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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이효리, 그녀가 들려주는 새로운 스타일이란?

[음반의 재발견17] '이효리'의 새로운 음악적 지향점, 4집 < H-Logic >

등록|2010.04.23 20:22 수정|2010.04.23 20:59

▲ 4집 [H-Logic]를 들고 컴백을 완료한 '이효리'. ⓒ 엠넷미디어


미디어를 통해 보던 이효리의 모습은 참으로 이중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마치 옆집에 사는 털털한 누나의 모습을 보이는 모습과 무대에서 10분 만에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도발적이고도 섹시한 노래를 불러 보이는 그 이중적인 모습은, 마치 한 여성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던 믿음을 배신하는, 그래서 언제까지나 이해하기 힘든 신비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사생활을 완전히 오픈하고 나아가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로 다가오지만, 그것은 이효리라는 연예인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그러한 점은 남성들의 원초적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데, 이렇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매력은 그녀가 계속 '슈퍼스타'로 군림하게 만드는 강력한 축이다.

낮에는 청순한 얼굴로 내 옆에서 같이 웃고 떠들던 한 직장동료가, 밤이 되면 클럽에서 그 누구보다 멋진 모습으로 남성들을 애송이로 여기며 무대에 선다는 콘셉트의 이중적인 매력. 대한민국 단 하나의 매력, 그녀가 바로 슈퍼스타 이효리다.

'이효리'의 4집 [H-Logic]

▲ 이효리 4집 [H-Logic] ⓒ 엠넷미디어

그런 그녀의 신보인 4집 < H-Logic >은 그야말로 음악에 있어서 이효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정확히 찌른 음반이다. 4집의 기획부터 프로듀싱까지 그녀가 직접 총괄했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이 음반을 듣는 것은 이효리라는 한 댄스 가수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것이 음악적 완성도가 있는 것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이 음반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그곳에서 출발한다. 댄스가수로서의 이효리, 뮤지션으로서의 이효리. 그리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효리가 합쳐지는 그 출발점 말이다.

물론 그러한 그녀의 출발점에 대해 혹자는 해외의 여성 댄스 가수들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국내에 전달하는 수준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이효리의 트렌드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집중되기에는,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늘 한계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4집에 실린 몇몇 곡들이 애니 레녹스(Annie Lennox)나 그리스 민요의 샘플링에 의해 탄생됐다는 이야기나, 그와 관련하여 릴 프레셔스(Lil Precious)나 일렉트로뱀프(Electrovamp)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딱히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에 대한 고민은 그녀도 충분히 인지하고, 또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누구나 비슷하게 날 따라한다', '허락도 없이 내 이름을 사용한다'는 표현은 자신감이자 새로움에 대한 강박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그런 의미에서 과거 그녀가 김도현과 함께 작업했던 'Get Ya'에서 겪었던 표절논란이 얼마나 뼈아팠던 것이었을까 충분히 예상되는 지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의 면면을 보면, 그동안 이효리의 음반에 참여했던 국내 작곡자들의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바누스(Bahnus)와 라이언 전(Ryan Jhun)과의 작업을 통해 그간 스스로 굳어졌던 국내에서의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부수려는 시도는, 그녀가 슈퍼스타란 자리에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또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과가 어쨌든 간에 그것은 어떤 비난에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힙합이라는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그녀의 이번 음반은 다분히 현 가요시장의 트렌드와는 차이가 있다. 이번 음반에서 대중들이 어떠한 거리감을 느낀다면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며, 그녀가 대세인 보코더를 지양한 점도 아마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타이틀인 'Chitty Chitty Bang Bang' 역시 그 강력한 사운드가 일단 대중의 귀를 휘어잡는다. 그간 이효리가 보여줬던 스타일에서 진일보한 사운드다. 또한 원하는 힙합사운드를 내기 위해 정글엔터테인먼트 소속사 뮤지션들과 협연하는 부분과,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피처링 작업 역시 괜찮은 욕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번 음반을 위해 자그마치 500여 곡의 데모를 받아 음악을 들었다는 그녀는, 그렇게 완벽함을 이번 음반에 실으려고 상당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오랜 장고가 항상 모든 것을 뒤엎는 멋진 한수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번 음반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만은 분명하다. 걸 그룹부터 시작하여 오랜 시간 여자 댄스 가수로, 그리고 슈퍼스타의 자리에서 자신의 음악적 완벽함을 끝없이 추구한다는 그의 자세는 이 음반이 가지는 또 하나의 가치인 것이다.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이중적인 잣대

▲ 그녀의 이중적인 매력은 대중들의 이중적인 잣대로 귀결된다. ⓒ 엠넷미디어


대중들은 그녀에게 언제나 첨단을 요구한다. 현재 나아가 있는 음악성의 끝, 그리고 스타일을 요구한다. 그것이 이효리라 믿기 때문이고, 그러한 점이 우리가 예능이 아닌 무대에서 보고 싶은 이효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이 이중적이듯, 대중들도 그녀를 이중으로 바라본다. 한없이 너그러울 때도 있지만, 또한 그 누구보다 매몰차다.

물론 그것이 슈퍼스타가 스스로 감내해야 될 부분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몰아세우기엔, 그렇게 그녀의 노력이 빛바래지기엔 너무 이른 것은 아닌가 하고 반문한다. 백퍼센트를 다 만족시키는 최고는 아닐지언정,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열정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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