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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직원들 쫓겨난 날, 중국은 김정일에 '선물'

"김정일 방중, 남북경협 단절-북중경협 활성화 계기 될 것" 전망

등록|2010.05.05 21:07 수정|2010.05.05 21:0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3일은 공교롭게도 금강산 관광단지를 관리해온 남측 직원들의 철수가 완류된 날이다. "최소인원 16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나가라"는 북한의 통보에 따라 금강산에서 쫓겨난 남측 인원 24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이날 오전에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 랴오닝성의 다롄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번 김 위원장 방중의 주요 이슈는 정치·안보 분야다. 중국과 북한, 미국이 6자회담 재개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해왔고, 북중정상회담에서 논의 여부를 떠나 천안함 문제가 제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중 간의 전통적인 이슈인 북중경협문제가 '김정일-후진타오' 회담에서 주요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경협의 후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다롄이 동북3성 물동량의 90%를 차지하는 물류중심지이며 북한의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창리그룹의 본사가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나진항 개발 계획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3성에서 차지하는 다롄의 위상을 볼 때 이런 해석은 단순한 면이 있다. 다롄은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 개발계획'과 함께 중국 동북진흥계획의 양대축인 연해경제벨트 개발계획, 즉 보하이해(발해)에 접한 진저우완, 잉커우, 칭싱다오, 화위안, 단둥 등 5개 개발지역을 1443㎞의 도로로 잇는 5점1선 계획의 핵심축이다.

또 동북3성을 가로지르는 총 연장 1380km 동변도철도의 기점이기도 하다. 러시아 접경인 헤이룽장성 무단장시에서 출발해 옌지, 퉁화, 단둥 등 동북3성의 주요 도시 15개를 거치는 동변도철도는 2012년 완공 예정이다. 이 노선에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주요도시들과 마주보는 중국의 요지들이 포함돼 있다.

중국의 동북진흥계획 ⓒ 고정미


"김정일 방중, 개성공단 능가하는 북중경협 계기 될 것"

결국 다롄은 중국이 북한의 적극적 참여를 원하는 동북진흥계획의 한 축이자, 위치상 대북교역에서 머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북중접경지역에서는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을 북중경협의 '심화확대'에 대한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롄에서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진 리커창 중국 부총리가 랴오닝성 서기를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게 동북3성 개발문제에 대해 설명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윤승현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개성공단을 능가하는 북중경협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북중 양국의 대외일꾼들은 나진-훈춘, 신의주-단둥 등 접경지대를 연결해서 고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후로는 그런 수준을 넘어 양쪽 경제가 유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기간 중에 또는 방중을 계기로 북중 간에 나진항과 청진항 개발, 압록강의 황금평·위화도·비단섬 개발, 나진-훈춘 간 고속도로 건설 문제를 비롯한 각종 경협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2002년 신의주 개발 때 양빈 혼자 뛴 것과 달리 지금 북한은 대풍그룹의 박철수 총재를 비롯해 대외무역총국이 전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을 기초로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포함해 위엔화 무역 결제 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나선 것도 이와 연결된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제2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결정하자, 북한과 이뤄지는 변경무역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중단시켰다.

중국, 김정일 방중일에 변경무역 위엔화 결제 대폭 확대

이번 재개 결정으로 북한은 접경 지역인 중국 동북3성과 이뤄지는 무역에서 달러 대신 위엔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역거래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김 위원장 방중일에 이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그에 대한 '선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모습은 위기 상황에 빠진 남북경협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종결까지 '민간자산 몰수' 조치 하나만 남겨놓았고, 개성공단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이에 대응해 남한에서는 "북한이 아파할 만한 조치를 내놓겠다"며 민간교역 중단 또는 축소 등의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남북관계 단절-북중관계 활성화의 터닝포인트(전환점)'라고 표현했다. 남쪽 문이 닫힌 북한으로서는 유일하게 문이 열려 있는 중국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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