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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도 못하는 장애인, 전도도 하지 말라?

[서평] <장애신학>, 장애인 내쫓는 교회의 '영적 장애'를 향한 일침

등록|2010.04.20 15:22 수정|2010.04.20 15:22
<장애신학>은 교회를 떠나버린, 떠나려는 '그들'을 위한 책이다.

손떨림이 심하다는 이유로 성찬식 참여를 거부당한 뇌성마비 보람이, 말 한마디 못하는 지적장애라는 이유로 세례를 받지 못한 정민이,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도 성가대 지휘봉을 잡으려 했지만 혐오감을 준다며 거절당한 강준면 집사, '아직도 해결 받지 못한 죄가 있나봐'하고 수근대는 믿음 좋은 권사님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다운증후군 장애아 찬수의 어머니, 아들의 루게릭병을 위해 신유 집회란 집회는 다 찾아다녔으나 바친 헌금 액수를 보고 '이 정도 가지고 하나님이 감동하시겠어'라고 빈정대는 목사의 말에 교회를 떠나버린 조영선 권사가 바로 <장애신학>의 저자인 김홍덕 목사(조이장애선교센터)가 밝힌 '그들'이다.

김홍덕 목사는 장애인들이 교회를 찾지 않은 것이 아니라, 교회가 장애인을 교회 밖으로 밀어냈다고 했다. 교회 내에 산재해 있는 비호감과 편견, 바르지 못한 신학적 태도라는 가시들에 찔려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일학교 교사도 못하는 장애인 전도하지마'

▲ 김홍덕 목사의 <장애신학> ⓒ 도서출판 대장간

효율성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기능주의적인 관점에 오염된 교회에 장애인은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생산성이 없고 돈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예전에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주변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가 있다. '장애인들은 많이 전도해 와도 도움이 안 된다. 헌금도 못하고 주일학교 교사도 못한다. 오히려 구제헌금을 해야 하니 부담이 된다' 등등. 더 심한 말도 들었다. '장애인이 교회에 들락거리면 아까운 고기(?)들을 놓칠 수 있다'는 말이다. 장애인을 혐오하는 일반 교인 중에 돈 많은 실력자, 즉 '아까운 고기'를 놓칠까봐 장애인의 교회 접근을 은영 중에 막았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장애인의 멍에를 함께 나눠져야 할 교회가 오히려 연자 맷돌을 매달아 장애인들을 물에 빠뜨리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이 '사람 구실'을 못한다는 것은 둘째 치고 하나님의 '자녀 구실'도 못한다고 여긴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 구실이란 게 무엇인가. 돈으로, 건강으로, 학식으로 권력으로 보란 듯이 사는 삶을 말한다.

"그런 기준으로 말하니까 우리 장애인들은 하나님의 자녀 구실에도 실격되고 만다. 건강하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서 돈도 벌지 못하고 권력도 잡지 못하는 처지가 되니 무엇으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성경도 읽지 못하고 기도도 할 줄 모르는 우리 지적 장애인들은 사람 구실은커녕 하나님 자녀 구실도 못하는 셈이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사람들의 눈에 불쌍하게 보이고 그들의 동정심을 유발시켜 적선과 선행을 가르치는 보조 학습 교재 정도일까." - 본문 중에서

"쯧쯧,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을 향해 '무슨 죄를 지었기에',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속단하며, 책임을 장애인 본인에게 돌리고 손을 털어 버린다. 장애인들을 차별과 편견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야 할 교회가 장애를 죄로 인해 하나님께 받은 천벌쯤으로 여기며, 오히려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설마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게다. 하지만 얼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인 밥 마셜(윌리엄 카운티) 의원은 낙태 시술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장애 어린이는 하나님의 처벌을 받은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한인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수년 전 뉴욕에서 있었던 일이다. 장애인선교단체가 어느 교회에 사용 허가를 요청했는데, 그 교회 목회자가 "부정한 사람은 단에 올라갈 수 없다"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장애인이 있으면 정상적인 교인들에게 은혜가 된다'는 생각도 효율성의 기준으로 장애인을 판단하는 기능주의적인 관점의 또 다른 면일 뿐이다.

"장애인들을 통해 은혜를 많이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말문이 닫혀버렸다. 장애 사역을 한다는 교회조차 장애인과 함께하는 진정한 신앙 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함이 아니라 여전히 장애인들은 일반 교인들의 유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고 안타깝기만 했다." - 본문 중에서

장애신학의 부재가 초래한 비극

김 목사는 <장애신학>을 통해 그간 교회 내에서 한구석으로 밀어두고 좀처럼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질문들과 마주한다. '과연 장애는 죄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벌인가', '장애인은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받은 부정한 사람인가', '열심히 기도하는데 치유되지 않는 건 믿음이 부족해서일까' 등등.

장애인을 향한 한국 교회의 천박한 인식의 배경에는 '장애신학의 부재 혹은 결핍'이 있다고 김 목사는 진단했다. 그는 대부분 혼용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장애신학'과 '장애인신학'을 구별했다. "성경은 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장애신학은 장애 이미지를 통해 하나님의 속성을 발견하는 작업이며, 하나님과 그의 백성과의 언약 관계를 사람의 몸의 건강을 통해 추정해보는 관계 건강성을 측정하는 작업"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역사서를 예로 들었다. 장애인이 이스라엘 나라의 운명을 암시해 주는 메타포로 쓰이기도 하고, 장애라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하나님과 그의 백성과의 영적인 관계를 조명해주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사람이 신학의 중심인 장애인신학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성경의 특정 내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장애신학은 "장애 모티브를 통해 하나님나라 속성을 말해주고 현재의 장애인들을 통해서도 하나님나라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신학'이 가진 한계를 '장애신학'이 극복한 점도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장애인이 교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질문 자체가 이미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비장애인이 교회에 있어야 하는 이유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신학이 따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신학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어 적용되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이에 김 목사는 "소위 능력 있고 완전하다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신학을 규명하다보니 장애인들에게 편파적이고 무관심한 신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대답했다.

"기독교 역사상 지금까지 한 번도 주류 신학자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교회의 편견과 태도를 수정하기 위해 신학적으로 진지한 체계적인 시도를 한 적이 없다. 이로 말미암아 장애인들이 아직도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가장 큰 마이너리티로 남게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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