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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랬었나 봐요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을 생각하며

등록|2010.04.29 19:36 수정|2010.04.29 19:36
그랬었나 봐요.
괜스레 마음이 울적하고
하얀 벚꽃 잎 흔들어 흙탕물 속에
떠내려 보낸 봄비가
야속하게 느껴진 것이
하얀 목련 꽃잎이 간밤의 추위로
갈색으로 죽어버려 속상했던 것이
차마 가슴으로 토해내지 못한
아픔이 있어서
괜한 투정만 부렸었나 봐요.
너무나 가슴이 아파 와서
너무나 가슴이 답답해서
내 폐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찬 것처럼
내 숨이 콱콱 막혀 와서
그저 애써 외면한 척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나 봐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말없이 떠나보내고
더 흘릴 눈물조차 없는 사람들을
바라볼 용기가 없어서
어떻게 그 눈물자국
지워줄지 몰라서
그냥 더디 오는 봄을 원망만 하고 있었나 봐요
가슴 찢어지게 고통스런
이별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어라고 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들먹거리는 연약한 어깨를
어떻게 감싸줄지 알지 못해서
짓밟힌 민들레꽃 한 송이
일으켜 세우며
그냥 한 숨만 쉬고 있나 봐요
이 슬픔의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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