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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4년, 문화도 환경도 없었다"

"문화를 이미지 정치 핵심 요소로 활용... MB와 동일"

등록|2010.05.11 18:45 수정|2010.05.11 18:45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간 '문화'를 강조했다. "문화가 밥이고, 돈이고, 경제다"라며 컬처노믹스를 주장했다. 오 시장의 문화 사랑은 정책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2008년 발표한 '창의문화도시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 등을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오 시장의 임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그의 문화 정책엔 '이미지'만 있을 뿐 정작 '문화'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포럼이 마련되었다. 문화연대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11일 오후 1시 환경재단에서 열렸다.

▲ 11일, '문화도시 서울을 말하다' 정책 포럼이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 이주연


발제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창의문화도시마스터플랜의 진의를 의심했다. 이 교수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창의문화도시 사업들은 모두 2010년 안에 마무리되도록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조차 짧은 기한 안에 모두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터플랜 사업이) 다가올 선거를 위한 치적 사업의 일환으로 재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 시장은 이미지 정치의 수단으로 문화 정책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진짜 문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문화'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오 시장이 시정 홍보에 제주도의 32배에 달하는 예산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이미지 정치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며 "문화를 이미지 정치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겉은 생태와 문화로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토목과 건설 경제로 부흥을 이끌려 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오세훈 시장이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시장, 진짜 문화 위한 정책 펴는 대신 문화 이미지 차용"

▲ 11일 문화정책포럼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문을 읽고 있다. ⓒ 이주연

오 시장이 제대로 된 '문화' 정책을 펴지 않고 '문화' 이미지만 차용하고 있는 예로 이 교수는 디자인 서울을 꼽았다. 이 교수는 "서울시는 디자인 서울을 만들겠다며 '통합하는·비우는·더불어 하는·지속가능한 디자인 서울'을 내세웠는데 그중 하나도 이루어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통합한다며 간판을 일괄적으로 바꾼 것은 그렇지 않은 공간과 시각적 차이를 드러내 오히려 소외를 낳았고, 비우는 디자인이기는커녕 강남대로에 디자인 폴을 세우는 등 거리를 더 어지럽게 만든 '채우는' 디자인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더불어 하기보다는 도시의 노점상을 쫓아내고 역사 속 거리를 없애는 '소외와 배타의 디자인'을 추진했고, 역사성 없이 새롭게 바뀌기만 하는 디자인 속에서는 지속가능함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추진하고자 한 바와는 정반대의 모습만 남긴 디자인 서울이라는 비판이다.

이 교수는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슬로건을 말하기 이전에 넓은 의미의 문화, 즉 서울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서울은 아직도 주거, 교육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세계 주요 도시 중 행복지수가 최하위"라고 꼬집었다. '문화'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하기보다 실질적으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언할 수 있다, 서울시정 4년에 환경은 없었다"

▲ 11일 문화정책 포럼에 토론자로 나선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정 4년에 환경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주연

토론자로 나선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녹색넥타이를 매고 선거운동을 하는 등 누구보다 환경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취임 후에도 환경을 가장 앞에 두고 홍보해 왔다"며 "(그러나) 문화도시를 만든다며 추진한 한강르네상스의 경우 사업비의 95%가 멀쩡한 풀밭과 축구장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덮는 데 사용되었다"고 비판했다.

염 사무처장은 "오 시장이 이끈 서울시정 4년은 구호만 있고 환경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광고와 주장만 있었지 실적과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최 평론가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 행사를 알리기 위한 포스터 문구에는 '디자인 덕분에 살 맛 나요'라 적혀 있다"며 "'살 맛 난다'는 주체는 국민이 아닌 오 시장 자신"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 평론가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파크를 홍보하는 대형 포스터 카피가 '53조 원의 경제효과'였다"며 "디자인을 말하지만 정작 포스터 어디에도 디자인, 문화라는 말은 없는 등 오 시장은 모든 것을 경제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이 정치적으로 동원되는 것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오 시장의 '디자인'"이라며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홍보만 있었지 실질적으로 '문화'가 반영된 정책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 시장의 문화 시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던 발제와 토론이 마무리된 후, 포럼장은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공약 발표장 같이 변했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문화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박인배 문화예술 집행위원장 내정자는 "한명숙 후보자는 동네마다 '문화의 집'을 운영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걸어서 10분 거리 내에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나 미디어센터 등의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최은희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노회찬 후보의 정책을 적극 알렸다. 최 부위원장은 "진보신당의 문화 강령 1장은 노동시간 단축이고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도 이를 문화 정책의 첫 번째로 꼽고 있다"라며 "장시간 노동을 해서는 문화 향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는 '1000만인의 오케스트라'도 노회찬 후보의 공약집에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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