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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돈 받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 집행유예 확정

대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433만원 선고한 원심 확정

등록|2010.04.30 10:47 수정|2010.04.30 10:47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로 기소된 이택순 전 경찰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433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청장은 경찰의 수장으로서 모든 범죄수사에 관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인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2만 달러는 직무와 관련한 뇌물로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2007년 7월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은 경남 김해시에 있는 한 골프 클럽하우스에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자신의 회사나 임직원이 관련된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이택순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433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직위에 있어 누구보다도 더 청렴해야 하고 처신에 주의해야 함에도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네는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점,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허탈감을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에게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경찰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차례 국가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뇌물의 대가로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된 부당 내지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전 청장은 "친분관계가 있는 박 회장이 단순히 용돈 명목으로 2만 달러를 줬을 뿐, 이후 구체적으로 사건 관련 청탁 등을 한 적이 전혀 없어 직무와 관련성이 없고, 형량도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이 전 청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박연차는 피고인이 경남지방경찰청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얼굴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서로 연락하거나 만나는 것 없이 지냈다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하자 비로소 친분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지만 피고인을 자주 만나지는 않고 1년에 3~4차례 정도 전화로 안부 인사를 나눌 정도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직무의 대상이 되는 박연차로부터 2만 달러를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피고인과 박연차 사이에 2만 달러 수수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은 의례상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임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박연차로부터 2만 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양형 부당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로 25년 근무하는 동안 녹조근정훈장을 받은 것을 포함해 15회 표창 등을 수상하면서 성실하게 근무했고, 경찰청장으로 재직한 2년 동안 무난하게 경찰조직을 이끌어오다가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임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이 사건과 관련해 직무와 관련된 부당 내지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직위에 있어 누구보다도 더 청렴하고 처신에 주의했어야 함에도, 직무대상자인 박연차로부터 한 번에 2만 달러라는 거액의 뇌물을 받음으로써 경찰의 청렴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경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은 명백한 점에서 피고인의 뇌물수수죄는 죄질과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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