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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가 초등생을 고3 수험생으로 만들었다

등록|2010.04.24 15:35 수정|2010.04.24 19:13
나는 지난해 일제고사 최상위 성적을 받은 충북, 청주 교육현장에 있는 초등교사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고 답답한 요즘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요즘은 고3 수험생 같다. 우리학교는 7월 일제고사를 위해서 월말평가를 보고 있다. 이제 6학년 뿐 아니라 전학년이 시험을 본다. 청주에서 월말평가를 보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춧다. 초등학교 7,8,9교시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놀토에 나와서 공부하는 학교까지 있을 정도다.

어쩌면 초등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 있는 학교가 생겨야 "정말?"하며 놀랄지도 모르겠다.

목표 점수를 써야 하는 교사

청주교육장이 들고 다니는 학교별 성적표(교육장이 학교를 돌며 잘 한 학교는 칭찬하고 못한 학교는 이번에 더 올리라고 하면서 학교방문을 하셨단다.) 우리학교는 충북에서 최하위권이라 말씀도 더 듣고 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셨단다.

우리학교는 학교관리자가 반별, 학년별 성적표를 갖고 있고 그리고 이제 아이들은 이번 시험에서 각 과목별로 몇점 올릴지 쓰고 교사도 이번시험 목표 점수를 쓴다. 얼마나 과목마다 아이들 반평균 점수를 올릴수 있을지.(이건 작년 옥천교육청에서 행해졌던 선진 사례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청주 ㅎ 초등학교는 OMR 카드로 시험을 보고 있다. 그 학교는 이제 학년에서 학년석차도 낸다고 한다. 중학교에서나 고등학교에서 하는 일을 이제 고스란히 초등학교에서 시작하고 있고 이제 6학년 뿐 아니라 저학년으로까지 이런 일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청주시교육청은 또 4월 23일 6학년에게 문제를 내보내서 4월 말까지 평가해서 결과를 제출하라고 한다. 대개 학교는 요즘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평가로 4월에는 지필평가를 2번이나 하게 됐다. 그것도 미리 계획해서 알려주었더라면 중간고사나 이번시험중에 하나만 보면 될 것을 일주일만에 한번 더 평가하고 결과까지 제출하란다. 시험범위는 또한 교육청 마음대로 정해놓았다. 교사마다 진도가 차이가 조금씩 나서 일주일만에 시험범위까지 다배우고 평가에 결과까지 제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5월까지는 1학기 진도를 다 빼고 6,7월은 문제풀이의 복습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교육청에서 흘리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공부 못하는 아이는 특수교육아동

그래서 어느 학교는 실과, 체육, 미술은 교육과정엔 있지만 실제로 잘 가르치지 않고 진도를 뺀다. 우리학교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학교에 오래 남기는 것을 학부모들이 어느정도 이해하고 동의하신다. 하지만 가정환경이 좋아 관심이 더 많은 부모는 학교에 오래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학교는 학교에 오래 남길 수 없으니 쉬는 시간을 더욱 줄여 공부를 가르친다.

일제고사의 학력신장의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극단적 파행이 일어나고 있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학습부진아)는 특수교육아동으로 분류해서 시험에서 제외하게 하고 중간의 보통학력의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계속 풀려서 성적을 올리게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충북은 7월이 끝이 아니다. 11월에 있을 도평가에서 또 학교별 성적을 비교하기 때문에 이런 파행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학교 평가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이렇게 그렇게 안 할수가 없다. 우리의 초등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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