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님, 절 봐준다고요?
'회피연아'로 고소당했던 내가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까닭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남소연
최근 아이패드 불법사용에 대해 누리꾼들에게 신고(한 누리꾼은 지난 26일 중앙전파관리소 불법전파설비 신고센터에 유인촌 장관과 박용만 두산회장, 가수 구준엽씨 등을 신고했다)까지 당했다니, "교육하겠다"던 네티즌들에게 오히려 '교육받고' 있는 굴욕을 당한 셈이다.
고소 이후 한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상식을 되찾고 고소를 취하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누리꾼들과 여론의 경고를 무시하더니, 아이패드 사건이 터지면서 부담이 가중되자 고소 취하라는 카드를 꺼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부당한 권위 남용, 관심 갖고 대응하자
▲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회피연아'. ⓒ 화면캡처
오히려 인터넷상의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나온 야당의 논평을 날카롭게 깎아내렸다면 문광부가 지금처럼 몰상식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고소 취하는 결국 상식에 입각한 자기반성이 아니라, 철저하게 여론과 네티즌의 민주적인 비판의 힘에 눌려 마지못해 굴복한 것이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봐주겠다"고 한 것은 여차하면 또 하겠다는 것인데 최근 노원구청도 호랑이 전시를 비판한 누리꾼들을 고소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노원구는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고소하는 행패를 부리고도 '문광부도 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윗물이 탁해서 아랫물이 탁한 것인지, 못된 짓도 위에서 하면 아래에서 따라하고 자랑하는 것이 요즘 세태인지 참.
문광부든 노원구청이든 이름을 달리할 뿐 권력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하고 있고 그 대상도 무차별적이라는 사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조차도 세상이 가만 놔두지 않아 공분하며 싸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권력자 및 공공기관의 부당한 권위 남용에 대해 모두가 자신의 일인 것처럼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나는 '회피연아'로 부당하게 고소당한 8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기 일처럼 여기고 부당한 권력에 대해 비판을 가해줘서 고소 취하가 가능할 수 있었다.
비록 우리가 저들의 추악함을 외면하게 되고 관심을 갖기 싫게 되더라도 저들은 우리의 작은 권리조차 빼앗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저들을 봐주지 말고 두 번 다시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회피연아' 봐주려고...", 누리꾼 "인심쓰나?" 이주연 기자 글(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3408)에 나온 네티즌 댓글 인용에 나온 논리들에 착안해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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