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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영화는 대세... <아바타> 수입 80% 차지"

한국 온 제임스 캐머런 감독, '3D 전파' 강행군

등록|2010.05.13 15:11 수정|2010.05.13 15:11

▲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기조 강연에서 <아바타> 3D 시연을 통해 3D 시장 전망을 설명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 ⓒ 김시연


한국에 제임스 캐머런이라는 강력한 '아바타'가 출현했다. 지난해 3D 영화 <아바타>로 전 세계를 휩쓴 캐머런 감독은 3D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 '3D 혁명' 사명을 띠고 온 '선교사'였다.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하려 12일 한국에 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13일 아침부터 강행군에 나섰다. 이날 아침 8시 30분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첫 공식 기자회견까지 그의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3D가 대세다, 이제 3D로 찍어라!"

"<아바타> 수입 80%, 3D에서 나와... 3D 걸림돌은 콘텐츠 품질"

▲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강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 ⓒ 김시연

SBS-TV로 생중계된 기조 강연에서 캐머런 감독은 "<치킨리틀>, <베어울프>, <아이스에이지 3D> 등으로 수년 동안 만들어진 3D 파도에 <아바타>는 정점을 찍었을 뿐"이라며 "3D 르네상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혁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3D 스크린 비율은 40%에 불과했지만 <아바타> 수입 28억 달러 가운데 80%가 (3D에서) 나왔다"면서 "이는 단순히 티켓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라 관객이 최상의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관객의 변화를 강조했다.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가에서 <아바타> 상영을 계기로 3D 스크린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이런 달라진 관객 요구 때문이라는 것이다.  

4년 반에 걸친 <아바타> 제작기간 중 2년을 3D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는 캐머런 감독은 앞으로 3D 혁명의 유일한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 생산임을 강조했다.

특히 어려운 기술과 비용 문제 때문에 2D로 먼저 촬영한 뒤 3D로 변환하는 시도에 대해 "섣부른 기술자나 천재가 나서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 개발에 나설 경우 시청자 두통만 유발해 태동하는 신시장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캐머런은 "<타이타닉>을 직접 3D로 전환하는 데 최소 1년, 1200만 달러를 투자할 생각"이라면서 "2D 영화를 3D로 8주 만에 전환하는 '마술 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3D 전환은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 <인디아나존스>처럼 이미 2D로 찍은 고전 영화에만 국한해야 한다"며 "앞으로 만드는 것들은 모두 3D로 촬영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13일 오전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 강연 도중 3D 안경을 끼고 <아바타> 시연을 보고 있는 청중. ⓒ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여럿이 안경 없이 보는 기술 나와야 3D TV 확산"

"3D와 대형 TV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밝힌 캐머런 감독은 3D TV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모두 바뀌는 데 25년이나 걸렸는데 컬러 TV가 나오면서 영화가 모두 컬러로 바뀌게 됐다"면서 "3D TV가 가정에 빨리 보급되면 집에서 느끼는 경험을 극장에서 느끼고 싶어 해 영화가 3D로 바뀌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올해 3D 영화 30편이 제작되는 등 빠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3년 내 전체 스크린의 25%를 차지하고 50%까지는 8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3D TV가 가정에서 성공하려면 여러 시청자들이 3D 안경 없이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3~4년 안엔 어렵겠지만 우선 혼자서 보는 노트북이나 태플릿PC, 아이폰처럼 화면이 작은 단말기부터 시작해 화면이 큰 TV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3D 시장 전망에 대해선 "삼성, LG 등 대표적 소비가전 회사가 이미 3D TV를 선보였고 한국 소비자들도 얼리어답터 성격이 강해 3D 시장을 키우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방송사와 영화인들이 3D 콘텐츠 제작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방문 일정 관심... "3D 노하우 공유할 용의 있어"

▲ 13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아바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오찬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김시연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아바타2> 제작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제작기간은 3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며 언제부터 제작에 들어갈지 몇 달 안에 구체적인 릴리즈 날짜를 공개할 예정이다. 2편 내용은 이미 알려진 대로 판도라 행성의 해양 생태계에서 나비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릴 예정이다.

캐머런은 "<아바타>에서 이미 3D와 모션캡처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에 2편에선 새로운 기술보다는 더 풍부한 상상력으로 다채로운 이미지를 더 빨리, 1편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캐머런의 '3D 선교사'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날 점심에는 평소 3D 산업 육성을 강조해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났다. 아침 강연을 TV로 시청했다는 최 위원장이 "영화에 대해 더 밀도 있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많이 아쉬웠다"고 인사를 건네자 캐머런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은 이미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오늘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흥미로워 할 3D 시장 예측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캐머런 감독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3D TV 제작 과정을 살펴본 뒤 다음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와 3D 기술 협력 가능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캐머런은 "3D 영화 제작 과정에서 팀원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언제든지 공유할 용의가 있다"면서 "전 세계 영화인들이 3D 제작을 통해 양질의 3D 콘텐츠를 많이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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