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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뽑히고 똥기저귀만...헤이리 주민들은 두렵다

휴일마다 방문객으로 몸살... 주차 문제 등 난제 해결돼야

등록|2010.05.07 09:56 수정|2010.05.07 12:06
5월 5일 어린이날, 예상했던 대로 파주 헤이리는 많은 인파로 붐볐습니다.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하신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나들이를 준비하면서 설렜을 마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헤이리 각 공간들의 일반적인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30분과 11시.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된 공간과 창작생활공간으로만 국한된 공간들이 혼재되어 있는 헤이리의 성격과 구성을 잘 알지 못하시는 분들은 도착 때부터 헤이리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아득하고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여느 놀이공원이나 도심의 공원 혹은 국립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이 헤이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모티프원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또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각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합니다. 헤이리를 알뜰하게 향유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초조사와 준비가 훨씬 유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5월 5일은 그동안 사람에 목말랐던 헤이리의 오픈 공간들에게도 모처럼 바쁜 날이었습니다.

▲ 헤이리 은행마을의 공휴일 ⓒ 이안수


종국에는 차 없는 마을 돼야

그런데 헤이리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중에는 텅 빈 마을이었다가 토요일과 일요일, 또한 어제 같은 공휴일만 인파가 집중되니 헤이리의 자원들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우선은 주차입니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13개의 주차장은 평소에는 공간 낭비일 만큼 휑하지만 주말에는 그 주차장이 소박하기 이를 데 없이 어린이 손바닥만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면 헤이리 전체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 이안수


차를 가지고 왔다가 차에 갇혀서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은 차를 운전하는 분에게도 그렇고 그 차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하는 방문객에게도 불편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헤이리는 이 주말의 주차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묘안을 찾기 위해 수년간 머리를 맞댔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2년 전에는 파주시에 제안해서 헤이리순환도로 노변에 주차구역을 설정, 주차 차량을 분산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파주시 도로하천과가 시행하는 '통일동산 자전거도로' 구축계획에 따라 헤이리 쪽 주차라인이 모두 지워졌습니다.

아직 나대지로 있는 헤이리 옆 재경부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나 동화경모공원의 주차장 일부를 함께 사용하는 안을 수년간 논의했지만 그것도 여러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헤이리는 종국에는 차 없는 마을이 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리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로 이동하기에는 작은 마을이며 또한 헤이리의 여러 문화시설들은 걸으면서 음미해야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휴일의 그 많은 차량을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헤이리와 파주시의 큰 과제가 서둘러 논의돼야 합니다.

상식 벗어난 방문객의 시설 이용에 모두 불쾌

한편 헤이리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공공시설 이용에 대한 배려가 아쉽기도 합니다.

헤이리는 담이 없는 마을입니다. 담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유영역을 표시하는 어떠한 경계표시도 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헤이리 전체가 조화롭게 연계되도록 하자는 이 개념은 방문객들에게는 참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어디가 사유영역이며 어디가 공공영역인지를 구분하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개인정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는가 하면, 쑥이나 씀바귀 등 각종 나물을 캐러 오신 분들은 개인정원의 화초를 구분하지 못하고 나물이나 약재를 캐가기도 합니다.

▲ 참나무골과 밤나무골은 헤이리의 게이트커뮤니티(Gate Community 비즈니스영역과 차별된 주거창작위주의 제한된 영역)로 애초 불특정다수의 출입이 제한된 곳입니다. 하지만 그 구분을 알지 못하는 방문객들은 사유영역 안의 주차는 물론 정원에서의 나물채취 등을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쑥이나 씀바귀만 캐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애지중지하는 화초를 야생화로 인식하고 나물로 채취한다는 것입니다. ⓒ 이안수


개인주택의 정원이나 데크에서 온가족이 도시락을 먹는 경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뒤처리가 완벽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남긴 음식찌꺼기를 정원에 쏟고, 빈 도시락의 비닐쓰레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버려둡니다.

몇 년 전 헤이리는 각종 야생화를 공공영역에 식재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3년 만에 전멸했습니다. 갈대공원에 심은 할미꽃은 2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 야생화가 절로 자란 것으로 여긴 분들이 캐간 것입니다.

청향재의 한미란 선생님은 올 봄 속 쓰린 일을 여러 차례 당했습니다. 흰 민들레를 몇 포기 선물 받아 정원에 심어 3년간 그 포기수를 늘렸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민들레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애지중지하던 민들레가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한 선생님이 어제는 마지막 남은 두 포기를 캐는 아주머니와 대면해 "개인 정원의 화초로 심은 것을 캐시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얼마를 물어주면 되느냐"는 대답이 돌아와 더 속을 쓰리게 했답니다.

공원 탁자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분, 개인 정원의 호랑이 조각을 말처럼 타고 노는 어린이, 노변 병목지점에 주차한 분, 어린아이의 기저귀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바로 그 자리에 두고 떠난 분 등 상식을 지키지 않는 방문객 때문에 모두가 불쾌해지거나 불편해집니다.

ⓒ 이안수


그동안 헤이리는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당연히 스스로 되가져가는 공공의식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방문객들의 불편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임시로 쓰레기통을 거리 곳곳에 비치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통을 비치했더니 더 많은 쓰레기가 생겨나더군요. 분리배출이 확실하지 않은 것을 물론이고 차량에 싣고 다니던 쓰레기까지 던지고 가버려 그 쓰레기통 주변이 쓰레기로 넘쳐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헤이리는 이 임시 쓰레기통을 대신할 영구적인 쓰레기통을 디자인 중입니다. 하지만이 쓰레기통의 설치는 쓰레기를 관리할 사람을 각 쓰레기통 옆에 함께 배치하지 않는 한 헤이리 전체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 자명합니다.

         

▲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공공영역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쾌적하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이안수


여전히 실험중인 미완의 마을 '헤이리'

예술인들의 창작공간(화실, 집필실, 창작 레지던스)이자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는 문화공간(갤러리, 박물관, 극장)으로 특화된 마을만들기가 진행중인 헤이리는 여전히 미완의 마을입니다. 현재의 모든 현상들은 여전히 실험 중입니다.

처음 가는 길이므로 헤이리의 마을만들기는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되었지만 개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비용 때문에 간과되었던 문제를 계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중의 일부는 서둘러 조치돼야 할 것이 분명합니다. 주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는 문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작은 마을에서는 몰려오는 차량과 인파가 방파제 모서리에 서서 큰 파도를 맞는 것 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됐습니다.

주말과 휴일의 헤이리 주차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헤이리에 살고 있는 주민도 주차장에서 살기를 원치 않을 것이며, 방문객도 주차장으로의 나들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헤이리의 주차장 문제는 헤이리의 집행부와 파주시에서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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