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축제' D-1, 유성구 '꽃 없는 꽃축제' 강행
이팝나무 꽃망울 구경도 어려워... 시민들 "전국적인 웃음거리" 비난
▲ 대전 유성구(구청장 진동규)가 30일 부터 5월 2일까지 '5월의 눈꽃축제'를 개최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유성구가 30일 부터 눈꽃축제를 시작하지만, 하얀 꽃을 피워야할 이팝나무에는 꽃은 커녕 꽃망울도 보이지 않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상고온 현상을 예상해 축제기간을 앞당겼다는 대전 유성구의 '2010 YESS 5월의 눈꽃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꽃은커녕 꽃망울도 볼 수 없어서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유성구는 해마다 순백색의 꽃이 거리를 수놓는 5월 중순경 '5월의 눈꽃축제'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열흘 이상 앞 당겨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개최키로 하고, 준비해 왔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꽃도 피지 않는데 꽃축제를 한다는 비판여론이 일었고, 특히 천안함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퍼하는데 '소녀시대'까지 불러 대규모 축제를 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유성구는 개막식 공연행사를 전격적으로 취소하는 등 행사규모를 대폭 축소해 진행키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되어 온 '축제시기'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축제를 강행키로 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둔 단체장의 '욕심'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즉, 예비후보 등록에 앞서 대규모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현직 프리미엄'을 한껏 누린 뒤, 선거에 나서기 위한 '꼼수'라는 것.
진동규 유성구청장의 예비후보 등록이 5월 5일 전후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예전처럼 5월 10일경에 축제를 열면 축제 주관자로서 주민 앞에 설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유성구는 '축제시기 논란'으로 행사규모를 축소하면서도 시기조정은 결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유성구는 '시기논란'의 핵심인 이팝꽃 개화시기 조정에는 실패했다. 예년보다 빨라진 축제기간에다 최근의 날씨가 유성구의 예상과 달리 '이상저온'현상을 보이면서 유성 거리의 이팝꽃이 개화는커녕, 꽃망울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유성구는 이를 예상, 이미 18일 전부터 유성 거리의 모든 이팝나무에 LED전구를 설치했다. 나뭇가지마다 크리스마스용 전구를 매달아 나무를 데워 개화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속셈이다.
이러한 유성구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제 하루 전날인 29일까지도 이팝꽃은 피지 않고 있어 축제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 지난 16일 촬영한 유성 거리의 이팝나무. 이팝나무 가지마다 크리스마스용 전구가 칭징 감겨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유성구가 이팝꽃 개화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한 일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왼쪽은 지난 해 눈꽃축제 사진(사진제공 유성구), 오른쪽은 29일 현재 유성거리 이팝나무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29일 유성구 거리의 이팝나무에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용 전구가 달려있고, 전날 밤에도 환하게 거리를 비추었다. 하지만 나뭇가지마다 피어 있어야할 이팝꽃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팝꽃은 꽃부터 피는 게 아니라 잎이 먼저 나온 후 꽃이 피는데, 이팝나무 잎마저도 손톱만큼의 순이 나왔을 뿐이다. 지금 이 상태라면 축제를 연다고 해도 과연 어느 시민이, 어느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구는 축제강행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축제가 열리는 유성 온천거리에는 수십 개의 천막이 설치됐고, 행사장 바닥을 물로 닦아 내거나 행사를 위한 각종 물품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축제를 준비 중인 유성구 관계자는 "백년 만에 찾아온 이상저온으로 꽃이 피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애가 탄다"면서 "그래도 이미 계획했던 것이기에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행사의 대부분을 체험위주로 변경했기 때문에 꽃이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강행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축제준비 현장을 지나던 50대의 김상문(유성구 봉명동)씨는 "서울 갔을 때 보니까 서울에 까지 '눈꽃축제' 광고를 해 놨던데, 꽃도 없이 꽃축제를 했다가 전국적으로 웃음거리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나, 지방자치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는 거리의 한 상인도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무엇을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꽃피는 때 하면 좋을 텐데 왜 이러는지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축제를 여는 목적은 시민화합과 관광객 유치, 지역홍보 등이라 할 수 있는데, 과연 유성구의 이번 '5월의 눈꽃축제'가 이러한 목적 중 단 한 가지라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너무 추운날씨를 보면서 "모든 게 준비 됐으니 이제 눈만 내리면 되겠다"고 비아냥대고 있다.
최근 민종기 당진군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와 위조여권 사용, 도주 등으로 당진군민과 충남도민을 창피하게 만들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꽃 없는 꽃축제' 강행으로 유성구민과 대전시민이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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