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진항 개발' 실체있나, 오버인가

평화재단 '중국의 장길도 개발계획과 북중 경협의 향방' 포럼

등록|2010.04.21 08:20 수정|2010.04.23 09:48

▲ 윤승현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교수가 평화재단이 20일 서울 서초당의 재단 강당에서 연 '중국의 장길도(창지투) 개발계획과 북중경협의 향방'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황방열


중국과 러시아의 라진항 부두이용권 확보, 훈춘-라진간 고속도로 건설, 라진항을 통한 훈춘의 석탄 수송 등 북한의 라진항 개발에 대한 소식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으나 실제 진척상태보다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20일 평화재단이 서울 서초당의 재단 강당에서 연 '중국의 장길도(창지투) 개발계획과 북중경협의 향방' 포럼에 참석한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창리그룹은 나진항 1호부두의 선석(선박 작업 공간)중 하나를 북한의 강성무역과 함께 공동운영권을 확보한 것인데 이런 사례는 거의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진항은 배후지가 없고 전력이 부족하며, 하역작업을 위한 크레인을 설치할 경우 바닥에 균열이 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중국이 하겠다는 대량운반이 불가능하다"면서 "중국이 나진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신설이 아니라 보수정도"라고 말했다.

백호성 동춘항운 회장도 "라진항 개발에 대한 보도는 오버된 게 많다"면서 "러시아가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3호부두에 대해서는 러시아 철도공사와 한국이 합작한 뒤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다시 합작했는데, 여기서 자금줄인 한국이 빠지면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접근은 보수수준, 개발접근은 아닌 상황"

이날 발제자인 윤승현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교수 역시 "라진항 1호부두의 경우 항구의 SOC문제, 석탄 저장과 유통 등의 채산성 문제 때문에 이를 이용한 석탄 수송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 않을까 한다"면서 "북한이 (중국에 대해) 도로 등 SOC에 투자를 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보수수준이지 전향적인 개발접근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 라진항 현황(윤승현 교수 파워프린트 발제 자료에서) ⓒ


그러나 윤 교수는 "단면을 잘라보면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고 있고, 이전부터 논의된 계획안이 나오는 것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크게보면 진행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북중관계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남북한 경제공동체 및 통일 한반도의 실현은 북중 경제협력을 배제하고는 불가능하다"면서 "열린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상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과 다양한 양자간 협력, 다자간 협력, 국제협력 사업을 동시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프라 대가로 고대사왜곡 의도 의혹도 제기

또 다른 발제자인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창지투 계획은 북한의 핵실험이 계기가 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북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경제협력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지린성과 흑룡강에서 잔치를 벌이면 냄새가 퍼져나갈 것이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의 동북진흥계획과 창지투개발계획이 경제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리용희 주장이 지난 3월 옌벤자치주를 옌볜시로 조정하기를 원한다고 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창지투의 전략적 목표는 옌볜자치주 해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2009년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전후해 만리장성의 동단을 단둥의 호산성으로 당기고 랴오닝성 본계시 박물관의 제3소주제관을 통해 한사군의 위치를 청천강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난과 김정일 위원장 후계체제문제 등으로 북한이 취약한 상황에서 대대적 인프라사업에 대한 대가로  한국 고대사에 대한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왼쪽 네번째)이 평화재단이 20일 서울 서초당의 재단 강당에서 연 '중국의 장길도(창지투) 개발계획과 북중경협의 향방'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 황방열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의 관계문제에 대해 "남한은 북한내부에 재산과 인력이 없는데 중국은 이것이 있다면 이후 어떤 상황에서 개입여지는 훨씬 줄어든다"면서 "현 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며 남북경협을 방치하는 것은 남북경제공동체건설이라는 중장기과제와 충돌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