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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광우병 촛불' 꺼내든 <조선>, 다른 노림수 있나

5월 10일자 1면, 4~5면 할애해 대대적 지면 공세

등록|2010.05.10 16:35 수정|2010.05.10 16:35

▲ 광우병 특집 기사를 실은 <조선일보>화면캡쳐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광우병 촛불' 2주년 특집 지면을 마련했다.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 사람들은 지금>(A1, 4~5)이란 타이틀을 박은 5월 10일 자 일련의 기사들이 그것이다.

조선일보는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걸">이란 제목을 단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고백글을 1면 톱에 내걸고,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이라는 '촛불소녀' 한채민양의 이야기를 관련지면(A4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그 밑에 <'촛불' 인터넷 커뮤니티 / '광우병' 내리고 취미 사이트로>란 기사를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또 <美쇠고기 마트에 널렸는데...'촛불' 주동자들은 6·2 선거운동 중>이란 기사를 5면 상단에 올리고, <"대재앙 온다"더니... "통상협상 잘못 지적한 것" 발 빼>, <'촛불' 의료인 /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 등의 기사를 연속으로 배치했다.

조선일보의 때아닌 '광우병 촛불' 시리즈는 조선일보가 이들 기사에 붙인 제목만 대충 둘러봐도 그 의도가 읽힌다.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갔던 사람들 대부분이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악의적 여론에 끌려 부화뇌동하거나 반정부 시민단체에 이용당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

당시 광우병 공포를 주도했던 주역들이 요즘은 말을 바꾼 채 정치운동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광우병 공포는 과장된 것이었으며, 사악한 반정부 주도세력들이 순진한 학생들을 꼬드겨 불장난을 치게 했다는 것이다.

광우병 촛물 꺼내든 조선일보, 다목적 노림수 있나 

조선일보가 천안함 침몰을 이용한 대북 강경드라이브가 끝나기 무섭게 '광우병 촛불'을 다시 꺼내든 데는 여러가지 다목적 노림수가 있는 듯하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발표를 앞두고 이른바 '천안함 괴담' 유포가 세를 넓히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일 수 있다. 조선일보가 광우병 공포가 '괴담'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반정부 정치꾼들에게 한 번 속았으면 됐지, 또 다시 그런 꼬임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은근한 경고인 셈이다.

둘째, 점차 불길이 약해져가는 '북풍' 약발을 대신할 새로운 땔감으로 '촛불 공포'를 소환했을 수도 있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열풍이 전국적으로 달아오를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보수세력들에게 '촛불 공포'만큼 강력한 항균제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셋째, 그 연장선 상에서 천안함 북풍 외에 '전교조 vs 반 전교조', '촛불 vs 반 촛불' 이슈까지 패키지로 끼워 넣음으로써 보수세력들의 반발을 극대화, 6·2 지방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자는 정치적 계산도 고려했을 수 있다.

편집이 강하기로 소문난 조선일보가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 특집을 뜬금없이 먼지 켜켜이 쌓인 창고에서 꺼내 든 이유가 이게 아니라면 무엇 때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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