차림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는데, 세 명이 먹으면 양으로나 가격으로나 적당할 것 같았다. 공깃밥 한 그릇 값 1천 원만 추가하면 되니까.
 
45년 전 경기도에서 충청도로 시집와서 지금까지 식당을 하고 있다는 아주머니, 그는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두었고, 모두 출가시키고 늙은이 둘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나이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언제 시간이 나면 또 오겠다고 하니까 아주머니는 "쫌 쉬고 싶어도 손님들이 전화 혀 싸서 문을 닫을 수가 없어유"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점심때는 괜찮지만, 저녁에 오려면 전화로 예약하고 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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