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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수녀 앞에 선 '4대강 사업 찬성-반대'

천주교 마산교구 '4대강 사업 설명회' 열어...정부 관계자- 대학교수 각각 발제

등록|2010.04.27 18:56 수정|2010.04.28 10:00
4대강 정비 사업 찬성·반대론자들이 천주교 신부·수녀·수사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천주교 마산교구(교구장 안명옥 주교)가 마련한 '4대강사업 설명회'가 27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열렸다.

정부 측에서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사업추진본부장과 이재현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반대 측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와 김정욱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가 각각 발제했다.

▲ 천주교 마산교구는 27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4대강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김정욱 서울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 윤성효


▲ 천주교 마산교구는 27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4대강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 윤성효


'토론회'가 아닌 '설명회'로 열렸는데, 심 본부장과 이 청장이 설명하고 뒤이어 박·김 교수가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는 박창균 신부의 사회로 열렸으며, 마지막에 발제자들은 신부와 수녀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형수 몬시뇰(천주교 마산교구 총대리)은 "우리는 성직자와 수도자이지만 4대강사업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 권리가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설명을 잘 듣고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명필 본부장 "강은 연중 유량 차이 커 몸살 앓아"

▲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 윤성효

심명필 본부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강은 갈수기 때 바닥이 드러나고 홍수 때 물에 잠기고 쓰레기가 내려오는데 모두 국민 책임이다"며 "강의 물은 여름에 몰려 있다. 최대최소유량을 따져보니 168배나 차이가 난다. 라인강은 그 차이가 18배, 템즈강은 8배다. 연중 유량 차이라 강이 몸살을 앓는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물 확보'와 '환경개선' '홍수예방'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 본부장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데 공사하면서 일부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생명을 살리는 사업이다"면서 "생태하천 214곳과 생태습지 35곳을 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살리기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 반대하려면 하고 있는 사업을 반대해야지, 이미 폐기된 사업(운하)을 반대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비닐하우스 등 둔치농사를 정리해야 하는데 어느 정부에서도 할 수 없었다. 보상도 해주면서 지금은 많은 부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설과 관련해 그는 "이중으로 오탁방지막을 설치했는데, 50% 정도는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흙을 저지대에 쌓아 나중에 농사를 짓게 해서 땅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 본부장은 "현재 4대강사업은 전체적으로 10% 정도 공정을 보이고 있다. 올해 우기가 오기 전에 30% 정도 마치고 연말까지 60%를 마치며 내년까지 완공할 것"이라며 "왜 빠르게 하느냐고 하는데, 공사 특성상 일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이 죽었느냐는 물음에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는데, 완전히 죽은 강은 아니고 일부 죽고 방치되어 있다. 강을 살리자는 사업이다"면서 "온 국민이 보고 있는데 생태를 파괴할 수 없다. 긍정적으로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수질과 관련해 그는 "보는 저수조 부분만 막지 강 전체를 막는 게 아니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수질이 악화된다고 하는데, 그 말은 30년 전의 상황이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강에 많은 보나 댐이 있지만 서울시민이 수질 악화로 물을 못 먹는다는 말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 "갈수기 때 수질악화 반복"

▲ 이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 ⓒ 윤성효

이재현 청장은 환경영향평가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낙동강 환경영향을 책임지고 있다. 영향은 예측가능한 부분에서 하는 것이다. 사후 공사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부분은 시공하면서 감시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낙동강 수량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낙동강은 물그릇이 없다. 유지 수량 확보가 어렵다. 보는 물그릇 확보다. 물이 없는데 어떻게 생태를 살릴 수 있나. 어느 정도 물은 있어야 한다. 갈수기 때마다 수질 악화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비만 오면 쓰레기가 함께 쌓이는데, 퇴적층은 당연히 죽어가는 강이 된다. 유지 수량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그릇 확보를 위해서는 준설을 해야 한다. 위로 둑을 쌓을 수 없으니 밑으로 파는 것"이라며 "수생태계를 좋게 하기 위해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질과 관련해 그는 "낙동강 하구둑이 생기고 나서 퇴적물이 쌓였고 조류가 생겼다. 그 뒤 낙동강특별관리법으로 투자해서 수질을 개선했다. 지금은 조류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준설은 직경으로 하는 게 아니고 완만하게 한다", "낙동강사업으로 인해 습지와 수생태는 훨씬 '그린화'할 것이다", "최첨단 시설을 가동하면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천주교 마산교구가 27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연 '4대강 사업 설명회'에는 신부와 수녀, 수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 윤성효


박창근 교수 "과연 제대로 된 국책사업이냐"

▲ 박창근 관동대 교수. ⓒ 윤성효

박창근 교수는 예산 문제부터 따졌다. 2008년 12월 4대강하천 정비 때 14조 원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2009년 6월 4대강프로젝트 때는 22조가 들어간다고 했다는 것. 박 교수는 "6개월 사이 2배로 예산이 늘어났는데, 과연 제대로 된 국책사업이냐"고 물었다.

