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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희생,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탓

아직은 강경책의 힘도 없고 여건도 안 돼 있어

등록|2010.04.28 20:54 수정|2010.04.28 20:54
천안함 사건, 어이없는 치욕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이것은 우리 국방의 치욕이자 우리 정부의 치욕이며, 나아가 우리 국민의 자긍심이 여지없이 부서진 국가와 민족의 치욕이다. 여객선도 아닌 1,200톤의 군함이 두 동강 나고 46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아무 영문을 모르다니! 과문해서 잘 모르겠지만, 전투 상태도 아닌데 군함이 공격을 받아 두 조각 난 경우가 과연 2차 세계대전 이래 또 있었던가?

영문도 모르는 원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책임 규명을 하기 위해 수많은 장병들이 바다와 해변을 뒤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처한 입장은 대단히 미묘하다. 만일 북한의 소행이라고 판명이 난들 어떤 시원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남북관계이다. 그렇다고 통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 하면 우리 정서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여 가장 잘 해보아야 결의안이고, 그 결의안 얻는 일도 얼마만한 난관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결의안을 얻어낸들 이미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게 별 효과적인 응징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웬만한 증거가 있다 해도 사실 결의안조차 채택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최대한 받아봐야 기껏 의장 성명이 될 것이니 북한은 거의 아무 고통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을 향해 총 한 발 쏠 수도 없다. 당장 주식이 떨어지고 신용등급 내려가며 외국인의 투자가 주춤할 것이다. 그렇게 경제를 외친 이명박 정부로서는 경제가 파탄 나는 길을 걷지는 못할 것이며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더욱 어려운 것은 개성 공단에 있는 남측 사람들이다. 이미 금강산에서 물러났듯이, 우리가 무력 보복을 한다면 저들은 당장 개성에 있는 이들을 활용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연 금강산 길 이명박 정부가 잘랐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11월에 열린 금강산 길은, 결국 최근에 시설은 몰수되고 인원은 쫓겨남으로서 다시 잘렸다. 우선 금강산만 보아도, 2008년 7월의 박왕자씨 피살 사건의 책임 규명을 위해 우리 정부가 중단한 이후로 악화 일로를 걸었다.

우리 국민이 관광을 하다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었다면 대북 관광 정책의 잘못인가? 아니면 경색된 남북관계가 원인인가? 어떤 이유로도 인명이 살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민간인을 살해한 북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남북관계 경색이 일조를 했다. 만일 양측의 관계가 좋았더라면 북한군은 그리 쉽게 발사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쨌든 사건이 생겼다 해도 좀 더 쉽게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어 금강산 길은 닫히지 않았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우리 정부의 궁극적 의도라면 그것은 이전 정부의 중요한 사업을 송두리째 뒤엎어 막대한 국고 손실을 초래하는, 세종시 뒤엎기와 꼭 마찬가지인 실책이다.

개성 공단, 금강산 버려두고 강경책 선회하다니

일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여당을 보수 성향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는 강경책을 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언제든지 만나겠다" 하면서도 사실상 원조 축소, 핵무기를 둘러싼 북한의 고립을 밀어붙였다. 그 강경책의 근거는,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할 정도로 엄청난 국력의 차이가 있다는 자신감, 이전 10년 동안의 "퍼주기"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만 도왔다는 불신감, 그리고 전 정권과는 다른 보수 성향으로 인해 대북정책도 "노무현 것은 안 된다"는 반발감 등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일단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의 "햇볕정책"으로 개성공단에 인원과 물자가 들어가 있고 금강산 역시 그러하다면 강경책으로의 전환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말하자면 양측 관계가 악화될 경우 개성 공단과 금강산의 인원과 물자는 고스란히 인질이 될 우려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또 강경책은 성공한 예가 드물다. 미국의 엄청난 국력과 군사력으로도 베트남, 아프간, 이란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국력을 북한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평가하는 건 좋지만 강경책 일변도로 다룰 수 있을 정도라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또 우리의 강경책은 도리어 일본, 중국 같은 주변국만 유리하게 만든다.

