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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강제구금 관련 인권위 결정 규탄"

김해지역 시민사회단체, 우즈베키스탄 출신 조일존씨 진정 결정 관련 입장 발표

등록|2010.05.06 16:41 수정|2010.05.06 16:42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이 국가정보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부당한 입국 규제를 받고 강제구금까지 당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정보원장한테 '보호조치 기간이 부당하게 길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하는 데 그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적절한 권고조치라 보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해진보연합(상임대표 제해식)과 김해이주민인권센터(대표 김형진)는 6일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주민 강제구금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해진보연합과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6일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주민 강제구금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해진보연합


이들 단체가 문제 삼고 나선 이주노동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오티코브 조일존(한국명, ORTIKOV ZOIRJON)씨다. 조일존씨는 2009년 4월 3일부터 7일까지 부산출입국보호소에서 강제구금을 당했다.

조일존씨는 1999년 3월 처음 입국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2005년 7월 강제출국 당했다. 그 뒤 그는 산재 치료를 위해 2006년 3월 재입국했고, 치료 종료로 2009년 1월 출국했다.

그는 2006년 1월 6일 여권 이름을 바꾸었다. '타지에브 조이러 아티코브'(TAJIEV JOIR ARTIKOVICH)에서 '오티코브 조일존'으로 바꾼 것이다. 그는 지난해 3월 14일 단기상용비자(C-3)로 다시 입국했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그해 3월 17일 다른 사람인 '조일존'(테러리스트)을 입국규제자로 지정했다. 조일존씨는 4월 3일 교통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테러리스트로 분류되었고, 국가정보원에 보고된 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조치 되었다가 닷새 만에 풀려났다.

조일존씨는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2009년 9월 일시 귀국했다. 국가인권위는 12일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입국금지를 요청한 외국인에 대한 조사를 지연한 결과로 인하여 보호조치 기간이 부당하게 길어지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시민사회단체 "인권침해 소지 분명하다"

김해진보연합 등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외국인이 이름을 변경하여 입국한 행위 자체로 법무부에 입국규제를 요청한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당사자가 입국하기 전에 해당재외공관에 이름을 바꾼 사실을 통보하고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유효한 사증으로 입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국규제조치를 취한 것은 명백한 권한남용이며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국가정보원의 요청으로 입국규제를 했던 법무부의 결정도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면서 "입국규제가 결정된 시점은 이미 조일존씨가 국내에 입국해 있는 상태였으며 입국을 규제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피해 외국인이 인권침해를 당한 이후 소송을 통해 부당한 구금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하지 않고 먼저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관련기구인 국가인권위가 그 역할을 다해 해당국가기관의 잘못을 바로잡고 향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민에 대한 인권수호자이자 버팀목이 되기를 바라는 요구와 희망에서 비롯되었다"면서 "그러나 이와 같은 기대는 무참히 깨어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가인권위는 이번 사건처럼 인권침해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인권침해를 한 정부당국의 입장에 서서 우리 사회의 모든 이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구금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높이는 꼴로 이주민의 인권상황을 후퇴시켜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존재이유는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국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데 있다"며 "이런 자신들의 책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정권의 입장에 선 대변자의 역할이나 부당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듯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에게 이런 국가인권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직무를 유기한 국가인권위는 차라리 기구를 폐지함으로 시대적 소명을 다할 것"과 "국정원과 법무부는 조일존씨에 대한 인권침해사실을 인정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것", "정부당국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과 노동탄압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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