수량 확보 주장과 관련해 그는 "부산~안동 구간이 320㎞인데, 정부 방침대로 하면 보를 통해 총 4.4억톤의 물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강을 폭 240m에 평균 6m 깊이로 파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2009년 6월 국회 토론회 뒤 4대강사업 계획에 참여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창완 박사는 '준설해놓고 보니 10억톤의 물이 확보되었다'고 했다. 물이 부족하니까 확보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준설하고 나니까 물이 확보되었다는 것이다.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지역은 물 부족이 아니다. 물 확보와 수질개선이라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취수원 이전 계획을 왜 세우나. 부산과 동부경남권의 취수원은 낙동강에서 남강댐으로 이전하려 하고, 대구의 취수원은 안동으로 옮기려고 한다"면서 "4대강사업으로 깨끗한 물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왜 취수원을 옮기나. 유엔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라고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본류에 보를 설치해서 홍수조절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백사장은 수천수만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준 자산이다. 한강에 신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를 만든 뒤 하천 바닥은 시커멓게 변했고 물고기가 살지 않아 서울시는 나중에 한강에 '인공산란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무총리실에서 낸 자료 가운데 하천정비사업 형태와 관련해서 보니, 4대강사업은 운하라는 의심을 받을 만한 부분이 있더라"고 덧붙였다.

낙동강 하구언과 관련해, 그는 "1987년 준공 뒤 엄청난 녹조가 발생했다. 1990년부터 해마다 20억원을 들여 준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가 생기면 녹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적으로 보면, 보에 의해 물 흐름이 차단되면 낙동강은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된다"면서 "강의 기준에 의해 환경영향평가를 했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천은 '제방 후퇴'와 '강변 저류지 조성', '습지 보전·복원' 등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문제점을 지적하면 들어야 한다. 그런데 공청회를 형식적으로 하고 국민 참여를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3월 26일 나온 <사이언스>지는 4대강사업을 '쓸데 없는 사업'이라 했으며, 최근 방한했던 UNEP 관계자는 '국민들과 충분한 의사 소통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정부측에서 내놓은 4대강사업 보고서는 억지춘향이며 상식부재이고,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 교수 "선진국과 반대로 가는 'MB 스타일'"

▲ 김정욱 서울대 교수. ⓒ 윤성효

김정욱 교수는 웃음을 자아내는 발언을 하면서 4대강 사업 반대 주장을 폈다. 그는 "양재천에 하천정비사업을 했다가 문제가 많아 얼마 전에 콘크리트를 거둬냈더니 복원되었다. 외국도 하천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한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것을 'MB 스타일'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물을 맑게 하려면 오염 원인을 없애야 한다. 줄줄이 댐을 쌓아 놓고 전기를 통해 수문을 개방하려고 한다. 지금은 안동에서 부산까지 물이 흘러가는데 20일 정도 걸리는데 4대강 사업을 해놓고 나면 200일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수가 되면 바닥에는 오염원이 쌓인다. 소양댐, 안동댐, 임하댐은 여름철만 되면 녹조가 발생한다"면서 "영산호는 수질이 나빠졌다. 물고기가 죽는다고 하니 '로봇 물고기'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짝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 강 바닥은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에 깨끗하다. 2008년 환경부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니, 우리 강 바닥은 호주나 뉴질랜드보다 좋다"면서 "지금은 금호강도 좋아졌는데, 준설하면서 나오는 퇴적토가 문제다. 퇴적토는 가만히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둔치농사와 관련해 그는 "정부는 강 주변에 공연장과 피크닉장, 운동장 등을 짓겠다고 한다. 둔치농사가 강을 오염시킨다고 하는데, 비닐하우스로 인해 흙이 많이 나오지 않고 농민들은 언제 비료를 주는 게 오염되지 않고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다. 공연장 등의 시설이 더 오염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상주보 근처에 골프장과 승마장을 조성한다고 한다. 하천을 친수공간을 만들겠다고 한다. 강 바닥을 6m로 파면 친수공간이 아니라 빠져 죽는다. 그런데 어떻게 친수공간이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강은 원래 꼬불꼬불 흘러야 한다. 여울도 있고 웅덩이도 생겨나는 것이다"면서 "청계천에 녹조가 발생해 한 달에 한 두 번 청소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을 청계천과 같이 만들 것이냐. 모래가 있어야 물이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운하'를 언급하며 "정부는 물길을 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뱃길이다, 지난 3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해서 '대구가 내륙이 아니라 항구다'라고 했다. 운하가 아니면 대구는 항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욱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설공사가 OECD 평균의 두 배다. 건설공사가 다 빚이다"면서 "낙동강이 돈벌이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농사짓던 사람들 다 내쫓아서는 안된다. 낙동강에서 확보한 물을 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지금보다 10배 더 물을 확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운하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대구가 항구라고 하느냐"고 말했다.

▲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27일 오후 천주교 마산교구 강당에서 열린 4대강사업 설명회에서 홍보 책자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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