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선거 2위 득표자도 '논문 자기표절'
오세정 교수, 2건 4편 국내외 학술지에 이중게재... 오 교수 "문제없어"
[다시보는 오마이뉴스] 국민의당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2번에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잡음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입니다. 오 교수가 지난 2010년 5월 서울대 총장 후보로 추천받았을 당시, '논문 자기표절'을 한 사실이 논란이 됐기 때문입니다. 오 교수는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이중으로 게재하는 '악성' 자기표절을 했습니다. 오 교수가 어떤 식으로 논문을 표절했는지, 이에 대해 당시 어떻게 해명했는지 재조명해 봅니다. 이 편집자말은 2016년 3월 24일에 쓰였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2위를 기록한 오세정 교수가 '2건 4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이중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서울대 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추천될 예정인 인사가 '논문 자기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지난 3일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2위를 기록한 오세정(물리·천문학부) 교수가 1993년~1998년 사이에 발표한 논문 중 '2건 4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이중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 교수는 "뒤에 발표한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 앞서 발표한 논문을 올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지난 3일 치러진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오연천 교수(880.3표)에 이어 634.6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는 1·2위를 차지한 오연천·오세정 두 교수를 다음 달 19일 이전까지 교육과학기술부에 총장 후보로 추천하고, 이후 대통령이 서울대 총장을 최종 임명한다. 차기 총장 임기는 오는 7월 20일부터 4년이고, 국회에 계류 중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서울대법인화법)'이 통과될 경우 초대 이사장까지 맡게 된다.
국내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을 저명 국제학술지에 '재탕'
오 교수는 지난 93년 6월 국내 학술지인 <한국진공학회지>(2권 2호)에 'XPD Analysis on the Cleaved GaAs(110) Surface'(절개된 GaAs(110) 면의 XPD 분석')이라는 영어 논문을 발표했다. 오 교수는 이 논문에서 'X선 광전자 분광법'(XPD)을 이용해 GaAs(갈륨 아스나이드, 반도체 소자) 절개면의 결정구조를 밝혔다.
이 논문은 이덕형 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정재관 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과 공동으로 발표한 것이다. 오 교수는 이 공동논문의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로 참여했다. 교신저자란 공동논문의 책임저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96년 5월 <Physical Review B>(53권 19호)에 'X-ray photoelectron-diffraction analysis of oxygen chemisorption on the GaAs(110) surface'(GaAs 표면 산소흡착의 XPD 분석)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이 실린 <Physical Review B>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명한 국제학술지다. 오 교수는 지난 81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물리학회 회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은 3년 전 국내학술지에 발표한 '절개된 GaAs(110) 면의 XPD 분석' 논문과 내용이 거의 같다. 두 논문 모두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를 받았고, 논문의 결론도 같다. 다만 전자의 논문에 나오는 일부 단어나 문장을 다듬거나 논문 분량과 도표를 조금 늘렸을 뿐이다. 다음은 두 논문의 결론 부분이다.
"1.The XPS intensity of each element(Ga or As) for the clean surface shows a large variation with both polar and azimuthal take-off angle changes. The SSC model calculation for the photoeletron diffraction effect provides the patterns quite similiar to the experiments.
2.The main discrepancy between experiments and the results of the SSC calculation is due to the 'defocusing effect' along the directions of the chain-like arrangement, which was confirmed by the reduction of the plasmon loss peak intensities along those angles.(후략)"(전자의 논문)
"The XPS intensity from each element(Ga or As) of the clean(110) surface of the GaAs single crystal shows a large variation with both polar and azimuthal takeoff angles. The SSC model calculation for the photoeletron diffraction effect produce XPD patterns quite similiar to the experimental ones.
The main discrepancy between experimental and the SSC calculation results is due to the 'defocusing effect' along the directions of the chainlike arrangements, which can be confirmed by the reduction of the plasmon loss peak intensity at those angles.(후략)"(후자의 논문)
▲ 오세정 교수는 앞서 발표한 논문의 도표들을 뒤에 발표한 논문에 그대로 실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또한 전자의 논문에 실린 도표6과 7(이론적 연구결과)은 '재배열'을 거친 뒤 후자의 논문(도표6과 7)에 그대로 실렸다. 또 실험적 연구결과인 도표 8과 9, 10도 후자의 논문에서 각각 도표2와 3, 4로 실렸다.
논문 자기표절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부 '단어나 문장 다듬기' 행태도 있었다.
"Therefore, the diffraction of electrons with kinetic energy higher than -500eV(kR>>1) can usually be calculated considering only the single scattering event without serious errors. But the scattered waves of electrons in the high energy range are strongly forward direction and (후략)."(전자의 논문)
"Therefore the diffraction of electrons with energies higher than 500eV(kR>>1) can usually be analyzed without serious error by considering only single scattering. In addition, the scattered electron waves in this high energy range are strongly peaked in the forward direction, (후략)."(후자의 논문)
"Since it wasimpossible to evaluate the photon flux change along the scanning angle, the absolute intensity variation for each peak could not be obtained. (중략) We can see from these figures that a global agreement between experimental XPD patterns and computer simulation results from the SSC calulation is found for both polar and azimuthal scans."(전자의 논문)
"Since it was difficult and usually very inaccurate to evaluate the change of the incident photon flux with the scanning angle, we did not plot the absolute intensity variation for each peak, (중략) We can see from Figs.2, 2 and 4 that a very reasonable global considence between experimental XPD patterns and the computer simulation results from SSC calulation is found for both polar and azimuthal scans."(후자의 논문)
국제학술지 사이에서 이중게재?... 도표 설명 부분 등 똑같아
또한 오 교수는 지난 96년 '전자분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Electron Spectroscopy and Related Phenomena>(78권)에 'Electronic structures of noble metal- Pd binary alloys studied by photoemission using synchrotron radiation'(방사광가속기 사용 광전자에 의한 팔라듐 이중합금의 전자적 구조)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오 교수는 현재 이 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논문도 남창우(물리학과) 현 한양대 교수와 함께 발표한 것이다. 오 교수는 이 논문에서 '제1저자'(first author)로 참여했다. '제1저자'란 연구실험을 수행하면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낸 사람을 가리킨다. 논문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저자라는 얘기다.
