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후기 사진을 재편집했습니다. ⓒ 박준규
여름철에 찐옥수수를 판매해 생계유지를 하는 한 결손가정을 찾은 인터넷 봉사카페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 아침, 회원들은 매달 모이는 장소에 집합해 이날의 봉사일정을 얘기하며 장을 봤다. 장을 본다지만 실제 구입하는 것은 회원들과 그 가정의 식구들이 함께 먹을 점심거리 재료와 과일이 대부분. 이날의 점심메뉴는 닭백숙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과자는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한 회원이 한 박스 가지고 왔고 부득이 참여를 하지 못한 회원들 중 한 분은 그 가정의 딸아이가 입을 옷 몇 벌을 보내오기도 했다.
회원들이 찾은 곳은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가정으로 80대 노모(老母),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며느리와 아이들이 네 명이 살고 있는 곳이다. 아이들 중 두 명의 아들은 지적장애를 가졌고 한 아들과 딸아이는 비장애인이다.
이중 장애를 가진 두 아이들은 춘천따세 회원들의 도움으로 춘천에 위치한 한 특수학교에 입학해 생활하며 회원들이 방문하는 한 달에 한번 씩 집으로 돌아와 1박을 하고 다시 입소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점심 한 끼도 아름다운 추억
이 가정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할머님 혼자다. 때문에 할머님은 옥수수를 심어서 여름철에 내다팔아 생활비에 보태지만 80세 연세에 힘이 부쳐 옥수수를 심기조차 버거워 하신다. 이를 돕기 위해 따세 회원들이 찾아간 것이다.
오전 10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할머님은 동네 야산으로 나물 캐러 가시고 집 안엔 어린 딸아이, 지적장애를 가진 엄마와 아들이 있었다. 여성회원들은 잠시 방으로 들어가 짐정리를 하고 남자회원은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
잠시 후, 나물바구니를 든 할머님과 집 울타리를 칠 나뭇가지를 잔뜩 들고 집으로 들어서는 회원. 이렇게 그 가족들과 회원들의 상봉이 이뤄졌다.
매달 찾아뵙는 회원들이지만 언제나 당신의 손자. 손녀처럼 대해 주시는 할머님 얼굴과 해맑은 아이들, 그리고 지능은 낮지만 회원들과 정이 들어 반가워하는 아이들 엄마의 얼굴엔 휴일의 편안함 같은 미소들이 번졌다.
모두 방으로 들어가 간단히 청소를 하고 십시일반 준비해 간 재료들로 점심준비 부터 시작했다. 이날 메뉴는 닭백숙. 여성회원들과 할머님은 음식을 하고 남자회원들은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가전제품을 고치며 오전 한때를 보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푸짐한 닭백숙이 완성되고 할머님께서 조금 전에 캐 오신 산나물이 새콤달콤하게 무쳐져 큰 밥상 위를 가득 채웠다. 모두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라서인지 그 많아 보이던 닭백숙과 산나물, 그리고 도심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던 시골반찬들이 순식간 바닥을 드러내 점심 한 끼에도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올여름, 옥수수 풍작을 바라며
식사 후, 회원들은 본격적인 옥수수 심기에 돌입했다. 평소보다 적은 참여로 인원이 부족해 걱정을 했는데 점심 후 2명의 회원들이 추가로 가세해 힘을 보탰다.
길가에 위치한 텅 빈 밭은 회원들 6명이 갈고 씨앗을 뿌리기엔 너무 넓어보였다. 순간 회원들의 얼굴은 굳어졌으나 할머님과 아직은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아이들까지 힘을 합하자 어느새 모두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채 일구지도 않은 맨 땅에 옥수수 심기란 생각보다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했다. 작업순서를 설명하자면 땅 일구기, 비료뿌리기, 옥수수 씨앗 뿌리기, 흙 메우기 순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는 것.
이에 회원들은 조(?)를 나눠 작업을 진행했다. 즉, 몇 사람을 밭을 일구고 몇 사람은 뒤따라 비료와 옥수수 씨앗을 뿌리고 가나면 나머지 뒷사람들이 흙을 메우며 따라가는 방법으로 작업을 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처음 해보는 회원도 있었으나 생각보다 쉽고 체계적인 작업에 힘들어 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점심 먹은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새참을 찾는 회원이 나오고 이를 이미 눈치 채신 할머님은 점심을 마친 후 고구마를 쪄서 우유와 함께 짧은 새참시간까지 만들어 주셨다.
새참 후,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나니 그 넓어 보이던 맨 땅들이 밭의 모양이 돼 있었다. 물론 작업이 무사히 끝날 때까지는 할머님의 솔선수범에서 오는 감동과 비록 지능은 낮지만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아이들의 순수함이 회원들에게 오히려 힘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해가 야산 뒤로 넘어갈 때 쯤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니 "아, 산에서 굴러 떨어진 것 같아", "난, 골프 천 타 친 것 같아" 등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왔지만 탄식을 한 회원들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일주일 동안 일하고 하루 쯤 푹 쉬고 싶었을 모든 회원들은 타 지역까지 원정을 가서 한나절 구슬땀을 흘리고 자신들이 심은 옥수수가 잘 자라서 할머님 댁에 작은 보탬이 되어 주기를 모두들 바랐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특수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은 할머니와 동생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지만 따뜻한 세상 만들기 회원들로 인해 다음 달이면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이젠 이별 아닌 이별에도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종일 수고한 회원들에게 연신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하는 할머님과 그 가족을 등지고 회원들은 다음 달을 기약하며 아이들 둘을 태워 춘천으로 돌아갔다.
▲ 카페 후기 사진을 재편집했습니다. ⓒ 박준규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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