남북관계의 카드는 북한이 가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국력 면에서 비교도 안 되고, 국가 윤리적 차원에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북한을 강경하게 압박하여 굴복시키는 것이 속 시원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1973년 6월 박정희의 '평화 통일 외교정책 선언(6.23선언)' 이전까지, 북한을 인정하지 않던 냉전적 '할스타인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과 동조하여 북한을 고립시키고, 그 효과로 북한 내부의 쿠데타나 민중 봉기를 유도하려는 것이 한때 우리의 대북 정책이었다. 그만큼 북한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울 만큼 호전적이고 독재적이다. 국제 예양(禮讓)도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존하려 한다면 자칫 북한 집권자의 권력만 탄탄히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생각이 대북한 강경책의 근거가 되어 있다.

하지만 강경책의 결과는 너무나 참혹할 수 있다. 국방력의 차이가 엄청나다 해도 전쟁이 나면 인명과 재산의 희생은 막대하며 더구나 우리측 희생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전쟁이 아니라도, 감당할 수 없는 난민이 발생하고,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하루아침에 아비규환이 된다. 북한은 그런 약점을 알고 번번이 호전적 행동을 취한다. 말하자면 사건을 일으키는 쪽은 언제나 북한이다. 그리고 우리는 수습해야 한다.

북한은 조폭이나 테러 단체이며 규모가 훨씬 더 크고 더 조직적인 점만 다르다. 온갖 물건 쌓인 시장에 무장한 조폭 집단이 있다 하자. 시장을 송두리째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당장 무력으로 진압할 수도 없다. 우리 인질을 잡은 소말리아 해적들을 힘으로는 당장 요절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협상을 하는 이유는 우리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들과 협상을 해야 하고 달래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그런 햇볕정책을 편 것이 아니다. 이미 1983년 6월 이범석 외무장관이 소련 및 중공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북방정책을 제시했고 이를 1988년부터 노태우 정부가 적극 추진했다. 이것은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려는 노력이었다. 극한적 대립으로 고립과 파멸을 안겨주려는 것은 그 때 접은 것이었다.

강경책이 나쁜 게 아니라 잘못 선택했다

강경책이 근원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필요하다. 다만 그만한 힘과 여건이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천안함의 침몰은, 우리 국방력이 북한에 비해 월등하지 않다는 반증이며, 미국과의 공조에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며, 강경책을 쓰기에는 아직도 여건이 안 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전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한 것은, 그 시점에서 보면 옳은 선택이었다. 10년 동안은, 북한이 경제적 지원을 얻는 동시에 한, 미, 일 공조에 대한 불안을 조금은 씻은 듯 개성과 철도와 금강산의 진전이 있었다. 99년 6월, 2002년 6월의 두 차례 연평해전은 북한의 군사적 목적의 공격이라기보다는 꽃게에 집착한 북한군의 어리석은 도전이었다. 

나경원 의원의 말처럼 "지난 정권에서 4조원 퍼부은 것이 어뢰로 돌아왔다"는 것은 참으로 남북 관계를 모르는 소리이다. 북한이 설사 핵을 암암리에 개발했다 해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햇볕정책의 혜택 많이 입었다고 선뜻 핵까지 포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나경원 의원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쉽게 핵무기를 포기했겠는가?

햇볕정책이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은 중대한 실책이다. 되풀이하지만, 우리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을 때, 개성 공단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이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와 경제력을 너무 믿고 성급하고도 어설프게 행동했다.

이런 실책을 호도하기 위해, 총 한 번 못 쏘고 희생된 병사들을 총리까지 영웅으로 호칭하고, 북한 소행임이 밝혀지기도 전에 전사자 대우를 하겠다고 공언하며, 전국적 애도 행사나 KBS를 통한 대대적 모금 운동을 벌인다. 참으로 애통하고 분통 터지는 죽음을 당한 천안함 병사들을 깊이 애도하지만, 또 정서적 반감도 있겠지만, 그들은 희생자이지 정부가 나서서 영웅으로 호칭할 일은 아니다.

북한의 소행임이 확정되는 때에 그냥 묵과할 수는 없다. 군사적 보복은 어려우므로 외교적, 경제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에 경고를 주어야 한다. 이 보복 조치 자체도 묘책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개성 공단도 고려해야 하고, 결국은 육자회담으로 돌아가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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