그런데 2년 뒤인 지난 98년 8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Physical Review B>에 'Electronic structures of disordered Au-Pd alloys studied by electron spectroscopies'(전자분광기로 실험한 무질서 금-팔라듐 합금의 전자적 구조)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서 오 교수는 '교신저자'였다.
하지만 후자의 논문은 전자의 논문에서 나온 결과의 상당수를 출처없이 그대로 실었다. 전자의 논문에서 발표했던 도표3과 4, 5는 후자의 논문에서 각각 도표5와 4, 10으로 실렸다.
특히 전자의 논문에서 도표 3와 4, 5를 설명하는 부분과 후자의 논문에서 도표 5와 4, 10을 설명하는 부분이 거의 같다. 그 가운데 도표4를 설명하는 전자의 논문과 후자의 논문만 보자.
"The central position of this Pd PSW is at 1.6 eV, which is in agreement with the results obtained from the difference spectra for Pd-diluted alloys (중략) The dips at E₈≃2.5eV and 6.5 eV may have resulted from the assumption of the composition-independent matrix element in alloy. These dips again appear in Au₇₅ Pd₂₅, but the structure at (중략) are probably not real because the matrix element of the bonding type Pd 4d states is vanishingly small."(전자의 논문)
"The central position of this dominant Pd PSW is at 1.6 eV, which is in agreement with the results obtained from the difference spectra for Pd-diluted alloys. (중략) the dips appearing at E₈≃2.5eV and 6.5 eV, but one possiblity is they have resulted from the assumption of the composition-independent matrix element in alloys. These dips again appear in Au₇₅ Pd₂₅, but the structure at (중략) are probably not real because the matrix element of the bonding type Pd 4d states is vanishingly small in this region."(후자의 논문)
일부 표현만 빼고 두 논문의 문장이 거의 같다. 특히 두 논문 모두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동일한 연구주제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오세정 교수가 각각 96년(위)과 98년에 발표한 논문의 일부. 도표 4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문장이 거의 같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 교수 "참고문헌 목록에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 없어"
같은 글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에 이중으로 싣거나, 자기 논문의 일부를 다른 논문에 실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모두 '논문 자기표절'에 해당된다. 학술지에 실은 논문을 요약하거나 조금 수정해 월간지 등 정기간행물(비학술지)에 다시 발표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가장 심각한 논문 자기표절은 학술지와 학술지 사이에서 일어난다. 엄격한 논문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이중게재하는 것은 '악성 논문 자기표절'에 해당한다. 오 교수의 논문 이중게재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오연천(행정대학원) 교수도 지난 97년과 98년 두 개의 국내학술지(<재정학연구>와 <행정논총>)에 논문을 이중게재해 '논문게재 철회'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재정학연구> 쪽은 지난 2008년 6월 '논문게재 취소'를 공식 결정했다.
학계의 한 인사는 "이중게재 문제의 핵심은 동일한 연구업적을 부풀려 이중으로 평가받거나 연구비를 이중으로 수혜받는 경우"라며 "오세정 교수의 경우 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학회지에 동일한 논문을 게재해 연구업적을 이중으로 평가받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세정 교수는 "(4편의 논문 중) 나중에 발표한 논문의 참고문헌 목록에 앞서 발표한 논문을 언급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뒤에 발표한 논문은 앞서 발표한 논문을 기초로 확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교수는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면 앞서 발표한 논문을 보충해 논문을 쓸 수 있다"며 "미국 학술지인 <Physical Review B>에서 제 논문을 심사할 때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논문을 싣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전문가들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후보자들의 논문 이중게재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심각한지 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제록스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모두 한국사회의 주류엘리트인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었다.
지난 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온 오 교수는 자연과학대 기획연구실장과 복합다체계물성연구센터장, 자연과학대 학장 등을 지냈다. 그는 역대정부에서 대통령자문21세기 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위원(YS정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 정책전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DJ정부), 대통령자문정책위 미래전략분과 과학환경위원(노무현 정부)으로 활동했다.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이사를 지낸 그는 현재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오 교수는 현 정부 최고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오연천 교수도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과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권력배경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총장 후보자 3명 모두 '논문 이중게재'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8일과 27일 또다른 서울대 총장 후보 대상자였던 오연천(행정대학원)·성낙인(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5건 11편'과 '5건 10편'의 논문을 학술지와 정기간행물에 이중게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오세정 교수마저 논문을 이중게재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서울대 총장 후보 대상자였던 3명 모두 '논문 자기표절'을 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의 총장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세 후보의 논문 이중게재는 서울대 안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며 "그런데도 후보검증을 해야 할 총장후보초빙위원회가 이들의 논문 이중게재 문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다음 달 19일 이전까지 3명의 총장 후보를 대상으로 한 '이중게재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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