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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 해서 샀는데... 뭐야, 정상가잖아?

광고전단 '눈속임 판촉' 의혹

등록|2010.05.03 09:38 수정|2010.05.03 09:38

전단아파트 출입문에 붙은 세일광고 전단지 ⓒ 김학용


"H 마트 OPEN 8주년 고객감사 SALE! 마감임박!"

며칠 전 아파트 출입문에 붙은 커다란 광고전단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H마트에서 오픈 8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지점별로 진행하는 특별세일을 앞두고 세일대상 브랜드와 할인율 등을 표시한 광고전단이었다.

평소같으면 출입문에 붙어있는 각종 광고전단들을 모조리 휴지통으로 넣어 버리는 아내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을 빛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광고지를 훑어보다 이윽고 '일일한정 선착순 최고 80%세일'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에 이르자 눈이 번쩍 뜨이고 만 것이다.

선착순 한정판매광고전단에 소개된 '선착순한정판매' 안내 문구 ⓒ 김학용


선착순만 잘하면 정말 80%까지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을까? 

특별할인은 물론, 5월 1일에는 선착순 고객을 대상으로 폭탄세일 가격으로 판다는 광고에 아내는 결국 '낚이고' 말았다. 아내의 성화에 전단을 살펴보니 정말로 압력밥솥을 비롯하여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전기다리미 전기주전자 등 주부들에게 인기있는 품목을 당일 오전 10시30분에 선착순 2~5명까지 특별가격으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특히 진공청소기는 정상가격 128,000원에 매장에서 판매하던 것을 59,000원에 선착순으로 준다고 하니, 누군들 혹하지 않겠는가?

"여보! 어차피 어버이날 시골집에 선물해드려야 하는데... 시골집에 있는 진공청소기 오래되서 작동도 잘 되지도 않고 바꿔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어버이날 선물도 해드릴 겸 한번 가보자! 빨리 가면 선착순 안에 들지 않을까? 호호호"

"에이... 저런 거 다 짜고 하는거 아닐까? 80% 세일이면 밑지고 판다는 건데, 본전도 안되고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들 십중팔구는 거짓말이야! 당신은 아직도 그걸 믿어?"

"당신은 그래서 문제야, 속고만 살았어? 이렇게 버젓이 전단까지 돌리는데 거짓말이겠어? 하여튼 5월1일날 가볼거니까 그리 알어!"

선착순광고전단을 보고 선착순(?)으로 모여든 손님들 ⓒ 김학용


결국, 당일이 되어 모처럼의 휴일도 반납하고 아내의 손에 이끌리어 H마트로 달려갔다. 오픈이 10시30분이라 넉넉하게 10시10분쯤 도착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가득찬 차량은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예고했으니... 아뿔사! 50여 명이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그래 설마 진공청소기 사려고 저렇게 많이 왔겠어? 분명 다른 것을 사갈거야' 하며 위안했다. 1시간 되는 거리를 달려왔다는 사람, 어떤 물건이 남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 혹시라도 있을 새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

결국, 우여곡절 끝에 딱 하나 남은 진공청소기를 59,000원에 쟁취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나름대로 만끽하며, 로또맞은 사람보다 더 신나서 집으로 돌아온 우리부부. 세상의 그 어느 것이 부러우랴!

뭐야, '정상가'잖아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을 아주 싸게 샀다는 성취감은 단 5분만에 좌절감과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간단한 상품명 입력만으로도 쇼핑몰간에 가격비교가 가능한 포털사이트 검색결과에 나타난 진공청소기 구입제품의 가격은 지극히 '정상가격' 이었던 것이다.

선착순 한정판매선착순으로 판매한다는 제품의 사진과 함께 표기된 가격표 ⓒ 김학용


실제로 5월1일 일일한정 선착순 판매제품으로 광고한 전단제품 중 쿠첸10인용 콤비자(모델명 WPC-D1077F)는 선착순 5명에 한해 정상가격 159,000원을 96,000원(40%할인)에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으나,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옥션과 G마켓에서는 최저 94,500원~97,400원선에서 판매하고 있었다.(배송료 2,500원을 감안하더라도 옥션과 G마켓의 신규또는 첫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2,000원~10,000원의 쿠폰을 이용할 경우 H가전마트에서 제시하는 가격보다 더 싸게 구입이 가능했다.)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 WPC-D1077F ⓒ 네이버


또, 테팔다리미(모델명FV-4250)도 선착순 5명에게 정상가 72,000원을 47,000원(35%할인)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옥션과 인터파크 등에서는 최저 44,270원~44,8700원선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G마켓은 무료배송에 44,37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FV-4250 ⓒ 네이버


특히, 삼성 전자레인지(모델명 RE-C20ZB)는 2명에 한해 110,000원짜리 제품을 55,000원에 판매한다고 광고했으나, 인터넷 자사사이트에 올려진 제품가격은 6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 RE-C20ZB ⓒ 네이버


그나마 테팔전기주전자(모델명 BF-510121)와 대우청소기(모델명 DOR-K581)는 타쇼핑몰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가격차이는 몇천 원에 불과했다.(할인쿠폰과 신용카드할인등을 적용한다면 가격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 BF-510121 ⓒ 네이버


본점 특가행사도 '가격 부풀리기'는 마찬가지

H마트의 본점 인터넷사이트 초기화면에 올려진 특가세일 제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쇼핑몰 독점특가 행사로 초기화면에 소개된, 가격비교가 가능한 상품중 삼성MP3(모델명YP-P3 8G)는 189,000원(정상가격249,000원)에 판매한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G마켓에서는 169,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본점사이트본점사이트에 소개된 특가할인 상품 ⓒ 김학용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YP-P3 8G ⓒ 네이버


또, 아이리버전자사전(모델명D31 4G)은 198,000원(정상가 328,000원)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인터파크에서 179,000원에 구입이 가능했다. 이밖에 특별세일가로 소개한 다른 제품들도 타쇼핑몰에 비해 약간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비교사이트모델명D31 4G ⓒ 네이버


이렇듯 싸다해서 샀는데 다른 곳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면 한마디로 눈속임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아내는 당분간 아파트출입문에 붙은 광고전단을 모조리 치울 것 같다.

"광고만 믿고 순진하게 선착순까지 지키며 달려간 나만 어리석은 사람이 됐나봐! 정상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고객 감사세일이라고 포장한 눈속임이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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