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연계된 독과점 대형슈퍼 등장?
지역 소매점포 상권, 또 다시 타격 받나
▲ 중소상인 대표단과 시민사회단체, 야5당은 지난달 21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월 임시국회 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아직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는 것이 WTO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보고서가 나와 정부와 한나라당은 입지가 더욱 궁색해졌다. ⓒ 이정민
"1년 가까이 비워있었던 점포였는데 갑자기 대기업 직영마트가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권분석 결과가 좋지 않고 민원이 빗발쳤던지 곧바로 취소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이번엔 옆에 있는 대형전자 사무실까지 확대해서 대형슈퍼가 입점했습니다. 지금 그 한곳 때문에 주변 지역 소매 점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시피 합니다.(한숨)"
A구역에서 오랫동안 슈퍼를 운영해오던 ㄱ사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한숨부터 쉰다. 그러면서 잠시 앉아보라며 인근에 오픈한 대형슈퍼의 등장과 함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속앓이를 풀어놓았다.
ㄱ사장은 작년 12월에 오픈한 대형슈퍼 때문에 4개월째 잠을 설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ㄱ사장은 "이미 주변에 있는 5군데 소형점포가 4개월 전부터 매출이 절반이상으로 뚝 떨어졌다. 원가보다 더 싸게 공급하고 있는 대형슈퍼의 지나친 가격인하 때문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그에 말에 의하면, 이 대형점포 하나 출자하는데 15억원의 비용이 소요가 되며, 개인 몇몇이서 출자한 자금으로 독립법인 형태의 대형슈퍼가 설립되었다고 했다. 이 지역에 입점한 대형슈퍼의 건물은 약 495m²(=150평) 규모이고 점포 사무실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독과점 대형슈퍼 법인의 등장, 대기업 SSM 입점을 위한 제3의 신종수법?
지난 5년간 대형마트의 입점규제에 따른 허가제 전환과 대기업의 편법 프랜차이즈인 SSM(=기업형 슈퍼마켓)규제, 그리고 유통상생발전법에 의한 사업조정제도 강화 안을 놓고 정부와 전국상인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문제가 이번엔 또 다른 사안으로 제3의 쟁점이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앞선 구역에 이어 B구역에 최근 똑같은 대형점포가 들어섰다며 제보를 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낮인지라 오고가는 손님들로 매장 안은 시끌벅적했으며, 한 켠에는 분식 코너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인근에서 소매점포를 운영하는 ㄴ사장은 기자가 묻자마자 얘기하나마나라고 고개를 가로 지은다.
ㄴ사장은 "며칠 전 오픈한 그 점포 때문에 인근 소매 점포의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지난달 매출이 뚝 떨어져 수금을 막지 못해 700만원의 빚을 졌다. 처음에 목욕탕을 짓는다고 좋아라 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대형슈파가 들어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다"며 역시 한숨만 푹푹 쉬었다.
또 다른 인근지역의 소매점포를 찾아가 상권피해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파트 상가 근처에서 수년간 장사를 해왔던 ㄷ사장은 "자기 돈을 갖고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하면서 지역 상권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자본금으로 경품을 돌리면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대량품목의 독과점을 통해 자율경쟁을 해치려는 저의가 못 마땅한 것이다. 조그만 동네이지만 지켜야 할 상도덕은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며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
ㄷ사장에 의하면, 소매점포의 주력상품은 주로 과자류나 술ㆍ음료수ㆍ아이스크림 등이다. 특히 술 같은 경우는 가격이 일정부분 허가 사항으로 정해져있어 기준 단가이하로 판매할 수 없지만, 대형점포의 경우 대기업과의 독과점 계약(=담합 또는 카르텔)으로 인해 대량으로 물량을 구매하면서 단가 조정을 임의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ㄷ사장은 "최소한의 마진이 20%라도 나와야 점포 운영이 가능한데 지금은 그 만큼도 못한다. 가격 경쟁력이 아예 안 된다는 말이다. 대형점포가 지닌 전문성과 자본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도 우리는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다. 눈앞에서 코를 배가도 아픔을 참으며 모른 척 해야 하는 게 우리네 소매점포의 뼈아픈 현실인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덧붙여 그는 "아는 지인을 통해 들었는데 대형슈퍼의 인수 권리금은 수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 말고 A구역은 오픈한 지 한달여만에 가게를 내놓았다. 내가 아는 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로 입점했다가 결국 대형유통재벌의 소유가 되었다. 결국 대형슈퍼는 초기 출자금도 건졌으며, 손해는커녕 어느 정도 권리금의 이익을 낼 수 있었고, 대기업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서 지역 상권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별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SSM 입점 전략 또한 개인사업자를 동원한 편법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또 다시 독립법인 형태의 대형슈퍼를 이용한 지역상권 입점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ㅂ지역에서는 한달 전에 이와 유사한 형태로 대형슈퍼를 운영하다 새벽을 틈타 간판만 바꾼 사례가 적발되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느슨한 신고(등록)제와 사업조정제도의 유명무실화로 인해 결국 소상공인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대형유통재벌의 프랜차이즈 점포와 위와 같은 독립법인 대형점포의 입점규제와 더불어 허가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부평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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