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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는 눈 먼 북어처럼 흘러왔네

탈북자 K 씨 독백

등록|2010.04.30 17:49 수정|2010.04.30 17:49
나는 눈 먼 북어(北魚)처럼 블라디보스토크 연안을 출발 청진 앞바다에서 간신히 물 한모금 얻어마시고 배 밑창에서 똘똘 몸을 말아 숨기고   캄캄한 동해 북평항까지 손에 땀을 쥐고 죽은 물처럼 흐르고 흘러 흘러 예까지 왔네.   아무리 둘러봐도 낯 익은 얼굴 하나 없는  내 오마니 쪽빛 치마폭 같은  자유 품에 한 사흘   자유의 지느러미 흔들며 참 행복했었네.    시간이 흘러 갈수록 내가 찾은 자유가 그물 속 같아서 눈 먼 북어처럼 자꾸만 어두웠네.   자유 찾아 부모 형제 아내 자식 다 버리고 왔으나,  아무리 따뜻한 자유 품에 안겨도   나는 외로와 내 매일밤 흥건한 베개잇 적시는 눈물 바다 속을  지느러미 긴 그리움 닳도록 헤엄쳤네.   어떤 이는 오복을 비는 젯상에 꼭 올려야 한다고, 어떤이는 술이 취해 꼬이고 꼬인 속을 풀어야 한다고,   밤이면 꿈길을 거슬러 거슬러 찾아와,  물에 퉁퉁 불려  살점 떨어지는  매질을 가했네.   오, 통재라,  저 엉성한 자유에의 그물망에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 순수한 아둔함이여 !  

▲ 북어처럼 흘러와 ⓒ 영화, 국경의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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